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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타격 능력 과시는 김정은의 허세

北 미사일 능력 검증 & 사거리 시뮬레이션

  • 장영근 |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

美 타격 능력 과시는 김정은의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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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된다. 주지하듯, 1월 6일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2월 7일 장거리로켓 광명성호를 발사했다.미사일 능력 과시도 이어진다. 북한은 3월 9일 KN-08 또는 KN-14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상단에 장착하는 핵탄두 구조도와 구(球)형의 핵폭탄,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를 공개했다. “우리 실력을 봐달라”는 투다.

3월 15일엔 장거리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모의시험 광경을 공개하며 ICBM의 재진입체(RV, Reentry Vehicle) 기술을 확보했다고도 주장했다. 핵과 미사일 기술을 단계적, 의도적으로 노출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3월 24일 북한 매체는 고체 추진제를 사용하는 고체 로켓모터의 지상연소시험 및 단(段)분리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고체 추진제 로켓은 액체 로켓과 달리 발사 직전 추진제를 주입할 필요가 없어 상시 발사준비가 돼 있는 미사일 제조를 가능케 한다.

4월 9일엔 신형 ICBM 고추력 액체 로켓엔진의 지상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2기 묶음형’ 엔진으로 판단된다. 엔진이 짧고 직경이 커 기존의 스커드나 노동 엔진이 아닌 R-27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엔진의 파생형으로 보인다. 또한 연소 가스의 색깔을 보면 성능 증진을 위해 등유 계열이 아닌 고에너지 추진제를 사용한다.





‘개발 중’인 미사일

북한이 개발 중인 이동식 ICBM KN-08 및 KN-14의 실체를 분석하고, 평양이 주장하는 핵탄두 소형화 성공 및 대기권 재진입 능력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최초로 이뤄진 이 분석은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 및 영상과 북한의 공식 주장 등을 기반으로 했다. 이동식 KN-08 및 KN-14 ICBM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제원과 물성치 등은 공학적 예측 및 유사성 추정을 통해 얻었으며 실제 데이터와는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이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는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이는 발각되기 쉬워 선제 타격에 취약하다. 대포동 2호는 현대화한 ICBM에 비해 전장이 너무 길어 차량이나 열차, 잠수함 등의 이동수단은 물론 지하 격납고에 숨기기도 어렵다. 무기로서의 이용 가치가 낮다는 얘기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중·단거리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이동식 발사대에서 ICBM을 쏠 수 있다. 북한이 KN-08 혹은 KN-14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동식 미사일의 기동성, 신속성, 비닉(秘匿)성, 생존성 등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KN-08, KN-14 등의 이름은 북한 무기체계가 서방에 노출된 순서대로 미국 국방부가 명명한 것이다.

이동식 ICBM KN-08의 모조품 모델이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개량형 KN-08의 형상을 공개했다. 모조품 형상만 공개한 것이라 미사일이 실존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개량형 KN-08 ICBM을 KN-14로 바꿔 명명했다.

〈사진 1〉은 KN-08이 8축의 중국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차량에 실려 옮겨지는 광경이다. 〈사진 2〉는 개량형 KN-08로 불리다 KN-14로 바꿔 불리는 ICBM의 모습이다. KN-14는 KN-08에 비해 미사일의 길이가 눈에 띄게 줄었으며 노즈콘(로켓의 원추형 앞부분)의 모양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2013년 2월 북한이 KN-08의 엔진 시험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2014년에도 사거리 확장을 위해 모두 4차례의 엔진 지상연소시험이 실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North)’는 2014년 8월에도 KN-08의 1단 엔진 연소시험이 동창리 서해 발사장에서 실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KN-08이 2014년까지는 개발 단계에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5년 10월 열병식에선 또 다른 형태의 KN-14를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이동식 ICBM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다. KN-08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는 지상연소시험을 했더라도 로켓 기술의 특성상 비행시험을 통해 미사일 시스템을 검증하지 않으면 실전 배치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보여준 KN-08 또는 KN-14가 소형화한 핵탄두를 탑재하고 미국 서부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의 3단 또는 2단으로 구성된 액체 로켓 미사일인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이 현재 KN-08 또는 KN-14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경량의 핵탄두를 개발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지만, 이러한 기술을 시험한 전례가 없어 전력화 배치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데 대해선 부정적 기류도 많다.


