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 여승무원들. 왼쪽부터 대한항공 김영주·조윤주·김영희, 아시아나항공 정진희·정혜원·엄유란씨.
조씨는 돌발상황 대처능력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개그맨 이혁재가 온몸에 문신을 한 채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안하무인 승객 노릇을 했다. 다른 도전자들은 화를 내거나 쩔쩔맸지만, 조씨는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게 이혁재를 막고 서서 그 자리에서 옷을 입게 했다.
“신혼여행 중인 신부가 제게 ‘왜 남의 신랑을 보고 웃냐’며 억지를 부리는 상황도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눈높이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차근차근 이야기했죠.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떨려요. 저와 나란히 최종 단계까지 갔던 친구도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도전, 함께 입사했어요.”
항공사 승무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보여주듯 ‘꿈의 피라미드’ 대한항공 편에는 수많은 지원자가 몰렸고 시청자의 관심 또한 대단했다. 덕분에 조씨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를 알아보는 승객도 많아 3개월간의 교육을 마치고 비행을 시작하자마자 6개월 동안 “방송에서 봤다”며 말을 건네는 승객을 심심찮게 만났다고. 스튜어디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무척 높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는 그는 그만큼 책임도 커졌다고 했다.
“비행을 시작한 후 화장실 체크를 주로 했어요. 정말 화장실이 이렇게 지저분해질 수 있구나,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날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죠. 그런데 미국인 승객 몇 분이 다가와서는 ‘당신 너무 멋지다. 어느 항공기에서도 이렇게 깨끗한 화장실을 써본 적이 없다. 또 당신처럼 늘 웃으며 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감동했다’고 하더군요. 승무원인 저도 화장실 문을 열면 얼굴이 찌푸려지는데, 승객은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에 깨끗이 청소했거든요. 그런 제 마음이 승객에게 전달된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어요.”
인기 ‘수출상품’
실제로 어느 나라의 항공기를 이용해봐도 한국 항공사 승무원처럼 뛰어난 용모와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여승무원을 만나기 힘들다. 이는 국제기관의 서비스 평가 결과로도 나타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글로벌 트래블러(Global Traveler)’의 기내 서비스(Best Onboard SVC & Flight Attn)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대한항공 역시 전세계 9개 항공사로 구성된 스카이팀(Sky Team)에서 매달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평가에서 승무원 서비스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5월26일 서울-두바이 직항 노선 운항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한 에미레이트항공의 셰이크 아흐메드 회장은 “한국인 여승무원은 최고다. 친절하고 손님이 원하는 서비스를 잘해준다”고 극찬했다. 전세계 95개국에서 승무원을 채용해온 이 항공사는 1998년부터 한국인 여승무원을 뽑아 현재 220명의 한국승무원이 일하고 있다. 이런 비율은 영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다. 이는 한국인 여승무원이 훌륭한 인적 ‘수출상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