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7大 경찰개혁’고삐 조이는 조현오 경찰청장

“돈 받고 빽 받아 인사 하면 영(令)이 서겠나”

  • 배수강│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sk@donga.com

    입력2011-04-20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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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명 못 될 사람이 임명됐다…편하게 일한다
    • 경찰 ‘줄서기’ 만든 윗사람들 잘못…국민 보고 줄서야
    • ‘함바 비리’ ‘전의경 가혹행위’는 부패 척결 호기였다
    • 성과주의로 끌고 가지 않으면 경찰 붕괴
    • 나를 음해하고 욕했던 사람들 다 안다
    • 노 前 대통령 차명계좌 질문엔 “전문 읽어보셨나요”
    • 차기 청장 내정說…“얘기 들었다. 그렇게 하겠어요?”
    ‘7大 경찰개혁’고삐 조이는 조현오 경찰청장
    인터뷰 대신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했다면, 기자는 그가 경찰이 아니라 오페라 베이스 가수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단 두 차례를 빼고는, 3시간가량 계속된 인터뷰에서 그는 배에서 우러나오는 중후한 저음을 한결같이 유지했다. 공과(功過)를 떠나, 목소리로 신뢰감을 불어넣었다면 그에겐 복이다. 하긴, 오페라 공연에서 베이스 가수가 맡는 대표적인 배역이 왕이나 제사장, 간수장, 원로기사임을 떠올려보면 경찰도 목소리에 맞는 배역이리라.

    조현오라는 이름이 국민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지난해 6월경. 서울 양천서 강력팀 경찰관 5명이 피의자 6명에게 수갑을 채운 채 팔을 꺾어 올리는 이른바 ‘날개꺾기’ 고문 등 가혹행위 혐의가 드러났고, 곧이어 채수창 당시 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사건은 과도한 실적주의의 산물’이라며 조현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한 ‘항명파동’이 그 발단이었다.

    8·8 개각으로 경찰청장에 내정된 이후 그의 이름 석 자는 더욱 깊이 각인됐다. 서울경찰청장 시절이던 2010년 3월31일 서울청 소속 5개 기동단 팀장급 464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 동영상이 보도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족의 ‘동물처럼 울부짖는 모습’ 발언은 청문회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올 1월 ‘함바 비리’까지 감안하면 역대 경찰청장 중 조 청장처럼 취임 전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경찰청장도 드물다. 그러나 거기까지. 더 이상 경찰 관련 뉴스는 드물었다.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잘한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4월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장 접견실에서 만난 조현오(56) 경찰청장은 평온한 낯빛이었다.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굵은 목소리, 주먹을 쥐면 툭 튀어나오는 정권(正拳)은 그의 성품과 무골 기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임명되지 못할 사람이 임명됐다”는 말로 시작한 인터뷰는 쉬는 시간 없이 작은 수첩과 물 두 잔을 앞에 놓고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열심히, 마음 편하게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경찰청장에 내정되자마자 ‘동영상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임명되지 못할 사람이 임명됐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못하면 언제든 물러날 각오입니다.”



    “감동 주지 못한 경찰활동 해왔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 담아 온 듯했다. 처음 1시간가량의 인터뷰는 그렇게 그가 준비한 얘기로 채워졌다.

    “국회에서 이런 얘기를했더니 비아냥거리는 국회의원도 있었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처럼 유능한 경찰이 없어요. 4대 범죄만 놓고 보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7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범죄 발생률은 5분의 1 수준, 강도사건은 11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는 경찰이 완벽에 가깝게 뒷받침했습니다. 미국 신문도 한국 경찰의 집회 시위 관리능력을 배워야 한다고 썼습니다. 경찰 본연의 의무가 강력범죄를 막고 사회질서를 잡는 거 아닙니까. 경찰의 봉사와 희생으로 우리 치안이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 국민도 그렇게 본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민이 경찰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느냐. 행태가 좋지 않아서 그래요. 경찰은 그동안 상사가 시키니까 기계적으로 해왔습니다. 인정합니다. 어떻게 잘하고 필요한 일을 하기보다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도 있었어요. 일은 열심히 하고, 완벽한 치안상태 유지했지만 감동을 주지 못한, 그런 경찰활동을 했다 이겁니다. 이건 계급 높은 사람들의 잘못입니다. 원죄도 있고….”

