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 난 도덕성·해명 없는 사과 ‘닮은꼴’
입매 단점 숨긴 ‘마스크’ vs 커리어 살려낸 ‘스카프’
강남 스타일 여성미 vs 선머슴 같은 화통함
노사모 출신이 만든 ‘건사랑’
‘건사랑’에 맞불 놓은 ‘함께해요’
김혜경 씨(왼쪽). 김건희 씨. [뉴시스, 뉴스1]
두 여성은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점이 비슷하다. 김혜경 씨는 피아노, 김건희 씨는 회화를 공부했다. 졸업 이후 행보는 달랐다. 김혜경 씨는 결혼 후 두 아들을 낳고 줄곧 전업주부로 지냈다. 김건희 씨는 2009년 9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현 코바나)를 설립해 지금껏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마크 로스코전’, 2016년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 2017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 특별전’, 2019년 ‘혁명, 그 위대한 고통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이 그가 기획한 전시다.
정치권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자 리스크’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한다. 두 여성을 둘러싼 의혹 중 일부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이채로운 점은 부정적 이슈가 불거졌는데도 기존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김건희 씨 팬카페 ‘건사랑’이 생겨난 데 이어 1월 19일 김혜경 씨 팬카페 ‘함께해요’(전 ‘국모 김혜경, 경사났네’)가 문 연 것이 대표적이다.
다른 듯 닮은 두 여성의 리스크 관리 방식과 패션 감각, 평소 성격, 재산, 팬카페 현황까지 꼼꼼하게 비교해 봤다.
수치심은 국민 몫
김건희 씨는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시간강사나 겸임교원으로 출강한 5개 대학(한림성심대·서일대·수원여대·안양대·국민대)에 허위 이력을 기재한 이력서를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기강사나 교생실습 경력을 ‘근무’ 혹은 ‘정교사’로 기재하고, 시간강사 경력을 ‘부교수(겸임)’로 기재했으며 협회 및 기업에 재직한 기간과 직위를 실제와 다르게 적고 공모전 수상 실적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이 요지다.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의혹을 제기하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도록 촉구했다. 김건희 씨는 연일 논란에 시달리면서 형사고발까지 당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해 11월 11일 김건희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상습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12월 23일엔 24개 교육시민단체가 김건희 씨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수면으로 다시 떠올랐다. 윤 후보 측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로 김건희 씨가 손실만 봤고 2010년 5월 이후 거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김건희 씨가 당초 알려진 신한금융투자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2009년 12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식 146만 주(약 50억 원)를 거래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건희 씨는 이 과정에서 자금을 대는 전주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건 1월 28일 전직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가 관련 정황을 폭로하면서다. A씨는 언론을 통해 “전직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 씨의 지시로 김혜경 씨의 사적 심부름을 했다”고 주장했다. 배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는 7급 공무원으로, 경기도에서는 5급 공무원으로 김혜경 씨의 일을 도왔다.
국민의힘은 2월 3일 “김혜경 씨가 음식 배달과 집안일 등 사적 심부름에 공무원을 동원한 것은 물론이고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다른 사람 명의로 처방전을 불법으로 받게 했다”며 이 후보와 김혜경 씨 등 관련자 5명을 국고손실과 직권남용,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원지검이 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하자 국민의힘은 공수처에도 같은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1월 30일에는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이른바 ‘혜경궁 김씨 의혹’의 재수사를 요구하며 검찰에 고발한 사건도 경찰로 이첩돼 있다. 2월 14일에는 김혜경 씨가 경기도 공무용 차량을 병원 진료 등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당국이 선거 기간에 김혜경 씨나 김건희 씨를 조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경 조사 자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대선후보 배우자를 조사하기가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사과 때도 이미지 브랜딩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배우자 리스크가 커지자 양측은 적극적 해명보다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자칫 말실수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까 우려해서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억측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김건희 씨는 지난해 12월 26일, 김혜경 씨는 2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도 했다. 두 여성 모두 사전에 감수한 사과문을 들고 언론 앞에 섰다. 불리한 진술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건희 씨는 기자들과 묻고 답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김혜경 씨는 취재진 질문에 원론적 얘기만 되풀이했다. 두 사람 모두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나 반박조차 하지 않았다. 법조인들은 “고도의 전략에서 나온 전술”이라고 평했다. “해명은 없고 사과문만 있었다”는 촌철 비평도 나왔다.
