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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그냥 외로워서 오는 거죠”

‘젊음의 해방구’ 사교클럽 체험기

“연애? 결혼? 그냥 외로워서 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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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파티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스탠딩파티로 이어진다. 와인 혹은 맥주잔을 들고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낯선 이들과 얘기를 나눈다. 스탠딩파티의 룰은 절대 앉으면 안 된다는 것. 조금만 앉아 있어도 촌스럽다는 듯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끊임없이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니 이름도 얼굴도 기억할 수 없다. 아주 짧은 대화 몇 마디로 사람들을 알 수는 없는 노릇. 같은 디너테이블에 앉았던 강씨가 다가와 처음 온 내게 귀띔을 해준다.

“아마 대개 남자들이 파티에 온 이유를 물어볼 거예요. 애인을 만들고 싶어서 오는 이들도 있지만, 하룻밤 상대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죠.”

담당 클럽매니저가 다가와 내게 한 여자를 소개시켜준다. 피아니스트인 전씨(여·34)가 이 클럽의 정회원이 된 것은 겨우 두 달, 그 사이 파티에 참석한 것은 오늘로 세 번째란다.

“토요일 밤을 혼자 보내긴 싫어요. 파티가 끝나고 나서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나가서 한잔 더 하면 주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죠.” 그녀는 현재 혼자 살고 있다. 애인과 헤어진 지는 오래다. 나이가 들고 보니 친구들은 모두 결혼해서 만날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어지고 얘기를 나눌 친구도, 애인도 없어 외롭기만 하다. 그러다가 알게 된 곳이 사교클럽. 용기 내어 찾아 온 이곳이 지금 그녀에겐 해방구가 되었다.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그녀와 나 사이에 끼어 인사를 건넨다.



“처음 오셨나요? 저는 매주 파티에 와요.”

대기업 H사에 근무한다는 그는 쾌활하고 솔직함이 매력인 쿨한 남자였다.

“여기서 다양한 여자들을 만났어요. 난 결혼할 생각은 없으니까, 친구처럼 부담없이 얘기하다 보면 여러 분야의 일을 들을 수 있어 좋죠. 몇 번 더 만나게 되는 여자도 있고 어떤 여자는 친구처럼 계속 알고 지내기도해요. 또 파티에 계속 나오다 보면 자주 마주치기도 하고 그래요.”

결혼 상대자를 만나기 위해 사교클럽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애인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하룻밤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사교클럽을 찾는다. 그런 이들에게 ‘결혼’은 삶을 너무 무겁게, 혹은 자신을 몹시 귀찮게 만드는 단어일 뿐이다. 파티를 즐기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30대 초중반, 나홀로족이 많다. 클럽 S사 안에는 ‘싱글 즐기는 법’을 공유하는 모임이 있는데 회원 수가 다른 모임에 비해 많은 편이다.

결혼이 목적이 아니다

이쯤에서 보면 사교클럽의 개념을 ‘짝찾기’만으로 파악할 것은 아니다.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갈망보다는 외롭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리고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되 구속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만나고 있다. 그러나 물론 이곳에서 만나 결혼을 한 커플도 많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클럽들은 가지각색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남녀 사교클럽임을 명시하고 애인 만들기, 또는 여러 사람 만나기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클럽들이 가장 많지만, 성인 사교클럽도 있다. 그들은 온라인상의 활동이 더 많긴 하지만 가끔 파티에서도 만난다. 그곳엔 부부도 있고 싱글도 있다. 그들은 파티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약속이라도 한 듯 팀을 이뤄 사라지기도 한다. 게시판에 도배된 글들이 대부분 스와핑에 관련된 것들이다. 한 부부가 다른 부부와 스와핑을 원하는 글, 스와핑 경험담, 부부와 스와핑을 하고 싶다는 싱글 남자의 글 등 천태만상이다.

클럽에서 만난 두 쌍의 부부가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들은 저녁을 먹고 모텔에 방을 두 개 잡았다. 그러나 그들은 한 방에 모여 스와핑을 즐겼다. 그러고 나서 그날의 정황을 자랑스럽다는 듯 세세하게 게시판에 올렸다.

사교든, 사랑이든, 유흥이든 모든 클럽은 화려한 불빛 아래 놓여 있다. 그리고 당신을 벨벳카펫 위에 올려놓고 향긋한 냄새로 자극한다. 은밀한 속삭임과 열정적인 몸짓으로. 누가 그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 있을까?

미혼자뿐 아니라 점점 기혼자와 이혼자의 가입이 늘어나고 있는 이 사교클럽들의 생명은 어디까지일까. 급히 불타올랐다가 곧 잿더미처럼 사그라지고 말 것인가. 활활 타오르는 불 속의 다이아몬드로 영원히 지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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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 영 시인·자유기고가 jeffbec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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