    ▼ 원죄라고 하면….

    “경찰사(史)를 보면 일제강점기 끝나고 나서 경찰의 85% 정도를 일제시대 경찰로 충원했어요. 일제 경찰의 잘못된 행태를 버리지 못해 지금까지 그 원죄를 안고 있습니다. 이젠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갈 때가 됐어요.”

    ▼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간다?

    “법령, 제도, 관행, 인식 모두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봐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그런 방법으로 가야한다 이겁니다. 기본과 원칙, 경찰 본연의 임무가 범죄예방, 검거, 사회질서 유지 이런 거 아닙니까. 이런 임무에 충실하려면 활동의 준거, 즉 기본과 원칙이 필요하다. 우리 몸에 배어 있던 잘못된 것을 과감히 틀어내야 한다는 거죠.”

    그가 꼭 하고 싶어한 말은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7대 경찰개혁’이었다. 7대 경찰개혁은 △친서민 경찰활동 △법질서 확립 △인사정의 실현과 부패비리 척결 △직급구조 개선 △보수체계 개선 △근무체계 개선 △소통과 화합이다. 그는 청장 취임 이후 ‘원칙과 기본 구현단’을 만들어 이러한 개혁을 이끌고 있다.

    ‘원칙과 기본 구현단’ 만들어 개혁 추진

    ▼ 개혁의 방법은 성과와 인사입니까?

    “저는 인사를 잘합니다. 제 경력을 보면 경찰 제대로 하겠나 싶죠?(웃음) 그래도 기본을 잃지 않으려고 해왔고, 특히 인사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는 부산고를 졸업하고 1975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1981년 15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1989년까지 외무부에 근무하다가, 1990년 만 35세의 나이로 경정 계급장을 달고 경찰이 됐다.

    “경찰의 고질적인 문제가 ‘줄서기’입니다. 올해 1월 인사에서는 과감하게 부정적인 요소를 걷어냈습니다. 나를 욕하고 음해했던 사람이 누군지 다 알고 있지만, 그 직원들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은 주지 않았습니다. 중요 보직 그대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어요. 내가 인사 상 불이익을 주면 또 줄서기 나올 거 아닙니까. 줄서기 없애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 인사를 할 겁니다.”

    ▼ 결국 성과인데요, 욕을 많이 듣지 않았습니까.

    “욕? 성과주의요? 많이 들었죠. 성과주의는 부산경찰청장 할 때 도입했는데, 그때는 2008년 경기 안양시 초등생 살인사건(예슬·혜진양 사건)으로 연초부터 경찰 비난보도가 봇물을 이룰 때였어요. 아마 촛불집회가 아니었으면 경찰 비난 보도는 계속됐을 것이다. 당시 (부산의) 남산동, 민락동, 남천동 시민들에게 들어보니 ‘112에 신고해도 경찰이 나타나지 않는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 연구 결과는 어땠나요?

    “15명이 1개 팀인데, 실적을 비교해보니 1등 팀과 꼴찌 팀 실적이 1228배 차이가 났어요. 이건 정원 조정이 잘못됐거나 조직관리가 잘못된 겁니다. 고민하다가 한 달에 한 번 직원들 여론 들어가며 성과 평가지표, 방법, 평가항목을 만들어 보완했어요. 부산에서 살인범 현장 검거율이 2007년 3명에서 2008년에는 39명으로 확 늘었습니다. 평가지표를 개선해 사소한 범죄보다는 형사 본연의 임무인 강력사건과 조폭 검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결과였죠.”

    조 청장은 성과주의에 대해 어떤 확고한 믿음 같은 게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그가 ‘성과주의 전도사’가 된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과주의에 대한 확신은 그가 외교관 시절, 직접 목격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바 있다. 공산주의가 인간 본성을 오판해 결국 망했다는, 인간 사회는 경쟁의식에 따른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게 요지다.

