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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배신하면 그걸로 끝! 최측근과는 한 시간씩 통화도

박근혜 대통령의 용인술

한번 배신하면 그걸로 끝! 최측근과는 한 시간씩 통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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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내 사람 챙기기

박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 때 이학재 의원을 동행시겼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해외 순방 때 동행하는 의원은 방문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로 구성한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정갑윤 의원은 한·인도 의원친선협회장이었다. 반면 이 의원은 방문국인 인도, 스위스와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 행사 때 근접해서 모든 일정을 수행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인천시장에 출마하려는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에는 이 의원을 관저로 불러 독대(獨對)도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 주변에서는 측근을 챙기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 박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자리를 약속하는 일이 없다. 인사 청탁을 했다가는 “이러려고 저를 도우셨어요”라는 ‘레이저’만 받게 된다.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논란이 여전하지만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그 수가 적은 편이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신경을 꽤 쓰는 편이다. 지난해 10월 재보선에서 서청원 전 대표의 공천을 두고 박 대통령이 공천을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심전심으로 당 지도부와 통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박 대통령은 서 전 대표가 친박연대를 세웠다가 공천 헌금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고초를 치른 것이 본인을 도우려다 생긴 일이라고 여기고 마음 아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유승민 의원이 사실상 친박의 대표주자로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두 번이나 반대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전대가 계파 간 대결로 치러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출마 뜻을 접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전대가 진행되는 도중에 지역 방송사 기자가 “유 의원의 전대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 소식을 반갑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사실상 지지의사를 밝혀 유 의원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중시하는 만큼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도 깊다. 2004년 당 대표를 맡은 이후 2006년까지 한나라당은 사실상 박근혜 독주체제였다. 그러나 정작 2007년 대선 경선 때 본인과 함께 당을 운영했던 많은 사람이 이명박 후보 쪽으로 옮겨갔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6년 박 대통령 후임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박 대통령의 도움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은 강 전 대표가 2007년 대선 경선 때 경선 룰을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하고, 2008년 총선 공천 때는 친박 학살의 방조자라고 여긴다. 강 전 대표는 이후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 함께 남해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이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명박 후보 쪽으로 간 이후 박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졌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먼저 사람을 내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한 핵심 참모는 “박 대통령과 같이 일하고 완전히 척진 사람은 전여옥 전 의원 한 명 정도다. 그러나 그 경우도 본인이 배신한 거지 박 대통령이 내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일대일 미션 부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참모를 다룰 때 자유방임형이었다. 어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한 곳에 맡기지 않고 여러 루트로 보고를 받고 제일 좋은 걸 선택했다. 사실상 공개 경쟁을 유도해서 성과를 높이는 스타일이었다.

반면 박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일일이 참모들에게 미션을 부여하는 스타일이다. 그 미션을 아는 사람은 박 대통령과 지시를 받은 사람뿐이며 그 보안을 지키는 것을 그 사람과의 신뢰 문제로 여긴다. 참모들은 서로 무슨 미션을 받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전 대통령은 경쟁 과정에서 잡음이 좀 나더라도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 지상주의라면 박 대통령은 참모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참모들은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의 측근이라면 결정을 하기 전에 대통령과 상의하면서 본인의 고민도 함께 나누는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의견을 내면 좋다, 나쁘다는 의사 표시를 잘하지 않는다. 그저 대통령이 눈을 마주치는 걸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의사를 추측할 뿐이다. 또한 미션을 줄 때 자율권을 많이 주지도 않는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 한 시간 가까이 통화하며 얘기를 나누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전화 통화는 본인이 정말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소수 참모에게만 국한된다. 박 대통령은 선거 때 최경환, 안종범 의원, 조윤선 전 의원 등 핵심 참모들에게 그런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는 이정현 홍보수석 정도가 가능한 일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청와대나 내각 참모 이외에 의견을 제시하는 외부 조언 그룹이 있다. 정치인 시절에도 본인의 개인 e메일이나 전화로 그런 건의를 직접 받았다. 그러나 소문대로 그들이 청와대나 내각보다 대통령의 결정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이들 역시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생각을 건의할 뿐이다. 선택을 하는 건 박 대통령이다. 이들 외부 조언 그룹 중엔 원로 그룹이 많기 때문에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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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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