‘노동’ ‘스커드’ 엔진 묶은 1단

탄도미사일은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해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이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의 비행시험을 감시하고 관측함으로써 성능을 예측하고 개발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곤 했다. 그런데 북한은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제한으로 중·장거리 미사일의 비행시험 수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난해 열병식 때 선보인 KN-14와 2012년에 보여준 KN-08은 외관상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면밀히 관찰해보면 유사점도 많다. 냉전 시기 소련으로부터 얻은 기술과 북한의 독자적 기술을 혼합했기에 두 미사일의 기술 기반은 대부분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미사일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설계 부분에서는 현저한 발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의 성능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나 잠재적 신뢰성이 증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KN-14의 1단과 2단 엔진은 2012년 KN-08 모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3단으로 구성된 KN-08의 1단 엔진은 스커드 엔진 4기나 노동 엔진 2기 또는 R-27 엔진의 묶음형(clustering)일 가능성이 높으며, 2단 엔진은 1기의 노동 엔진, 2기의 스커드 엔진, 또는 단일의 R-27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엔진 탑재를 가정할 수 있다. 1단과 2단은 직경이 같고, 이들 단 사이에는 중간단(interstage) 또는 엔진 베이(bays)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3단의 경우는 1단과 2단에 비해 직경이 현저히 작으며, 소형 로켓 엔진을 개발했거나 R-27 버니어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2단으로 구성된 KN-14의 1단 엔진은 스커드 또는 노동 엔진 4기 또는 R27 엔진 2기의 묶음형 엔진, 2단 엔진은 옛 소련의 R-27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엔진이나 노동 또는 스커드 엔진 1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형화, 경량화를 위해 KN-08에서 KN-14로 진화하면서 1단과 2단 추진제 탱크의 길이는 크게 늘린 대신 3단 엔진은 제거된 듯하다. 하지만 KN-14의 경우에도 탄두의 방향 및 자세 제어를 위한 추진 시스템이 추가로 장착돼야 한다.

추진제 탱크와 통합된 미사일 구조도 KN-14로 개량되면서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 KN-14에서는 KN-08과 서해에서 건진 은하 3호 로켓의 구조물에서 나타난 광범위한 범위의 리벳(rivet) 작업이 사라졌다. 이러한 구조 변경은 현대 미사일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등(等) 그리드(Isogrid) 구조가 추가됐음을 뜻한다. 이 같은 기술적 진보는 KN-14의 중량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사거리를 연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 전력화 늦어질 듯

KN-08의 원뿔형 형상 상단은 KN-14에서 짧고 뭉뚝한 상단으로 대체돼 재진입체의 형상도 끝이 둥근 형태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형상은 개발이 쉽고 재진입 시 생존에 유리하다. 다만 정밀성이 떨어지고 미사일 방어체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복잡한 3단으로 구성된 KN-08은 전시에 신뢰성 있게 작동하기 어렵다. 새로운 설계인 KN-14는 더욱 경량일 것으로 추정되며 사거리가 연장되고 신뢰성이 증진되면 장기적으로 미국에 위협적인 ICBM이 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진보하긴 했으나 KN-08을 KN-14로 재설계하면서 발생한 변경사항 탓에 ICBM의 실제 전력화는 더욱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식 ICBM 개발에서 단계적 진전은 이루겠지만 기술적 난제 등으로 인해 기대한 것보다 실전 배치가 늦어질 수 있다.

핵탄두도 소형화, 경량화해야 이동식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핵탄두는 끝이 뾰족한 콘 형상 구조다. KN-08 상단 역시 끝이 뾰족한 콘 형태인 반면 KN-14 상단은 뭉뚝한 형상이다. KN-08의 핵탄두 및 상단의 형상을 KN-14로 재설계하면서 변경한 것은 지구 재진입 때 성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평양은 3월 9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며 김정은의 시찰 사진과 함께 핵폭탄(내폭형 장치로 추정)으로 추정되는 구체적 모형을 공개했다. 세계적으로 공개된 일반적인 핵탄두는 대부분 콘 형상인데, 북한이 보여준 구(球)형의 물체(〈사진 3〉)는 KN-08 또는 KN-14 ICBM의 재진입체 내부에 들어가는 내폭형 장치로 추정된다.

3월 15일 북한 매체는 ICBM 재진입체 모형에 열 차폐막을 부착한 모습의 재진입체 환경모의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4〉는 환경모의시험장치의 구성과 시험 장면, 시험 후 고온에 의한 열 차폐막 소재의 정량적 변형 수준을 측정하는 장면이다.