    ‘7大 경찰개혁’고삐 조이는 조현오 경찰청장

    지난해 8월 2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부산경찰청장 시절 그는 성과주의에 반대하는 직원 50여 명과 ‘끝장토론’을 벌여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평가지표와 항목은 이 같은 직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하나씩 다듬어졌다. 2009년 초 경기경찰청장이 됐을 때는 ‘욕 들어먹는 성과주의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취임식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성과주의를 하겠다’며 취임사를 새로 썼다. 당시는 ‘강호순 사건’으로 경기 남부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컸을 때. 하루빨리 주민들의 불안을 걷어내려면 경쟁이 필수인 성과주의가 필요했다. 소액 생계형 절도범을 실적에서 빼자 경찰력은 자연스레 강력사건에 집중됐고, 전년 대비 강·절도 검거실적이 221% 증가했다.

    ▼ 성과라는 게 지역에 따라 다를 거 같은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지역실정에 맞게 하는 겁니다. 우리 지역에 성과주의가 맞지 않으면 얘기하라고 해 과감히 제외한 관서도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할지는 관할 서장에게 일임하고, 서장은 다시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에게 위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서울 수서서와 방배서 서래지구대는 자체 성과주의를 시행하고 있는데 평가가 아주 좋아요.”

    아파트 단지와 외국인 거주 빌라가 많은 서래지구대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발생 건수가 서울청 평균 22.3%에 불과한 곳이다. 그래서 지난해 4월부터 범인 검거 실적은 30%로 낮추고 지역경찰 예방활동을 70%로 높였다. 범인 검거보다는 범죄예방 위주의 순찰활동을 강화한 것. 학원 밀집 지역인 수서서의 경우도 마찬가지. 서울청 지표를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청소년 범죄 예방(폭력 및 갈취) 실적을 평가지표로 설정해 지역민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청장님도 일선에 계실 때 점수 따려고 하셨죠?

    “제가 경찰활동 할 때도 점수 따기 위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경찰활동을 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7대 개혁과제 중 국민만족, 다시 말해 국민중심 경찰활동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교통단속 실적은 보고받지도 않아요. 일보에 올리지 말라고 했거든요.”

    ▼ 왜요?

    “교통경찰 존재 목적이 사고예방과 원활한 교통 흐름 아닙니까. 단속 실적 가지고 따지면 교통 위반 지점에서 함정단속,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톡 튀어나와 범칙금 부과하는…. 이제는 교통사고 처리 결과와 교통 속도를 얘기해야죠.”

    인터뷰에 배석한 한 총경은 친서민 경찰활동을 예로 들어‘국민중심 경찰활동’을 부연 설명했다. 재래시장 인근 주정차를 허용하고, 운전면허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며, 아동과 여성 보호, 불법 고리사채업자와 보이스피싱 사범 등 서민과 밀접한 사안을 중점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기자의 경험상 재래시장 주정차 허용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기자가 사는 곳은 서울 불광동. 종종 집 근처 재래시장인 연서시장을 찾지만 도로변에 주차했다간 딱지 끊기기 일쑤다. 집에서 시장까지 택시요금은 3000~3500원. 재래시장에서 장바구니 들고 택시 타기도 ‘뭐한’ 거리다. 결국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주말과 공휴일에 시장 주변 140m 구간에 주정차가 가능하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기자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박수를 쳤다. 재래시장 활성화는 물론이다. 경찰청은 고객만족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이를 확대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건 그렇고, 기자는 이 대목에서 성과주의와 양천서 가혹행위의 상관성, 그리고 채수창 전 강북서장의 항명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잠시 마른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부하직원이 헐뜯는 모습 아름답지 않다”

    “(성과주의와 두 사건은) 관계없습니다. 형사라고 하면 모두 실적에 부담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형사반장, 요즘은 팀장이죠, 독려해왔고, 물론 그렇기 때문에 가혹행위 하지 않았느냐…. 엄격히 얘기하면 연관성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서울에 178개 강력팀이 있는데 다른 팀은 왜 그렇게 하지 않나. 대한민국 형사들의 보편적인 행태는 아닙니다.”

