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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뉴요커 워너비’들

‘온스타일’ 채널에 열광, 청담동 멀티숍서 ‘뉴욕 쇼핑’, 주말엔 브런치 카페로

한국의 ‘뉴요커 워너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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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일 아침 7시, 그는 스타벅스에서 영자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 주말 오전 11시, 그녀는 친구들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수다를 떤다. 뉴욕 스타일의 삶을 꿈꾸는 ‘뉴요커 워너비’들.
  • 최근 젊은층 사이에 급증하는 ‘뉴욕 마니아’들은 무엇을 좇고 있을까. 꿈? 문화? 허상?
요즘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주 얘깃거리가 되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캐리, 변호사 미란다, 홍보대행사 대표 사만다, 큐레이터 샬롯 등 꽤 잘 나가는 네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가 그것. 네 여주인공의 성에 대한 솔직한 입담과 화려한 패션이 단연 돋보이는 이 드라마는 2000년 케이블TV를 통해 국내에 처음 방영된 후 ‘신드롬’을 일으키며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20∼30대 여성층에서 뉴요커 스타일을 따라하려는 붐, 이른바 ‘뉴요커 워너비(New Yorker Wannabe)’가 탄생하는 데 큰 몫을 했다(‘∼가 되고 싶다’는 뜻의 ‘워너비’는 1982년 ‘뉴스위크’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이 단어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80년대 중반 가수 마돈나의 패션을 따라 하는 여성팬을 ‘마돈나 워너비’로 부르면서부터다).

“시즌 6에서 캐리가 러시안이랑 강가에서 데이트할 때 입은 검푸른 벨벳재킷이랑 주름치마, 분홍색 니트 모자 있죠? 그게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도대체 어디 제품인지 찾을 수가 없네요. 누가 좀 알려주세요!”

“그 제품은 미소니에서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올슨 자매도 그 모자 썼던데, 아주 예쁘죠.”

‘섹스 앤 더 시티’의 인터넷 팬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처럼 팬카페는 주인공들의 의상과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주인공들이 드나드는 장소의 인테리어 하나하나에까지 관심을 갖고 따라하려는 회원들의 열기로 뜨겁다.

‘섹스 앤 더 시티 신드롬’



한국의 ‘뉴요커 워너비’들
방송국 시트콤 작가인 이모(여·29)씨는 처음엔 작품 아이디어를 얻으려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점점 주인공들의 패션에 더 관심이 쏠렸고, 그들의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보는 재미에 매회 녹화해서 꼬박꼬박 챙겨 보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네 명의 뉴요커를 동경하고 모방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는 것.

“네 주인공은 캐릭터에 따라 각기 다른 스타일의 옷차림을 선보여요. 구치, 샤넬, 펜디 같은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는 물론 로버트 펑크,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와 같은 신예 디자이너의 의상이나 빈티지 제품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죠. 저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를 보는 많은 여성이 화려한 외양의 그들을 부러워하며 따라 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이 걸치고 나온 옷과 구두는 값이 아주 비싸도 방송이 끝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그들이 선택한 디자이너는 풋내기일지라도 주목을 받는다.

캐리 역의 사라 제시카 파커 스타일은 더욱 눈길을 끈다. 모피 코트를 입고 샌들을 신거나,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중성적인 느낌의 체크 모자를 쓴다거나, 소년 같은 옷차림에 로맨틱한 빈티지 핸드백을 코디네이트하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조화시켜 입는 ‘믹스 & 매치 스타일’을 제대로 선보이기 때문. 실제 평범한 뉴요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캐리의 스타일은 블랙 일색이던 뉴욕 맨해튼에 새 바람을 일으키면서 뉴요커의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저도 캐리 스타일을 좋아해요. 하지만 그걸 따라 하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죠. 그런 스타일이 용납되는 것은 바로 ‘철저하게 개성을 존중하는 도시’ 뉴욕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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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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