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호

4·13 | 총선 후폭풍

격돌! 반기문 대망론 vs 野후보 백가쟁명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6-05-02 07: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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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정계 개편, 野 국민의당 통합론
    • 與 충청라인(서청원·윤상현·성일종), 潘 대통령 만들기
    • 더민주, ‘문재인 대권, 김종인 당권’ 전략
    • 안철수, ‘호남선’(천정배·박지원·정동영)에 포위
    야권에 기회가 왔다. 무려 10년 만이다. 이번 총선에서 졌다면 50년 정도는 꿈꾸기 어려웠을 정권교체다. 보수세력으로서는 정말 뼈아픈 대목이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50년 보수 집권의 기반이 다져졌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을 더하면 167석이다. 야당은 비례대표 정당득표율도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국민의당이 28.2%, 더민주당이 23.3%를 얻어 야권 지지는 51.5%였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55.8%의 지지를 보낸 곳이다. 20대 총선은 19대 총선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졌다. 5060세대의 인구 비중이 높아진 까닭이다. 그런데 이들도 돌아섰다. 운동장이 뒤집힌 것이다.   



    오만해질 더민주당

    더민주당은 일약 제1당으로 등극했다. 벌써 승리감에 도취한 증거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아예 정식 당 대표로 앉힐 움직임이다. “호남이 지지를 철회하면 정계 은퇴하겠다”던 문재인 전 대표도 물러날 생각을 접은 듯하다. 심지어 정청래 의원은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세력과 친노(親노무현) 성향 결집이 선전(善戰)의 주 이유”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더민주가 이긴 것은 맞다. 그렇다고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진 못했다. 선거 막판에 국민의당과 전략적 표심(票心) 단일화를 이뤘다면 가능했을 일이다.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에서 간발의 표차로 놓친 의석들이 이를 방증한다. 국민은 기꺼이 더민주에 표를 줄 마음이 있었지만 결국 못 받아 챙긴 셈이다. 수도권 압승도 국민의당 지지층이 전략적 선택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까지 흡수함으로써 더민주에 유리한 판세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대표의 대선 단일화 양보에 고마워하지 않는 더민주당 내 친노·친문(親문재인) 세력은 이번에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번 승리를 자력으로 일군 것으로 착각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아전인수 격 해석과 오만함만 도도하다. 더욱이 친노·친문 계파공천 결과 더민주당 내 계파정치는 더 강화됐다. 이들이 나아갈 길은 뻔하다.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참여정부 재건’ 기치를 내걸 것이다.



    복잡해질 국민의당

    일약 다크호스로 떠오른 국민의당은 야권 텃밭을 장악한 것은 물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더민주를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서울 강남 3구는 물론 영남에서도 득표력을 보여줌으로써 더민주당이 갖지 못한 확장성을 입증해 보였다.

    차기 총선에서 경쟁력을 지닌 후보를 낸다면 수도권은 물론 영남에서도 대량 당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은 확실히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이는 기회 변수임이 분명하지만 위기 변수이기도 하다. 사안별로 새누리당 또는 더민주당과 협력하는 사이 자칫 선택을 잘못할 경우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 새누리당과 협력할 때마다 더민주당은 ‘새누리당 2중대론’을 꺼내들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더민주당 2중대론’으로 공격할 것이다. 중심이 흔들릴 경우 당 내분이 격화할 우려도 있다. 국민의당은 총선 초반에 이미 더민주당의 ‘통합 제의’에 크게 흔들렸다.

    참여한 정치인들의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배경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중량급 정치인이 적지 않다. 텃밭인 호남 지역만 하더라도 광주를 대변하는 천정배, 전남을 대변하는 박지원, 전북을 대변하는 정동영이 존재한다. 모두 대권주자급이다. 더욱이 호남에서 압승한 까닭에 이들이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더 복잡해진 것이다.


    치열해질 대권 경쟁

    이미 총선 과정에서 대권주자 일부가 무대에 올랐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국회정치를 끝내고 더 큰 정치를 하겠다고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것은 물론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박진 전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급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물론 낙선으로 기세는 한풀 꺾였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당선됐더라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측근들을 출마시키며 당내 조직 강화에 나섰지만 모두 낙선함으로써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총선 패배에도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살아남아 대권 도전 의지를 불태운다.