    ▼ 채수창 전 강북서장은요?

    “(그는 아랫입술을 윗입술에 잠시 포갠 뒤 입술을 땠다) 채수창 총경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부하직원이…1년 됐는데도 (상사인 나를) 헐뜯는 것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정확히 한 시간 뒤, 조 청장은 다시 한번 ‘가혹행위’란 말을 꺼낸다. 경찰 인사와 부정부패를 얘기하다가, 극히 일부 나쁜 경찰관 때문에 경찰이 싸잡아 욕을 듣는다는 대목에서다. 기자는 앞의 두 사건을 설정한 듯한 답변처럼 들렸다.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

    “직원 중에서 범죄꾼 직원은 배제해야 한다. 범죄꾼들도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제도와 관행과 인식이 잘못돼 일탈행동 하는 것은 안고 가지만 범죄꾼 경찰은 배제해야 한다. 가혹행위 일삼는 경찰, 부정부패 일삼는 경찰, 인사 때 청탁하고 말이야.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그는 이 말을 한 뒤 여러 차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다시 1시간 전 인터뷰 상황으로 돌아가자.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그는 한 번 크게 숨을 골랐다. 직경 3m는 돼 보이는 라운드 테이블 맞은편에서도 그의 다소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잠시 엄지와 검지를 접더니, 생각났다는 듯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두 번째는 인사정의 실현입니다. 우리 경찰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국가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39개 행정기관 중 꼴찌였어요. 이유가 뭔가 하고 살펴봤더니 내부 직원 평가 항목에서 다른 기관과 큰 차이가 난 겁니다. 내부청렴도 중 인사공정성은 10점 만점에 3.01점이에요. 업무지시공정성은 3.20점입니다. 다른 기관과 비교해 여기서 큰 차이가 나 꼴찌한 거죠. (지난해 6월) 경찰 2만665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0.6%(170명)가 인사와 관련해 금품을 줬고, 1%(267명)는 향응을 제공했다고 답했어요. 47.8%(1만2735명)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을 당한다고 했습니다. ‘빽’까지 감안한다면 경찰 100%가 인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거 아닙니까. 돈 받고 빽 받고 인사하면 청장이 무슨 지시를 하겠습니까. 영(令)이 섭니까? 내부정의 실현 없이 외부정의 실현은 없어요.”

    ▼ 인사도 결국 부패와….

    “함바 비리 때 우리 경찰이 국민에게 큰 지탄을 받았잖아요? 대한민국 경찰처럼 유능한 사람이 돈 갖다주고 매관매직하는 인사풍토에 만연한 부패…. 정말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욕 듣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게 경찰의 큰 위기입니다. 1월 함바 비리, 2월 전·의경 가혹행위, 대한민국 66년 경찰사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할 좋은 기회였어요. 저는 역으로 부정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함바업자를 만나거나 부정한 사람들 자진 신고하라, 아무리 윗사람 지시라도 불법 부당지시에 대해선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자진 신고’를 통해 보여준 거죠. 그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잘못한 부당 지시가 있으면 나를 고발하라’고요.”

    “돈 갖다주고 인사 매관매직…정말 송구하다”

