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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군[昏君]>얼굴마담>우리 VIP

‘대통령 박근혜’ 이미지 탐색

혼군[昏君]>얼굴마담>우리 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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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날 때부터 집안이나 부모가 경제력이 남다른 로열패밀리라는 것은 큰 자산이다.

■ 의사소통을 할 때 원론적인 답변만 한다.

■ 언론이나 여론을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 한다.

■ 본인의 의사를 직접적이기보다는 측근을 통해 에둘러 표현한다.

■ 민감한 질문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야기하며 말을 빙빙 돌린다.



■ 인물 등용에 별다른 기준이 없고 주먹구구식이다.

■ 본인의 스타일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국정 운영에 대한 철학이나 정책 노선이 없다.

■ 유머감각이 없고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고루하다.

■ 시대에 뒤떨어져 21세기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다.

■ 중대 사안에 있어 스스로의 판단이 아닌, 제3자의 지시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위 항목들은 대중이 박 대통령에 대해 가진 생각을 탐색하는 단계에서 도출된 문항 중 대표적인 것들이다. 조선 시대 왕을 21세기 현재에 바라보는 듯한 생각들이다. 대통령을 ‘꼭두각시’와 유사한 이미지로 보려는 마음이다. ‘십상시’라고 하든 ‘패밀리’라고 하든 다른 누군가가 대통령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짙다. 대통령이 ‘얼굴마담’ 노릇에 그친다고 믿는 것이다.

공주든 왕자든 여왕이든, 자신이 맡은 임무를 잘해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왕조시대로 회귀하기를 원한다면 여왕으로 군림하는 대통령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국민이 민주사회의 대통령을 꼭두각시 이미지로 본다면, 수많은 국정 현안에 대해 적절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기 힘들다. 신하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한 국왕은 스스로 현안이 무엇인지,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중이 박 대통령을 ‘여신’이 아닌 ‘꼭두각시’로 인식한다면 ‘누가 그의 마음을 지배하느냐’는 문제가 불거진다. 누가 의사결정을 하고 누가 그에 대해 책임지는지 모르는 국민은 답답하고 해결책이 있기를 기대한다.

대중은 ‘주도적 영웅’ 원해

‘마음의 MRI’ 기법으로 대중의 심리를 연구한 결과, 국민은 박 대통령을 ‘꼭두각시’와 ‘주도적 영웅’의 두 축으로 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꼭두각시’는 현실의 대통령을 의미하고 ‘주도적 영웅’은 현재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대중은 현실의 대통령을 ▲혼군(昏君·맹한 군주) ▲우리 VIP ▲얼굴마담 ▲관료적 정치인 등 4가지 이미지로 보았다. ‘꼭두각시’라는 표현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반대’ ‘표현 유보’ 등 각자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이미지를 품었음이 드러난다.

박 대통령을 ‘혼군’으로 인식하는 대중에게 그는 ‘국가를 사유화하려는 왕’과 같다. 무엇보다 ‘무능하고 게으른’ 리더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력욕만 있는 사람이다. 잘난 신하(부하)를 용납하지 못하고 권력 유지를 위해 무작위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대중은 혼군이 철없는 아이나 저지를 행동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무엇보다 혼군에게 국민과 국가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다. ‘국가=권력=나’라고 여기는 것 같다.

이런 대통령의 이미지라도, 보수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이들에겐 괜찮은 리더다. 자신의 이익이나 이해관계가 대통령과 잘 맞기만 하다면 정말 필요한 리더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혼군의 이미지로 박 대통령을 보는 사람들은 ‘무능하고 엉뚱한 짓을 할지 몰라 불안한 이에게 나라를 맡겼다’는 마음이다. 대중이 대통령에 대해 이런 이미지를 가졌다는 것은 ‘현재의 대통령이 이런 사람이다’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일부 대중이 대통령을 혼군으로 인식한다는 뜻일 뿐이다.

현재의 대통령을 혼군이라고 생각할수록 대중이 간절히 바라는 정치지도자의 이미지는 ‘명장(전략가)’이 된다. 자신에 대해 번민하고 고민하며 동시에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명장 말이다. 전략가이기에 실제 행동이나 전투 면에서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대중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방향을 정해주는 리더에 만족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위기를 알려주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리더의 이미지다. 현재 상황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이런 지도자의 이미지는 더욱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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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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