    새누리당 내 대권주자들이 총선 패배로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다시 ‘반기문 대망론’이 고개를 든다.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핀 서청원 의원은 8선(選)에 올랐고, 그 실행 역할을 맡아 충청포럼 회장이 된 윤상현 의원은 녹취록 공개 파문에도 당선돼 복당을 추진 중이다. 충청포럼 전 회장으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를 추진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 성일종 씨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의 밑그림이 완성된 모양새다.

    대표직 사퇴 이후 백의종군하겠다던 문재인 전 대표 역시 김종인 대표의 만류에도 총선 지원에 나섰다. 김 대표가 호남 방문을 극구 말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지지를 철회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총선 승리로 몸값이 올라간 김종인 대표가 ‘킹메이커’보다는 ‘킹’에 도전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김 대표는 이미 관훈토론회에서 ‘더 이상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김부겸 전 의원의 부상도 점쳐진다.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친문 세력은 김 전 의원에게 차라리 당권을 맡기고 싶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권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김부겸 전 의원은 이미 ‘제2의 노무현’이 됐다. 더욱이 4선 국회의원으로 정치력 면에서 초선 문재인을 압도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분간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 총선 성적도 좋을 뿐만 아니라 총선 과정에서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국민적 기대감이 크다. 앞서 지적했듯이 국민의당 내에는 안 대표 이외에도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의원, 정동영 전 장관 같은 거물 정치인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다. 야권 장외에는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도 있다. 이들 역시 이번 총선 지원에 나서 몸풀기를 마쳤다.



    까다로울 국회 운영

    그 어떤 정당도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 그리고 여야 대권주자들이 본격 행보에 나서는 상황이 결합하면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협치(協治)다. 야당과 국회를 압박하는 대통령에게 소통에 나서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우리 정치권이 이런 민심에 따를까. 대선에서 이기려면 그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계파공천 결과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 계파주의가, 더민주당 내에서는 친노·친문계 계파주의가 더 강화된 것이 문제다. 이들은 이제까지 그러했듯 앞으로도 민심을 계파 기득권에 버무려 오독(誤讀)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아전인수 격 해석이 난무하면 민심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민심 전도사’를 자처할 대권주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특히 비주류에 속한 대권주자들은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에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 모든 불협화음의 조율을 3당 원내 지도부가 해내야 한다. 여러모로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계 개편?

    새누리당은 일단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들의 복당을 추진할 것이다. 벌써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제1당의 지위를 회복할 것이다.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독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해 불편할 것이고, 그래서 인위적 정계 개편으로 시선이 간다. 국민의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싶은 마음도 들 것이고, 성향이 비슷한 다른 정당 국회의원을 빼오고 싶은 마음도 든다. 또는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 야권 당선인을 가능한 한 많이 탈락시킨 다음, 재·보선으로 의석을 되찾고 싶은 욕구도 뿌리치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공작 정치 또는 인위적 정계 개편에 대한 국민적 심판 기조를 고려하면 선뜻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더민주당 내에서는 다시 국민의당과 통합론이 힘을 받을 것이다. 물론 더민주당 주도의 통합이다. 국민의당이 여기에 응할까. 총선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 야권 텃밭 확보에 여타 지역 확장성까지 입증한 국민의당이다. 당연히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설령 대선 역시 3자 구도로 치러 패배하더라도 차기 총선에서는 제1당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민의당 내 대권주자들이 2017년 대선에서 반드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만 접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결국은 양자택일?

    총선에서 황금분할의 현명한 판단을 내려줬지만 국민은 또다시 싸움만 치열하게 벌이는 20대 국회를 바라보며 좌절감을 느껴야 할지 모른다. 속절없이 2017년 대선 투표일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런데 여야가 국민의 선택 폭을 좁히려들 것 같아 걱정이다. 당내 기득권 구조를 십분 활용해 대권주자를 아예 친박계 인물과 친노·친문계 인물로 한정해 내놓는 방식이다. 이 경우 국민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양자택일을 해야만 한다. 그나마 국민의당이 독자적으로 후보를 낸다면 3자택일로 선택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양자택일에서는 황금분할의 묘수도 찾기 어렵다. 결국 각 당의 경선 과정에 적극 참여해 원하는 후보가 본선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이것은 투표장에 나가는 30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해내는 국민이 선진 민주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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