    여기서 잠시 조 청장이 추구하는 인사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자. ‘조현오표 인사’는 이미 그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1월 간부회의에서 그는 경찰간부 16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외부인사를 통해 자신에게 인사청탁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인사청탁자에 대해 불이익(1회는 경고, 2회는 공개)을 주고 개인 성과와 승진을 연계하는 인사시스템을 공언했다. 지난해 10월 말 개인별 업무성과평가를 실시했고, 올해 1월 인사에 앞서 전례없는 후보자 순위를 공개하고 이의신청을 받았다. 특진 비율도 30%까지 상향조정해 성과 우수 직원들이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경무관 승진을 앞두고 업무평가 상위 30%에서 탈락하거나 평가 등수에 불만 있는 총경이 이의를 제기해 이 중 일부가 ‘우수 총경’에 합류하기도 했다. 본청과 16개 지방청, 3개 부속기관(경찰대, 중앙경찰학교, 경찰교육원) 자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기관별 업무성과 우수 총경 30%를 추려 등수와 실명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조 청장은 “투명하게 공개하면 청탁도, 로비도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함바 비리 자진신고는 총경 이상 간부 572명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56명이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와 만났다고 신고했고, 신고자 대부분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압력으로 만났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신고는 부당 지시를 받는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는 게 목적이다. 수사나 징계대상자는 없다”고 발표했지만 “조 청장이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려고 노력하는 만큼 징계를 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7大 경찰개혁’고삐 조이는 조현오 경찰청장
    ▼ 부패라면, 경찰과 업자 간 유착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서울청장 할 때 소위 물 좋은, 강남서 경제팀(예전의 수사과 조사계) 57명 중 45명을 간부(35명)와 여경(10명)으로 교체했습니다(정확히 지난해 7월이다). 이후 민원인 131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88.1점이 나왔어요. 55% 향상된 겁니다. 올해 1월 인사 때는 전국 경찰서 경제팀에 순환 보직 중인 경찰대 출신과 간부후보생을 대거 배치했고 여경 비율도 20%로 확대했어요. 여경은 체력은 떨어지지만 지적 능력이 높고 친절합니다. 기존 경제팀원은 억울할 수 있지만 비난을 무릅쓰고 했어요.”

    ▼ 불법오락실과 성매매업소와의 유착은요?

    “중요하죠. 업무 이외에 이들 업자들과 전화라도 한 통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업주와 1년에 500번 통화한 직원도 있었어요. 자기 부모님에게도 그렇게 전화하지 않을 겁니다.”

    ▼ 어떻게 아셨나요? 500번?

    “간단해요. 신고는 계속 들어오는데 단속을 교묘히 피하는 업소 한두 곳을 찾아내 그 업주와 통화내역을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 함바 비리로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걸고, 비리 온상은 인적 쇄신으로 차단한다는 전략인데요, 함바 비리 때 ‘자진신고’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우리가 감추려고 해서 감춰지는 게 아니잖아요? 함바 비리 같은 초강력 쓰나미가 우리 조직을 덮치려 할 때 고민 참 많이 했습니다. 빨가벗자, 새 출발하자, 사죄하자…결국 자진신고해 반성하는 거밖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 전·의경 가혹행위를 말씀하셨는데요, 지난 2월 의경 e메일 한 통에 서장을 전보조치 한 것을 놓고도 말이 많았죠?

    “메일을 토대로 진상 조사했더니 TV 시청 금지, 수면권 제한, 폭언 등이 확인됐어요. 그동안 잘못된 제도와 인식은 개선해야 합니다. 국민의 인권의식이 높아진 만큼 경찰 인권의식도 높아져야죠. 헌신적으로 노력하다가도 양천서 가혹행위 한 건 생기면, 인권문제 한 건 보도되면 하루아침에 공든 탑 무너집니다. 작년 경찰의 날에 내 옆에 앉은 정상천 전 청장이 그러더군요. 자신이 국회의원 할 때 수사권 독립에 관해 다 얘기됐는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국민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물 건너갔다고요. 인권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경찰 제자리 찾아갈 수 없어요.”

    ▼ 직원들이 ‘욕심쟁이 청장’이라고 할 거 같네요. 요구만 한다고. 완고한 성격이라는 평도 있던데요.

    “제가 완고하다는 것은 ‘옳지 않은 것과 절대 타협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누가 뭐래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아요. 제 의견은 언제나 ‘원 오브 뎀’입니다. 계급 고하를 떠나 옳은 얘기는 충분히 받아들입니다.”

    배석한 경찰관은 ‘착한 학생청장’이라는 별명이 새로 생겼다고 했다. 직원들 말을 잘 듣고 개선해 붙여진 별명이라고 했다.