로켓 엔진에서 연소화염을 뿜어내는 시험 방식을 적용했으며, 사용된 엔진은 노동 엔진으로 추정된다. 노동 엔진은 연소할 때 최고 온도가 2000℃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하 25 정도의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진입 전면은 1만℃가 넘으며 충격파 후면도  6000~7000℃에 달한다. 북한이 수행한 환경모의시험은 화염이 닿는 부분의 기계적 삭마(削磨) 수준을 측정해 내열 성능을 확인한 것인데 공력가열 현상, 진동, 압력에 따라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측정하는 시험까지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ICBM 재진입체 기술을 완전하게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엔진 조합’ 방식의 딜레마

필자가 추정한 각 단의 중량 및 엔진 성능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KN-08 및 KN-14의 성능을 분석했다. 중량 및 엔진 성능 추정과 관련한 기술적 분석은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이 글에는 싣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의 가정과 관련한 기술적 내용 역시 지면 관계상 생략하고 최신 설계를 반영한 KN-14의 성능만 다루기로 한다.

KN-14의 성능 분석을 위해 4가지 유형의 엔진 조합(〈그림 1〉)을 가정한다. KN-14 엔진도 스커드 및 노동 또는 R-27 엔진을 기반으로 삼았다고 추정한다. 이들 엔진은 수십 년 동안의 개발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했고 개발 비용과 일정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개 조합 중 1단에 스커드 엔진 4기 묶음형, 2단에는 단일의 노동 엔진을 장착한 KN-14A 유형의 ICBM이 약 6300㎞의 최장 사거리를 갖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은 1단에 노동 엔진 4기 묶음형과 2단에 단일의 노동 엔진을 장착한 KN-14B의 경우로 사거리는 약 6000km이다. 사거리가 긴 R27 엔진을 사용한 경우로 1단에 노동엔진 4기 묶음형과 2단에 R-27 엔진 1기를 장착하는 KN-14C와 KN14D ICBM으로 사거리가 각각 7900㎞, 9400㎞ 가량으로 예상된다.


1단과 2단에 스커드 엔진 묶음을 장착하면 더 많은 양의 추진제를 탑재할 수 있으며, 잠입형인 R-27 엔진을 사용할 경우 고에너지 추진제를 사용해 사거리가 훨씬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분석 결과는 상단의 중간단에 위치하는 핵탄두 및 페어링 중량을 500㎏으로 가정한 것으로 핵탄두를 더욱 경량화하면 사거리 1만 2000㎞ 이상도 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북한이 가진 기술적 딜레마가 있다. 노동 엔진 4기의 묶음형 미사일은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했으나 중량이 커 이동식 미사일발사대에 장착하기 어렵다. 요컨대 2단 로켓으로 구성된 KN-14의 탄두가 낙하하는 지점을 기준으로 한 사거리는 6000~9400㎞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 같은 엔진 조합으로는 미국 동부를 타격할 수준의 ICBM은 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사거리 1만㎞ 넘는 이동식 ICBM을 개발하려면 소형, 경량의 핵탄두 및 상단 추진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4월 9일 수행한 신형 ICBM 고추력 액체 로켓엔진의 지상연소시험은 KN-14 또는 KN-08의 개발 한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기존의 스커드나 노동 엔진 기반으로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KN-14/KN-08을 개발하는 데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북한이 새로운 엔진 개발을 강조하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는 짧고 직경이 긴 러시아 R-27 엔진의 파생형으로 보인다.



ICBM도 소형화·경량화해야

KN-14는 이동식 미사일이라 어느 장소나 위치에서도 발사할 수 있지만, 인구밀도가 낮아 핵탄두의 저장 및 운용이 용이한 양강도의 영저리 미사일 기지를 발사 지역으로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미사일 발사 방향은 미국을 목표로 한 것으로 가정했다. 〈그림 2〉는 네 가지 유형의 엔진 조합에 따른 사거리와 고도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준다.

아직 개발 중인 KN-08 또는 KN-14가 전력화해 현재 북한에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2012년 제작돼 평양 퍼레이드 때 공개한 모조품 KN-08이나 지난해 형상이 등장한 KN-14가 최종 설계를 바탕으로 한 것일 가능성은 있으나, 실전 배치해 공격용 미사일로 사용하려면 다수의 지상시험 및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앞에서 본 것처럼 2012년 12월 은하 3호 로켓의 성공적인 발사 후에 KN-08 엔진에 대한 다수의 지상연소시험이 2013~2014년 실시됐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지상연소시험이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됐다면 시제용 KN-08 미사일이 조립됐을 가능성은 있다.