김건희 씨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부분도 있었다. 돌이켜 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과문에 남편을 향한 미안함을 담아 “누구에게 사과하기 위한 회견이냐”는 원성도 들었다.
이 사과문은 윤석열 후보가 직접 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에 대한 자세한 해명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로 대신했다. 답하기 거북한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이 부족했다.
김혜경 씨도 사과문을 읽었다. “내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고,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공사 구분을 명확히 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 모든 것이 내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라고도 했다. A씨에게 음식 배달 및 의약품 대리 수령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배씨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그렇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심리학자는 “김혜경 씨가 ‘도움’과 ‘받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은 배씨가 주는 친절을 수동적으로 받았을 뿐이고, 배씨가 다른 공무원에게 지시한 일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마와 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부인 김혜경 씨가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신년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정치인과 기업인의 이미지 컨설팅을 해온 박영실 박사는 “김건희 씨가 연출한 헤어스타일은 미셸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부인 시절 선호한 볼륨 인 컬 단발머리”라면서 “머리 안쪽에 볼륨을 넣어 머리카락이 풍성한 느낌을 주고 나이보다 어려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분석을 더 들어보자.
“단발머리에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슈트를 착용한 것은 전문직에 종사하며 사업체를 운영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 이슈가 있지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고 성공을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는 것을 이미지로 보여준 것이다.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의 갭 차이가 적을수록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진실로 믿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정적 인식이 자연스럽게 희석된다.”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 윤혜미 YHMG 대표는 “김건희 씨가 셔츠 위에 넥타이를 연상시키는 블랙 스카프를 늘어뜨린 것이 화룡점정”이라고 평했다. “스카프는 넥타이에서 탄생한 것”이라며 “스카프를 넥타이처럼 연출해 독립적이고 전문성이 강하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각인시켰다”고도 했다. 그는 “예전에 큐레이팅할 때 입던 옷을 일부러 다시 입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는 일하는 여자고 사회적 명예가 소중하다’는 점을 옷으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경 씨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때 마스크와 슈트 색을 베이지로 ‘깔맞춤’했으며 굽 없는 신발을 착용했다. 원래 쇼트단발이던 헤어스타일을 김건희 씨처럼 뒷목을 덮는 긴 단발머리로 바꿨다. 대신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 이마가 훤히 드러나게 했다.
박영실 박사는 “김건희 씨가 스타일링을 통해 세련되고 품격 있는 이미지를 자아냈다면 김혜경 씨는 수수하고 서민적 느낌을 강조했다”고 평했다. 김혜경 씨는 이재명 후보와 동행할 때 남편 의상에 들어간 색상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옷과 ‘깔맞춤’하는 것을 즐긴다. 이에 대해 박 박사는 “남편과 일심동체임을 강조한 스타일링”이라고 설명했다.
윤혜미 대표는 “김혜경 씨가 최근 헤어스타일을 긴 단발로 바꾸고 앞머리를 넘겨 단점을 커버했다”며 “무엇보다 마스크를 착용한 게 신의 한 수”라고 말했다.
“입이 돌출되고 큰 타입이라서 입언저리에서 표정이 많이 나온다. 입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고 눈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신뢰감을 주려고 할 때 눈을 보여주곤 한다.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 이마를 드러냄으로써 입으로 향할 수 있던 시선이 위로 올라왔다. 불쑥 튀어나온 입으로 인해 이마만으로는 시선을 옮기는 데 한계가 있었을 텐데 마스크가 다 가려주니 눈이 더 또렷해 보였다. 눈이 예뻐 보인 데다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발산했다. 코로나19가 김혜경 씨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김혜경 씨와 달리 김건희 씨는 포커페이스가 가능한 입매를 지녔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고 입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기자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김혜경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사근사근한 말투에서 여성미가 물씬 풍겼다. 내숭을 떠는 성격도 아니었다. 최근 불법 의전 논란을 일으킨 전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 씨가 당시에 인터뷰 일정을 조율했으며 김씨를 수행했다.