    人權 넘지 않으면 제자리 찾기 어려워

    ▼ 처우나 복지도 뒷받침돼야 할 거 같은데요.

    “맞습니다. 지금 지역 경찰관들은 자기 휴가도 제대로 못 가요. 2인1조로 순찰차가 도는데 휴가 가면 순찰차 운행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가정사가 있으면 휴가 써야죠. 휴가 안 보내고 성과가 날까요?(잠시 그의 고개가 갸웃했다) 24시간 2인1조로 순찰해야 합니까? 한 사람이 순찰 돌 수도 있고 치안수요가 적으면 안 돌려도 돼요. 교보생명에서 경찰 조직 컨설팅하는데 직원들의 사명감 분야가 68.5점으로 나왔다고 깜짝 놀라더군요.”

    ▼ 그래서 처우개선을 경찰개혁 리스트에 올렸나요?

    “경찰은 건국과 호국에 이어 민주화 과정에서 갈등의 완충작용을 온몸으로 해나왔습니다. 현재 경위가 2만5000명 정도 되고 상위직급인 경감이 약 4000명 됩니다. 그러니 승진을 포기하고 자긍심을 잃는 분위기가 생겨요. 경정급은 계급정년이 있어 총경 승진 못하면 한창 나이인 40대에 옷을 벗습니다. 승진을 위해 윗사람만 바라보는 분위기가 생기죠. 1명의 종업원이 손님 100명을 쫓아낼 수 있어요. 치안서비스는 다른 대체재가 없는데, 경찰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 누가 피해를 볼까요?”

    ▼ 10단계의 직급구조를 9단계로 줄이려는 것도 그 연장선상입니까?

    “조직 내 계급이 너무 많아요. 경사와 경장을 통합하면 현장경찰관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 불만은 없나요?

    “경사 고참급 일부가 불만이 있지만, 해야 합니다.”

    그는 처우에 대해 다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다음은 그 요지.

    “전체 경찰 중 지구대, 수사, 교통 등 71%가 공휴일 없이 야간 근무하는데 급여는 낮고 계급은 하향돼 있다. 미국은 경찰이 연방공무원보다 2배를 받는다. 뉴욕경찰(NYPD)은 주 43시간 근무하는데, 1시간 기준 47달러(약5만1000원·수사관 11년차 기준)를 받고, 초과 근무하면 기본금의 150%(시간당 70달러)를 준다. 우리나라는 현재 1시간에 5366원(경사 10호봉 기준), 초과근무 단가는 시간당 8049원이다. 국민 1인당 GDP 대비 치안예산은 우리나라는 0.67%. 미국은 0.79%, 러시아는 0.74%, 영국은 1.07%, 프랑스는 1.11%다.”

    어떻게 외웠는지 그는 통계 수치를 꿰고 있었다. 인터뷰 이후 다시 경찰청 대변인실에 요청해 받은 수치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주의로 경찰을 끌고 가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찰은 붕괴합니다. 이런 보수 체제하에서 다른 리더십을 운영하면서 현재와 같은 치안유지를 한다는 건 어렵습니다. 제가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렸죠. 최근 경찰대 졸업식에서도 적극 개선하겠다고 약속하고요. 해야죠.”

    ▼ 인터뷰 모두에 잘못된 법령,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합의안을 염두에 둔 말씀이었나요?

    “여야 정치권이 수사구조 개혁에 대해 처음 합의를 이뤘습니다. 수사구조 개혁 논의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봐요. 경찰을 포함한 모든 기관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잖아요? 제가 경찰청장이라고 해서 우리 경찰만 편애하는 건 아닙니다. 국민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면 저는 수사권 조정도 반대할 겁니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 구체적으로 말해주시죠. 경찰 수사권 관련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고 검찰청법에 규정된 복종의무를 삭제’하는 건데요.