KN-08과 은하 3호 로켓의 기술 공유 추세를 볼 때 KN-14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과거 개발한 장거리 로켓 기술이 당연히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은하 3호(광명성호) 로켓은 최소 10여 년의 노력을 투입한 결과다. ICBM 개발 프로그램은 은하 로켓 개발과 동시에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은하 3호 로켓이 비행에 성공했으므로 ICBM 실전 배치를 위해 추가로 10여 년의 시간이 소요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ICBM을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하려면 소형화, 경량화가 요구된다. 로켓엔진 및 핵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준의 사거리 확보가 어려울 것이다. 실질적 비행시험을 통한 재진입체의 개발과 검증도 필요하다. 탄두의 방향 및 자세를 제어하는 추진 시스템(예를 들어 PBV, Post Boost Vehicle)의 소형화, 경량화도 필수적이다.

북한은 그간 ‘노동 엔진 묶음 기술’에 기반을 둔 로켓을 5차례 발사했다. 그 중 2번 성공하고 3번 실패했다. R-27 엔진을 기반으로 했으며 3단에 활용이 가능한 소형 로켓도 시험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점은 북한 ICBM의 재진입체가 마하 25 수준의 속도로 대기권 재진입 시험에 성공한 적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행시험 역사를 고려해 베이시안(Bayesian) 통계를 적용하면 첫 번째 KN-08 또는 KN-14 발사 시 완전 성공 확률은 10%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지상시험을 수행하면 이 확률을 25~30%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단 분리와 대기권 재진입은 지상에서 시험할 수 없다. 과거의 실패 기록이 쌓인 경우 성공적 시험 발사가 한 차례 이뤄지더라도 높은 신뢰성을 얻을 수는 없다. KN-08 또는 KN-14가 수 차례의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때까지는 전력화 무기체계에 이름을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이동식 ICBM 발사시험은 한두 번은 위성발사로 가장할 수 있겠으나 계속해 숨길 수는 없다. 따라서 KN-08 또는 KN-14는 실제 운용 능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얘기다.



극히 제한된 능력의 ICBM

현재로서는 KN-08 또는 KN-14가 성공적으로 개발돼 가용 무기체계가 됐다 하더라도 그 수는 제한될 것이다. 만일 KN-08 또는 KN-14이 적어도 하나 또는 그 이상의 R-27 엔진을 요구한다면 R-27 엔진의 완전 국산화까지는 북한이 실전 배치하는 미사일의 수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2012년과 2015년 열병식 때 선보인 KN-08 및 KN-14는 작동하지 않는 모조품임이 확실하다. 아직도 사거리 증진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개발 중인 ICBM의 모조품인 것이다. 운용 능력을 검증받으려면 다수의 미사일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요약하면, 북한이 개발 중인 스커드나 노동 엔진에 기반을 둔 KN-14 또는 KN-08은 제한된 사거리와 성능을 가진다. R-27 엔진에 기반을 둔 KN-14/KN-08은 ‘의미 있는’ 사거리 및 성능을 제공할 수 있으나, 완전 독자 기술을 확보하지 않는 한 운영상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잠입형(Submerged)의 R-27 엔진을 대량 생산하는 것에는 ‘도전적 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이 비행시험을 통해 운영 능력을 검증한 ICBM을 전력화하더라도 극히 제한된 능력을 가진 무기체계가 될 것이다. 또한 실질적 의미의 이동식 미사일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럭에 실려 운송되고 발사 수시간 전에 준비되는 형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대도시를 타격할 수는 있을 테지만 정확도는 낮을 것이다.

북한이 KN-08 또는 KN-14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에 확보한 로켓엔진 기술, 다시 말해 스커드와 노동 엔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의미 있는’ 이동식 ICBM을 확보하는 데 제한이 많다. 북한이 기존에 확보한 미사일 엔진 및 기술로 주물럭거린다 해도 매우 제한적인 ICBM이 될 것이다. 기존의 엔진을 사용한다면 제한된 무게의 탄두만 탑재가 가능하며 미국 서부 해안에 겨우 도달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으려면 고성능의 신형 로켓 엔진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4월 9일 조선중앙통신이 신형 ICBM용 고추력 엔진 지상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KN-14의 1단에 사용되는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커드나 노동의 엔진 조합을 통해서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사거리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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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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