김혜경 씨와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는다는 사업가 B씨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소탈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혜경은 평소에 옷을 정말 예쁘게 입고 다닌다. 강남 스타일의 예쁘고 길쭉길쭉한 여자다. 그런데 이태원 같은 곳에서 옷을 사 입는다. 명품을 안 입는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이다. 몸매는 적당히 가늘고 매끈하다. 한여름에 만났는데 나시 원피스가 참 잘 어울렸다.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의 건강미가 느껴졌다. 평소에 엄청 잘 웃는다. 씀씀이는 헤프지도 짜지도 않다.”
소탈 vs 화통
지인들이 평하는 김건희 씨는 ‘선머슴’이다. 한 지인은 “여자 건달 같다”면서 “쿨하고 화통하다. 좀스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통 큰 남자 같다. 돈 씀씀이는 잘 모르겠으나 마음 씀씀이는 넉넉하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두 여성과 모두 교분이 있다는 C씨는 “둘 다 화끈하다”면서 “김혜경 씨가 더 여성스럽고, 김건희 씨는 더 시원시원하다”고 평했다.
재산은 김건희 씨가 김혜경 씨보다 많다. 대선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 정보에 따르면 이 후보 부부의 총재산은 32억1716만1000원이다. 이 중 김혜경 씨 재산은 9억9229만5000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164.25㎡) 지분 50% 6억6550만 원, 저축예금 1억6945만4000원, 보험 5890만2000원, 예탁금 9654만9000원과 2006년식 뉴체어맨 3199㏄(378만 원)을 이 후보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윤 후보가 선관위에 제출한 부부의 총 재산은 77억4534만3000원이다. 윤 후보 명의 재산은 8억4632만8000원, 나머지 68억9901만5000원이 김건희 씨 소유다. 재산의 대부분은 저축예금이다. 김건희 씨 소유 저축예금이 50억5357만5000원에 달한다. 김건희 씨는 경기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임야와 창고용지, 대지, 도로 등 토지, 서울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복합건물 등도 보유했다.
두 사람은 정치인 배우자로는 이례적으로 팬덤을 갖고 있다. 네이버에 개설된 김건희 씨의 공식 팬카페 ‘건사랑’은 2월 16일 현재 회원 수가 7만 명이 넘는다. 1월 15일까지 200명이 채 안 되던 회원 수가 2월 16일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7시간 녹취 음성파일’ 중 일부를 방송한 후 회원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카페 매니저 ‘북멘’에 따르면 방송이 나간 다음 날부터 6일 동안 하루 1만 명씩 회원이 늘었다.
건사랑 vs 국모 김혜경
김건희 씨 팬카페 ‘건사랑’ 회원이 만든 포스터. [건사랑 홈페이지 캡처]
“언론 취재를 피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김건희 씨의 목덜미를 누르며 데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봤습니다. 지지 기반이 약해 저런 대접을 받는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활동하던 부동산스터디 카페의 200명 남짓한 회원들과 의기투합해 ‘건사랑’을 만들었죠.”
카페에 들어가면 김건희 씨의 얼굴 사진을 이용해 만든 다채로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대문에 걸린 ‘아토믹 블론드’와 ‘원더우먼’ 포스터는 공개되자마자 화제를 모았다. “정권교체를 위해 그녀가 온다, 공작질은 끝났어”라는 내용의 카피를 적은 포스터도 있다.
‘북멘’은 “카페에 민주당 지지자였던 이들이 많아 재미있는 포스터나 영상을 잘 만든다”며 “나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이라고 밝혔다. 또 “카페에 민주당이나 노사모에서 선거를 돕던 사람들이 꽤 있다”면서 “김건희 씨를 응원하는 마음을 갖고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건사랑’이 화제를 모으자 김혜경 씨 지지자들은 1월 19일 네이버에 김혜경 팬카페 ‘함께해요’(옛 ‘국모 김혜경 팬카페 경사났네’)를 개설했다. 9명으로 출발한 이 카페 회원 수는 2월 16일 현재 3만3800명을 넘어섰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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