
조사 빈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한 달을 주기로 정기 조사하거나 ‘D-100’ ‘D-30’ ‘D-7’ 식으로 특정 시점에 맞춰 조사하고, ‘추석 직후 대선 민심’ ‘후보등록 직후 조사’와 같이 정치사회적 이벤트에 맞춰 비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한국갤럽, 리얼미터, 리서치앤리서치 등에서 300~ 500명 규모의 샘플을 매일 모집해 2~3일간의 조사결과를 평균해 발표하는 소위 ‘일일조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유권자는 거의 매일 복수의 기관에 의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수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조사방법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KT 가구전화명부에 등재된 일반 집전화번호, 그중에서도 개인정보 외부공개를 허용한 가구만 표본추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집전화와 별도로 휴대전화번호 중에서도 표본을 추출하는 이중표본추출틀(dual frame)로 전환됐다. KT 가구전화명부에 올라 있는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하는 기존 방식도 2012년 총선 및 대선에서는 번호 자체를 임의로 형성하는 임의번호추출(RDD·Random Digit Dial) 방식으로 바뀌었다.
매일 쏟아진 여론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19일 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된 후 여의도당사 상황실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 방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2010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정치사회적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우세하다는 결과들이 전국적으로 나왔다. 그런데 애초 민주당 열세로 예상된 지역에서 박빙의 결과가 나오고, 박빙이 예상된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의 여유로운 승리로 귀결되면서 기존 여론조사가 잡지 못하는 이른바 ‘야당의 숨은 표’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크게 3가지 논리로 뒷받침된다. 첫째, 휴대전화 응답자는 집전화 응답자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갖는다. 둘째, 같은 집전화 응답자라도 KT 가구전화부에 등재된 응답자보다 임의번호로 추출된 응답자가 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셋째, ARS는 기계음으로 묻기 때문에 면접원에 의한 전화조사보다 응답자의 솔직한 대답을 끌어내 야당의 숨은 표를 잡는 데 우월하다는 것이다.
같은 조사, 다른 결과
그렇다면 ‘새로운’ 여론조사는 이번 대선을 통해 신뢰도 측면에서 명예회복을 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일한 시점에 한 조사임에도 조사 결과마다 우세 후보가 달라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에게 혼선을 초래했다. 특히 언론들이 보도 경쟁을 펼치는 추석 전후, 야권의 후보단일화 전후,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한 전후에 발표된 여론조사들로 인한 혼란은 극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