    “기본적으로는 수사는 수사 전문기관인 경찰이 맡고, 기소는 법률 전문가인 검찰이 맡는 영미(英美)식 수사구조가 바람직합니다.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면 연착륙도 좋습니다. 일본식이죠. 경찰이 1차 수사기관으로서 수사하고 검찰은 송치 후부터 보충 수사하는, 검찰은 수사종결권과 기소권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수사개시권은 이미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 건데 법제화에 불과합니다. 지휘복종 문제도 그래요. 엄연히 독립된 국가기관에 대해 내부 직원 간 명령복종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유능한 경찰이 수사 부서를 기피해요. 프라이드(자부심)는 강한데 모욕당하면서 일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떠나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그렇다고 두 기관의 대립으로는 보지 마세요.”

    ‘7大 경찰개혁’고삐 조이는 조현오 경찰청장

    “힘바 비리’사건으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구속 영장이 청구된 1월 12일 조 청장은 전국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했다.

    ▼ 우리나라 경찰이 어떤 경찰이 되었으면 합니까?

    “유능하고 헌신적인 경찰도 좋고, 완벽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찰도 좋습니다만 저는 ‘사랑받는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 요즘 ‘위대한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 ‘내부 만족 없이 국민 만족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얼마 전 간부 화상회의를 하면서 한 어머니 편지를 읽어줬습니다. (경기 동두천시) 광암파출소에 신고했더니 경찰관들이 자신의 딸을 찾으려고 밤새도록 헌신적으로 찾아 나서 고마웠다는 편지였죠. 절도범 잡으면 10점이라도 딸 건데, 실적도 아닌 걸…. 그렇게 국민을 감동시키면 사랑받는 경찰될 수 있습니다.”

    ▼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지난해 3월 기동단 팀장 대상 강연 말입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특강 전문 읽어봤습니까?”

    ▼ 네. 두 번요. 문제가 됐던 지난해 8월에 한번, 그리고 인터뷰 준비하면서 또 한 번 읽었습니다.

    “그날 특강은 5월 과격 폭력집회를 앞두고 잘 관리하도록, 경찰 부대원들이 방패 들고 있으면 침 뱉고 욕한다…위축되고 주눅 든다, 나이 어린 전의경은 더 그렇다, 그러면서 경찰 정체성을 불어넣기 위해 한 겁니다. 법치주의, 이걸 지키기 위해 사명감 가지고 집회시위 대처하자…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조 청장의 말은 맞다. 그날 특강의 주 내용은 집회 시위 대응방식에 대한 평가와 언론의 입장, 노동절과 촛불집회 2주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서울 G20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향후 집회대응 방침에 대한 일반적인 특강이었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은 ‘법질서 파괴세력의 청와대 진격투쟁’을 설명하면서, 천안함 유족 관련 발언은 “동물처럼 울부짖는 격한 반응은 보도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언론관을 피력하면서 나왔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특강에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노 전 대통령 분향소가 극우세력에 의해 3분 만에 철거당한 것을 놓고도 “긴장하고 근무를 안 해 속수무책 당했다”고 비판했다.

    ▼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은….

    “노 전 대통령님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차명계좌 발언 중 10만원권 수표 얘기는 구체적인데요.

    “깊이 이야기하면 또…국가와 국민, 경찰을 위해 말을…. 그런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경찰이 정치적으로 말리고 싶지 않고 잘 마무리되었으면 합니다.”

    ▼ 천안함 유족은요?

    “어제도 같이 식사했고요, 충분히 제 진의를 전달했고, 이해하셨습니다.”

    ▼ 올해 겨울이 청장 임기 마지막이라는, 다음 청장 자리에 특정인이 내정돼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알고 계십니까?

    “얘기는 들었습니다.”

    “임기 하루가 남아도 제대로 하겠다”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기, 물이 다 떨어졌네. 물 한잔 줘요. 뭐라고 하셨죠?”

