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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왜 죽었나

김진수 기자의 밀착 추적기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은 왜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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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과수, “장씨 사인은 의심할 여지없는 자살”
  • ● 처음부터 자살 확신한 검찰의 ‘축소수사’
  • ● 동방금고 이후 모든 금고사건엔 ‘로비’없다?
  • ● “야당, 펀드 가입자 명단 보지도 않더라”
  • ● 무위로 끝난 금감원의 ‘장래찬 체포조’
  • ● “엉뚱한 차량번호로 장씨 승용차 수배”
2000년 10월31일 오후3시50분 서울 관악구 봉천4동 한조장. 이 여관 203호실에서 전날 밤 혼자 투숙했던 한 50대 남성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욕실 수건걸이에 나일론끈으로 목을 맨 채 숨진 변사자의 신원은 그가 남긴 신분증을 통해 곧 확인됐다.

장래찬(張來燦·당시 53세).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1국장을 거쳐 분쟁조정국장으로 있다 2000년 9월 보직해임된 뒤 금융연수원에서 연수중이던 그는,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 사장이 동방금고와 대신금고에서 637억원을 불법대출받은, 이른바 ‘동방금고 불법대출 및 금감원 로비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던 터였다.

검찰에 수배중이던 장씨의 혐의는 동방금고 사건과 관련, 정씨가 주가조작을 위해 조성한 사설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손실 명목으로 3억5900만원을 챙긴 것, 금감원 로비 창구 역할을 하며 동방금고측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것 등이다. ‘정현준 게이트’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로 알려진 그는 10월23일부터 9일째 잠적중이었다.

그의 죽음은 검찰수사가 미궁으로 빠져듦을 의미했다. 동시에 또 다른 미스터리의 재생산을 뜻했다. 동방금고 사건의 최대 쟁점은 정·관계 고위 인사의 관련 여부에 있었다. 정치인 또는 정부기관 실력자가 정씨의 사설펀드에 투자했거나 로비를 받았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장씨의 죽음으로 무성하게 불거진 각종 의혹들 가운데 명쾌하게 해명된 것은 거의 없다. 현 시점에서도 그의 죽음과 관련해 베일에 가린 부분이 적지 않지만, 사건은 세인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다.



그로부터 2년3개월이 흐른 지금, 당시의 관련자들은 장씨의 죽음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사건 당시 가장 무성했던 의혹은 단연 장씨의 사인(死因)에 관한 것이다.

‘너무도 명백한’ 자살?

당시 야당이 제기한 타살 의혹은 장씨가 자신의 키(180cm)보다 낮은 160cm 높이의 수건걸이에 목을 맨 점, 벽을 등진 상태에서 어깨는 축 늘어졌으며, 엉덩이는 바닥에서 조금 떨어진 채 두 발뒤꿈치만 욕실 바닥에 닿아 있었다는 점 등으로 집약된다. 타살 의혹은 장씨가 죽은 지 1년이 훨씬 지난 2001년 12월 야당에 의해 다시 한번 제기됐다. 당시 야당은 ‘장씨가 목을 맨 끈의 매듭이 전문산악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프루지크 매듭(Prusik knot, 넥타이 매듭처럼 길이 조절이 쉬운 매듭)이란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법의학적으로 볼 때 장씨의 사인이 자살이란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듯하다.

“끈을 매단 곳의 높이가 키보다 낮다고 해서 자살하지 못한다는 건 난센스다. 목을 매 죽은 변사, 즉 ‘의사(縊死)’의 99%가 자살로 판명난다. 대개 의사자들은 자기 키보다 낮은 곳에 목을 맨다. 오히려 대롱대롱 매달린 의사자에게서 살해당한 뒤 자살로 위장된 사례가 훨씬 많다. 장씨 사체를 부검한 결과 사인은 의사임이 명확했다. 앉은 자세로 숨진 것에 의혹이 일기도 했지만, 부검 결과 그의 엉덩이 아래쪽 혈관에 혈액이 몰려 출혈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미뤄 그 자세 그대로 죽은 게 확실했다. 사체 상태로만 봤을 때 타살 정황이 될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국과수팀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도 ‘터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숨진 장씨가 발견된 바로 다음날 그의 사체를 부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이한영 법의학과장의 말이다. 그의 부연 설명.

“정상적인 반항능력을 지닌 사람을 살해하려면 여러 명이 합세해야 하고 반항과정에서 피살자의 손과 팔 등에 반드시 작은 상처라도 남게 마련이다. 만일 자구(自救)능력이 없는, 즉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목을 매달아 살해했다면 약물투여 흔적 등 피살자를 항거불능케 한 외력(外力)의 흔적이 남아야 한다. 또 만일 목 졸라 살해한 뒤 끈을 목에 매 자살로 위장했다면 피살자의 목 안쪽 근육층에 출혈 흔적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장씨의 경우 목을 맨 끈의 흔적 외엔 신체의 어떤 부위에도 손상이 없었고, 약물투여 흔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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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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