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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승자의 독식 포기하고, 실천과 자기희생으로 희망을!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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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명박 대세론’ 속에 싱겁게 진행되는 듯하던 대선 정국에 ‘이회창 변수(變數)’가 끼어들었다. 변수의 핵심은 보수 분열인데, 분열의 결말에 대한 전망은 정파나 이념적 지향에 따라 제각각이다. 보수우파는 내부 분열에 따른 또 한 번의 패배를 우려한다. 이명박과 이회창이 싸우다가 정동영(또는 여권 단일화 후보)에게 승리를 헌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좌파정권 종식’을 함께 노래하다가 좌파에 다시 정권을 내준다면? 그건 보수우파에는 악몽일 터이다. 그래서인지 이회창도 그렇게 될 것 같으면 막판에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뭐가 살신성인인지 모르겠으되 좌파에게 다시 정권을 내주는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인 것만큼은 분명한 듯싶다.

진보좌파(그들을 진정한 의미의 진보좌파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로서는 보수우파의 분열이 가뭄 끝의 단비 격일 것이다. 어부지리의 덕이라도 봐야 재집권의 요행이 찾아들 수 있는 고단한 처지인 바에야 겉으로는 뭐라 하든 속으로까지 싫어할 까닭이 있겠는가.

아무튼 관객의 처지에서는 재미없던 대선 게임이 아연 활기를 되찾은 셈이다. 그러나 국민이, 유권자가 대선 게임의 관객일 수는 없다. 대의(代議)민주제의 주권자가 자신의 주권을 위임할 지도자 선택을 재미로 한다면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위기다.

1987년 이후의 대통령들

보수우파니 진보좌파니 하는 이분법도 유권자의 선택을 제약하거나 흐리는 요인일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는 상대적이고 상호보완적 개념이지 적대적 배타적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정파야 이념적 차별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유권자마저 그것에 물색없이 휘둘릴 필요는 없다. 진정 따져볼 것은 누가, 어떤 정치세력이 내게, 내 가족에, 우리 사회공동체에, 나라에 도움이 되고 희망을 줄 것인지다. 그것이 한 시점에서 하나의 공통인식으로 모아지면 시대정신이 된다. 따라서 누가 우파고 보수이고, 누가 진보고 좌파인 것에 앞서 누가 시대정신에 더 맞는 인물이고, 어떤 정치세력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데 더 적합한 세력인지를 가리는 일이 중요하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네 번의 대선이 있었다. 198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당연히 민주화였다. 그러나 민주화세력의 양대 축이던 YS(김영삼)와 DJ(김대중)의 분열로 승리는 군부세력의 후계자인 노태우에게로 돌아갔다. 5년의 ‘연성(軟性) 권위주의’를 거쳐 1992년 대선에서 YS가 이겼으나 민주화세력의 온전한 승리는 아니었다. 1990년 노태우-YS-JP(김종필) 연합의 ‘김대중 배제(排除)’가 승리의 발판이었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의 초점은 오히려 정주영의 출마였다. 이는 박정희 정권 이래 지속된 권력과 재벌의 수직적 종속구조가 해체됨을 의미했다.

1997년 대선에서 DJ가 승리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로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비록 JP와의 호-청(호남-충청) 연대를 통한 지역연합의 한계를 지녔고, 그것이 오랜 기간 DJ 정부의 발목을 잡았으나 국민의 선택에 따른 여야 정권교체는 그 자체로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이란 가치를 지닌다.

2002년 대선에서 비주류 정치인 노무현이 집권에 성공했다. 그것은 지역주의와 개인적 카리스마의 결합으로 이뤄진 양김시대의 ‘형식의 민주주의’에서 ‘내용의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계기였다. 200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변화 요구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념 과잉에다 미숙한 국정운영, 독선과 분열의 리더십으로 시대적 변화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국가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킴으로써 ‘진보좌파의 실패’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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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 언론인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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