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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소주식 경영’으로 ‘강성노조’ 다루다 빚은 비극

두산중공업 근로자 배달호씨는 왜 분신자살 택했나

‘山소주식 경영’으로 ‘강성노조’ 다루다 빚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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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측이 출처불명의 자료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회사를 비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런 식의 현장통제는 한 적 없다는 단언이었다. 그러나 보름 뒤인 2월12일 대책위가 새로운 문서를 공개하자 그에 대한 회사측 해명은 달라졌다. “불법폭력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각 BG(Business Group·두산중공업에는 사업부문별로 7개의 BG가 있다), 부서별 노무관리는 당연한 일이며, 실무자의 개개인 성향 파악은 노무활동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미 부당노동행위 여부에 대한 노동부 특별조사가 진행중인 시점이었다.

2월12일 대책위가 공개한 문서는 지난해 4월 작성된 회사측의 ‘신노사 문화 정책 실행방안’이라는 대외비 문건. 문서에는 2004년까지 3단계 전략을 수립해 ‘Opinion Leader 밀착관리’ ‘의식 개혁활동’ ‘계파활동 차단’ 등 8가지 세부계획을 세워 노조를 ‘건전세력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은 잔업과 특근, 진급 차별과 함께 ‘방치’로 분류한다는 실행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2월14일 회사측은 “노조측이 설 연휴기간 터빈공장 등에 침입해 방대한 양의 서류를 절취했다”며 대책위측을 특수절도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소했다. 역으로 이를 통해 이 문서들이 회사측에서 작성한 것임은 입증된 셈이다.

‘시신 탈취를 경계하기 위해’ 불침번을 서는 대의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노조 사무실 한구석에서 언뜻 잠이 든 새벽, 기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만나고 싶다는 한 관리직 직원의 전화였다. 본관 옆으로 가겠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남들의 눈이 있으니 회사 밖으로 나가자”고 제의했다. 마산만을 끼고 뻗은 한적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던 이 직원은 인적이 없는 음식점 앞에 차를 세운 후 두산중공업의 노무관리 시스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었다.

“중앙에는 노무팀과 노사문화팀이 있고, 현장근로자가 많은 4개 BG에는 BG별 노무팀이 따로 있습니다. BG노무팀은 지난해 47파업 기간 중에 노사문화팀과 함께 생겼죠. 현장 엔지니어 출신들인 이들 BG노무팀은 직접 현장 사람들을 관리합니다.



공식적으로 노조의 카운터파트는 노무팀입니다. 그러나 집행부 개개인에 대한 밀착마크나 정보수집 등 은밀한 업무는 노사문화팀이 담당합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회사 안의 기무사인 셈이죠. 노무팀(17명)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이뤄진 노사문화팀(8명)은 노무팀과는 아예 라인도 다릅니다. 노무팀은 관리본부 소속이지만 노사문화팀은 부사장 및 담당 상무보 직속입니다. 노사문화팀장은 2000년 1월 관리자 명예퇴직 당시 인수도 끝나기 전에 그룹에서 건너와 인사팀장을 맡았던 홍모 부장입니다.”

노무팀과 노사문화팀은 각 BG노무팀의 보고도 별도로 받으며 최고경영진이나 그룹에 대한 보고도 별도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경쟁을 통해 더 치밀한 노무관리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구조였다.

“노조측이 자료를 공개하고 나서 각 노무관련 팀에는 비상이 걸린 모양입니다. 노동부 특별조사를 앞두고 관련자료를 대부분 폐기했다고 하더군요. 특별조사가 대단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할 겁니다. 어쩌면 면죄부를 주는 수순으로 악용될 수도 있고요.”

말을 마친 이 직원은 공장 내 한적한 길목에 기자를 내려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멀리 출근하는 근로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산별노조’의 실책

‘동지들이여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주기 바란다. 불쌍한 해고자들 꼭 복직 바란다.’

- 배달호씨의 유서 중에서

공장의 아침은 분주하다. 오전 7시, 배달호씨가 일했던 보일러공장 한 켠에 마련돼 있는 탈의실에서 근로자들이 작업복을 갈아입고 있었다. 김창근 금속노조 위원장이 방에 들어섰다. 분신사건 이후 아침마다 열고 있는 조회를 갖기 위해서다.

“형님, 시간 좀 내 주세요. XX야 많이 바쁘냐? 잠깐이면 된다.”

“죄송합니다. 내 급히 좀 가볼 데가 있어서요.”

옷을 갈아입은 근로자들이 어렵사리 바닥에 앉았지만 김위원장과는 선뜻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회사와의 협상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김위원장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다.

두산중공업 노조의 정식명칭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경남1지부 두산중공업 지회’다. 김창근 위원장은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다섯 번에 걸쳐 회사 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2001년 2월 금속노조 결성은 사실상 두산중공업 노조가 주도한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재 두산중공업 지회의 대표는 박방주 지회장이다. 회사측은 배달호씨의 자살 이후 금속노조와 김위원장이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외부세력 개입’이라고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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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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