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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전쟁’

“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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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왜 국정원은 ‘권력의 시녀’가 됐나
  • ● 인사권 없는 국정원장, 개혁할 수 있나
  • ● 북한 붕괴 공작은 레짐 체인지→민주화운동 順
  • ● ‘과거 실적의 저주’ 퍼붓는 권력, ‘먹튀’ 하는 야당
“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3월 18일 이병호 신임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박근혜 대통령.

지난 2월, 청와대 측근 3인방 비호로 여론이 좋지 않던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장 이병기 씨를 대통령비서실장에, 19년 전 안기부 2차장으로 물러난 이병호 씨를 국정원장에 지명했다. 올드보이를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인데, 뜻밖에도 “인사를 아주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권력과 국가정보의 생리를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 인사 가운데 이번 것이 최고”라는 찬사도 나왔다.

국정원은 크게 국내와 해외(북한 포함) 파트로 나뉘는데, 이 중 ‘절대적으로’ 중시돼온 것은 국내 파트다. 대통령이 직면하는 많은 모순을 이 파트가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군사정부 시절 이 파트는 ‘총선에서 여당이 누구를 공천하면 이길 수 있는지’까지 조사해 보고했다. 정치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아예 정치를 했다.

금융실명제를 실시한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실명제법을 어기고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가 갖고 있던 대통령선거 잔금을 관리해주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전 제3국을 통해 ‘정부 돈’ 1억 달러를 몰래 북한에 보냈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기에 미 재무성과 CIA는 북한으로 가는 자금을 ‘눈에 불을 켜고’ 감시했고 우리도 협조해왔다. 그런데 당시 국정원은 미국의 눈을 속여가며 ‘우리 국민이 낸 세금’을 북한으로 보내는 ‘친북’ 활동을 했다.

그때 국정원이 활용한 것이 대공(對共)수사권과 보안감사권 등이다. 국정원은 관련법이 보장한 이 권한을 확대 적용해 대통령 관심 사항을 해결했다. 그러니 무소불위(無所不爲)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반(反)작용으로 나온 것이 ‘정치개입’ 시비다. 이 시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계속됐는데, 이는 어떤 세력이 집권해도 국정원은 대통령의 관심 사항을 해결하는 ‘권력의 시녀’로 활동해왔다는 뜻이 된다.

‘시녀’를 잘 부리기 위해 역대 권력은 모두 국정원장에 대통령의 측근을 임명했다. 정보활동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국정원에서 예산을 다루는 직책은 기조실장이 맡는데, 기획조정실장도 항상 권력이 지명했다. 국정원 수뇌부에는, 국정원 본연의 업무보다는 권력의 생리를 더 잘 아는 이들이 ‘날아든’ 것이다. 그러니 국정원은 국익을 위한 공작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웠다.



국내 파트에 치이는 해외 파트

해외공작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문 영역이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낙하산을 타고 들어간 이들은 ‘결재’하는 것으로만 이 분야를 이해한다. 해외공작은 기조실장이 공작비를 배정함으로써 시작되니, 기조실장과 원장 등은 그 정도로만 공작을 이해하고 지내는 것이다.

그러다 대통령이 해결을 요구하는 큰 문제가 일어나면, 그일에 몰두한다.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 해외공작의 집행과 예산 승인 등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외 파트는 일손을 놓고 국내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국익을 위한 공작은 일관성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게 된다.

권력이 국가정보기관을 접수해야 하는 이유로 에드거 후버 전 미 FBI 국장 사례가 자주 거론된다. 에드거 후버는 인사권을 비롯한 FBI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그는 8명의 대통령이 재임한 48년 동안(1924~1972) FBI 국장으로 있으면서 대통령들을 ‘요리’할 수 있었다.

국내에 많은 ‘촉수’를 가진 FBI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여성 편력이 어떠했는지 등을 추적할 수 있었던 것. 후버는 그것을 이용해 대통령을 슬쩍 ‘위협’하고,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고 생색을 냄으로써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후버 국장 사례는 한 사람이 국내 정보기관을 독점하면 대통령도 꼼짝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두렵기에 권력은, 정보기관 안에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인사를 한다. 국정원장뿐만 아니라 기조실장, 국내 차장, 주요 국장을 직접 임명해 원장의 정보 독점을 막는 것이다. 이 체제에서는 진급을 기대하는 하급자가 원장 등을 견제하는 정권의 ‘빨대’가 될 수 있다. ‘충성경쟁’이 일어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국정원은 더욱 충성스러운 ‘정권의 시녀’가 돼버린다. 이것이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비대하게 만들고 왜곡시킨 핵심 요인이다.

그때마다 ‘찬밥’이 되는 해외파트는, 국내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공간에서 활동한다. 국내 파트가 ‘슈퍼 갑(甲)’의 처지에서 대통령의 고민을 풀어준다면, 해외 파트는 ‘절대 을(乙)’의 처지에서 움직인다. 해외에서는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으니 국정원이 가진 대공수사권과 보안감사권 등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거꾸로 주재국의 정보수사기관이 이 권한을 갖고 감시하니 해외 파트 요원들은 위축된다.

국정원의 국내 파트 요원이라면 영남이나 호남처럼 지방색이 강한 곳 출신이 유리할 수 있다. 그래야 그곳 출신이 권력을 잡았을 때 출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호 원장은 지역 유대감이 약한 경기 김포 출신이다. 육사 19기(1963년 임관)로 임관해 위관 장교 때 서울대 영문과에서 위탁교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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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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