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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중산층, ‘교육비 착시현상’에 붕괴 초읽기

“아파트 7억, 예금 3억,연수입 1억? 당신은 69세에 빈털터리가 됩니다”

강남 중산층, ‘교육비 착시현상’에 붕괴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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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 지출 20~40%가 자녀 교육비… 중산층 노후에 적신호
  • ●10년 뒤 미국처럼 중산층 몰락 조짐
  • ●부모 경제력 하강할 때 교육비는 증가
  • ●조기 유학 보낸 두 자녀 대학졸업까지 8억원 소요
  • ●환율하락 믿다 큰코다친다
강남 중산층, ‘교육비 착시현상’에 붕괴 초읽기
국내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허진수(가명·44) 부장은 시가 6억7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은행엔 2억8000만원이 예치돼 있고, 연간 수입은 1억4000만원이다. 별탈이 없다면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회사에 근무할 것이고, 퇴직할 때 2억5000만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슬하엔 고1, 중1 두 자녀를 뒀다. 이만하면 성공적인 삶이다.

경제적으로 계층을 나눈다면 허 부장은 어디에 속할까. 부자 연구의 대가 토머스 스탠리의 재산기대치 공식에 대입해봤다. 재산기대치보다 실제 재산이 많으면 부자라고 할 수 있다.

허 부장의 재산기대치는 ‘나이×연간소득÷10=44세×1억4000만원÷10=6억1600만원’이다.

허 부장은 재산기대치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으므로 부자인 셈이다. 그런데 앞으로 자녀 교육비, 결혼비용 등을 고려해 미래의 자산변동을 예측한 결과 허 부장이 69세가 되는 해 그는 집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허 부장이 죽은 뒤엔 그의 아내가 자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부자 허 부장의 비참한 말로



우선 그의 현재 지출 상황을 보자. 그는 다달이 생활비로 800만원을 쓰는데, 이중 200만원은 두 자녀의 학원비다. 그의 희망대로 10년 동안 회사에서 더 근무한다고 가정하고, 근무기간의 소득증가율은 7%로 잡았다. 퇴직한 뒤 그는 생활비로 월 500만원을 쓸 예정이다. 강남에서 살면서 품위를 유지하자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금부터 허씨 부부가 죽을 때까지 재산이 어떻게 변동하는지 살펴보자(다음 페이지 참조).

허 부장이 퇴직하는 55세, 그의 보유자산은 최고조에 이르며 그후부터는 연금 수령액을 고려해도 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라 자산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두 자녀가 결혼해 목돈이 나가면서 급기야 허 부장이 69세가 되는 해엔 살고 있는 집까지 팔아야 한다. 그의 아내는 남편 사후 더욱 비참한 생활이 예상된다. 자식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만약 자녀가 취직을 하지 못해 국내 대학원이나 해외 유학이라도 가게 된다면 가계는 급속하게 붕괴된다. 게다가 부부가 노년에 병이라도 들면 재산 감소세는 더욱 빨라진다.

노후의 삶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더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은 상당액의 돈이 자녀 교육비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유아원에 들어가서부터 대학 졸업까지 한 가정에서 지출하는 돈의 20~40%가 교육비다. 그만큼 한국 가정은 노후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선진국도 고령화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는 터에, 산업구조가 취약한 ‘어설픈’ 경제대국이자, 비정상적인 교육비를 지출하는 우리에게 고령화와 노후 대책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국가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산층이 과다한 교육비 부담으로 붕괴할 위험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서울 강남에 사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강남 중산층을 겨냥한 폭풍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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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jpcho@wisemento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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