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정해 관리 중인 중력점의 일부를 지도상에 표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감사원의 ‘측지기준점 실태 감사 자문보고서’ 및 관련 자료에서 확인됐다. 자문보고서는 감사원이 건설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지 관련 자료와 데이터를 제출받아 전문기관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다. 인공위성으로 지상에 기어다니는 개미 다리까지 셀 수 있을 정도로 첨단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전자지도(수치지형도)를 그리는 데 가장 중요한 측지기준점(삼각점, 수준점, 중력점 등)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 정해진 데다 이후 심각한 정도로 부실하게 관리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 측지측량의 기준점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 일본이 조선 토지조사사업을 시행하면서다. 일본은 이때 측지기준이 되는 측지원점과 베셀 타원체(지오이드)를 우리나라 기준에 맞게 별도로 만들지 않고 편의상 일본 도쿄 원점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기준이 95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
여수·포항 삼각점 위치는 적도
결국 이 때문에 각종 측지기준점이나 지도제작 과정에서 큰 오차가 발생했고, 오랜 세월 그 오차가 누적돼 더욱 커졌을 뿐 아니라 삼각망 등 측지망의 심각한 비틀림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측지기준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삼각점(삼각측량을 할 때 기준으로 선정된 지상의 세 꼭지점)이다. 이 삼각점 세 군데를 이어 삼각형으로 만들고 거기에 다시 같은 구조의 삼각형을 계속 이어서 만든 것이 삼각망이다. 가장 안정적인 구도는 정삼각형으로 이어진 삼각망 구도인데, 삼각점의 오차가 크면 클수록 삼각망의 비틀림이 심해진다.
현재 정부에서 관리하는 삼각점은 모두 1만6355점. 전문기관에서 이를 분석한 결과 심각한 오류들이 발견됐다. 자문보고서에 따르면 삼각점에는 기본적으로 경·위도 좌표, 평면직각 좌표 등이 기록돼야 한다. 하지만 삼각점 관리대장에는 평면직각 좌표는 물론 경·위도 좌표조차 기록돼 있지 않은 삼각점이 수십여 개에 달한다.
일부 삼각점은 강원도 갈말면이나 전남 화천면처럼 우리나라를 벗어나는 경도가 적혀 있고, 일부는 위도가 잘못 기록돼 있다. 가령 전남 여수시 화정면 여지리에 설치된 삼각점 26번의 위도는 0。45′, 경북 포항시 창주면의 삼각점 301번의 위도는 0。2′이다. 두 곳 모두 적도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사용가능 여부 항목에는 모두 ‘사용가능’이라고 돼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기록된 삼각점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국토지리정보원이 1999년부터 삼각점을 정비해온 것을 감안해 이미 정비된 지역들 중에서 임의 추출한 2235개의 삼각점을 분석한 것인데도 결과는 실망스럽다.
벡터값이 10″(평면에서 약 300m) 이상 차이가 나는 삼각점이 195개, 1″(30m) 이상 101개, 0.1″(3m) 이상 139개 등 국가좌표변환계수의 오차범위인 1m를 넘는 삼각점이 435개로 무려 2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