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보를 접하고 당혹스럽고 걱정이 많이 됐다. 아무래도 우리의 개혁과제 추진동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개혁과제는 국민이 동의하고 공감해야 하는데 그런 힘이 안 실리면 큰 어려움이 따른다.”
4선(경기 평택갑)의 원유철 의장은 2월 2일 유승민 의원과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 출마, 이주영-홍문종 의원을 19표 차이로 꺾고 새 지도부에 입성했다. 박근혜 정부 3년차 집권여당 컨트롤타워로서, 삐걱대던 당정청(黨政靑) 관계에서 ‘당 중심 국정운영’을 약속한 그였기에 언론의 관심은 컸다. 당 지도부와 대통령비서실장, 국무총리가 비슷한 시기에 물갈이되면서 당정청은 모처럼 웃음꽃을 피웠고, 당과 대통령 지지율도 함께 올랐다. 그런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성 전 회장과) 의정활동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안타깝지만, 신속하게 검찰 수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정책위의장으로서 많은 사람과 만나 의견을 조율한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정무형 정책위의장’
▼ 어려운 시기에 정책위의장이 됐는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 때 당은 위기상황이었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은 모두 바닥권이었다. 우리 당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위기의식 속에 유승민 원내대표와 나를 선택했다.”
▼ 당청 관계나 대국민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상대(이주영-홍문종)에 비해 친박(親박근혜) 색채가 옅은 게 득표에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지지율이 떨어진 건 담뱃값, 연말정산, 건강보험료 같은 국민과 밀접한 정책이 입안부터 발표까지 혼선을 빚고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이라고 판단해도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는 정책,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당과 정치권에 위기를 가져다준다는 걸 똑똑히 알게 됐다. 나는 ‘정책형’은 아니고 ‘현장형’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시대정신이란 게 있듯이 정무형 정책위의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했다.”
▼ 정책위의장이 정책형이 아니라니….
“현장 목소리를 청와대와 정부에 전하라는 거다. 정책은 당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면 된다. 그래서 당선되자마자 50여 명으로 매머드급 정책위원회를 꾸렸다. 김무성 대표에게 말했더니 ‘그렇게나 많으냐’고 하기에 ‘내가 모르는 게 많은 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나성린, 이만우 의원 등 경제 전문 의원들과,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9명의 의원을 부의장으로 뒀다. 나는 일종의 코디네이터인 셈이다.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데 공간이 부족해 의원총회장에서 했다.”
▼ 경선 때는 ‘당이 중심이 돼 살아 있는 정책을 내보이겠다’고 했다.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보완, 건강보험료 정산은 ‘살아 있는 정책’인가.
“정책도 타이밍인데 그걸 놓쳤다. 찬반(贊反) 문제를 떠나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환급 문제 등이 함께 몰아치면서 가뜩이나 힘든 서민이 화가 났다. 제때 설명이 안 돼 ‘세금폭탄’으로 느끼게 한 거다. 4월 건강보험료 정산은 우리(신임 지도부)가 일시납이 아닌 할부로 낼 수 있도록 하면서 그나마 성난 민심이라는 ‘뇌관’을 제거할 수 있었다. 연말정산도 세금이 늘어난 근로자의 세 부담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한중 FTA 가서명 연기 요청
정부는 지난해 연말정산을 설계할 때만 해도 급여 5500만 원 이하인 경우 세금이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신자와 맞벌이 부부, 3자녀 가정 등 일부 가구에선 오히려 늘었다. 반발이 거세자 정부와 여당은 소득세법을 개정해 근로소득자 541만 명의 세금 부담을 덜게 했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전년도 보수를 기준으로 일단 부과한 뒤, 매년 4월 실제 보수에 따라 보험료를 재산정하는 방식으로 정산한다. 4월에 이미 납부한 보험료 차액을 정산하는 연말정산을 하는데, 최근 당정은 이를 할부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당월보수 당월부과’ 방식으로 바꾼다. 원 의장은 이 말을 하는 것이다.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시대별로 차이가 있다.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거쳐 지금의 국민은 실사구시 차원에서 어떤 정책이 내게 도움이 되는지를 살핀다. 품격 높은 ‘명품 정책’을 내놓고 승부를 거는 ‘정책 정당의 시대’에 본격 진입한 거다. 나는 이러한 여론을 정부에 전하고, 국민이 충격을 덜 받도록 타이밍을 조절해야 한다. 이번에 (연말정산 보완 등) 뒤치다꺼리하면서 많이 느꼈다. 그런 점에서 매머드급 정책위원회를 잘 활용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