    ▼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검지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톡톡 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국정운영 큰 틀에서 보면, 불가피하다고 보면…. 평소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인사, 이런 걸 가지고 그렇게 하겠어요? 임기 2년 했느냐보다는 하루를 하더라도 제대로 했느냐가 중요하죠. 직원들에게도 ‘열심히 하겠다’보다는 ‘제대로 하겠다’고 얘기합니다. 제대로 된 평가와 인정을 못 받았다면 저도 임기 연연하지 않고….”

    인터뷰하는 내내 조용하면서도 절제된 그의 목소리가 다소 흔들린 경우는 두 차례였다. 앞서 항명파동과 자신의 인사 관련 질문을 할 때였다. 불쾌하다기보다는 말하기 저어하는, ‘예상은 했지만…거 참’이라는 반응으로 기자는 받아들였다.

    사실 현 이강덕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경찰청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1년 전부터 있어왔다. 경북 포항 출신인 이 청장은 2008년 경무관으로 대통령실에 파견됐고, 1년 만에 치안감(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승진했다. 다시 18개월 만에 치안정감(경기청장)이 됐다. 하지만 “임기 후반에 또다시 ‘영포라인’ 논란을 불러올 인사를 하겠느냐”는 분석도 만만찮아 제3의 인물이 경찰 총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를 도입해 임기 2년을 보장하도록 했지만, 대부분(5명 중 1명만 임기를 채웠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현실을 놓고 보면 이런 하마평은 무성할 수밖에 없다. 얘기는 다시 개인사로 흘렀다.

    ▼ 1981년 외무고시에 합격했는데, 경찰이 된 게 특이합니다.

    “어릴 때 부산 동래에서 자랐는데 제복 입은 경찰이 참 멋있었어요. 경찰서 담벼락에 올라 조회하는 경찰을 바라보며 부러워했습니다. 경찰대 가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요.”

    ▼ 75학번이시죠?

    “지금의 4년제 정규대학이 아니라 당시에는 간부후보생 모집해 1년 교육시키는 과정을 경찰대라고 했어요. 그런데 조건이 ‘군필(軍畢)’이었어요. 결국 일반 대학에 입학했죠.”

    경찰을 꿈꾸던 꼬맹이일 때 그는 ‘굶어 죽지 않으려고’ 집 근처 식기 주물공장에 다녔다. 3남5녀의 막내로 초등 3학년까지는 유복하게 자랐지만 이후 가세가 기울면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간 주물공장에서 식기를 만들었다. ‘교복 입은 여학생하고 이야기 한번 해보는 게 꿈이었던 시절’은 그렇게 지나고 원양어선을 탄 큰형의 도움으로 결국 대학까지 다니게 된다.

    ▼ 결국 꿈을 ‘제대로’ 이뤘네요.

    “마음잡고 외교관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88올림픽 끝나고 ‘외무고시 출신 경찰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친구가 경찰청 외사관리관이었는데, 제안을 하기에 바로 승낙했죠. 만 35세였죠.”

    인터뷰는 그렇게 종착역에 다다랐다. 조 청장은 어떤 의미인지 두 손 깍지를 꼈다. 접견실을 나서자 결재와 회의 참석을 위해 조 청장을 기다리는 경찰 간부 대여섯 명이 “인터뷰 이제 끝났어” 하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조 청장의 깍지도 ‘인터뷰가 끝나 홀가분하다’는 표시였을까, ‘말한 만큼 반드시 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기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기자는 인터뷰에 앞서 경장에서 총경 사이 5명의 현직 경찰과 청와대 행정관을 각각 만나 조 청장의 성과주의와 인사, 경찰 전반적인 상황을 애벌 취재했다. 이 중 5명이 말하는 공통점은 ‘변하고 있다’는 것. 그들은 ‘인사가 투명해지고, 일 잘하는 사람을 발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1명은 “성과를 내려고 협업(공조수사)을 피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조 청장의 표현대로 7대 개혁을‘열심히’가 아닌 ‘제대로 하려면’ 이 1명까지 보듬고 가야 한다. 적어도 그가 ‘범죄꾼 경찰’이 아닌 이상 말이다. ‘조현오표 개혁 드라이브’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예단해보면서 기자는 경찰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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