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성범죄 덫’에 걸린 억울한 남자들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4-05-21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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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안 갚으려 ‘성추행 당했다’ 고소…
    • 성관계 후 혼자 집에 보냈더니 성폭행 고소
    • 관련 법률 개정 후 무혐의∙무고 비율 크게 증가
    • 억울함, 두려움, 스트레스 시달리는 무고 피해자들
    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문모(56) 씨는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옆에 아내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등을 돌린 채 자고 있는 아내…. 문씨는 아내가 자신을 안방에서 자게 해준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혼 직전이었다. 자식들도 그를 짐승 보듯했다. ‘성추행 용의자’란 낙인 때문이다. 다행히 검찰에서 혐의를 풀어주긴 했지만,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을 한 장의 불기소이유통지서로 치유하기엔 그가 겪은 고통은 너무 깊기만 하다.

    지난해 8월 말, 경찰서에서 출두하라는 전화가 느닷없이 걸려왔다. A씨(여)가 성추행으로 고소했다는 것이다. A씨는 그에게 돈을 빌린 채무자다. 문씨는 경찰서에서 무고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미 A씨 주장에 무게를 두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그는 사채업자였다. 누구도 그의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허벅지 만졌다’ 고소했다면…

    경찰로부터 문씨 사건기록을 넘겨받은 의정부지방검찰청 오세문(42) 검사와 임상호(45) 수사관은 기록을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10년 이상 성범죄사건을 전담해온 베테랑이다.

    “상식적으로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하면 곧바로 고소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마련인데, 이 사건은 1년 가까이 지나서야 고소를 했더라고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돈 문제가 얽혀 있었어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피해자에게 진술을 하러 오라고 했죠.”



    A씨는 2011년 11월 초 문씨가 자신을 빚 문제로 불러 차에 태우더니 차 안에서 욕설과 함께 협박을 했으며, 뒷자리에 앉아 울고 있는 자신의 옆으로 와서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왼손으로 음부를 만졌다고 진술했다.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는 반드시 논리적 모순이 있기 마련입니다. 한번 거짓말을 하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되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걸 알아내기 위해 피해자 조사든, 피의자 조사든 조사할 때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히 진술 내용을 확인하면서 진실에 다가서려고 노력하죠. 언뜻 들으면 A씨의 진술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만 깊게 들어가니 허점이 보였습니다.”

    임 수사관이 “문씨가 폭언할 당시 어떻게 울고 있었느냐”고 묻자 A씨는 “너무 무서워 얼굴을 두 손에 파묻고 울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다시 임 수사관이 “그런데 어떻게 왼손인 걸 알았느냐”고 묻자 A씨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또한 A씨는 “치마를 입고 있어 다리를 오므린 채 앉아 있었다”고 진술했다. 임 수사관이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여성이 다리를 오므리고 있는 상태에서 아무런 강제력도 가하지 않은 채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기는 어렵다는 자문을 받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진술의 진실 여부를 확인해나가자 A씨는 결국 “사채를 갚지 않으려고 지인과 함께 문씨를 허위로 고소하고 협박했다”고 자백했다. 오 검사는 A씨를 무고 혐의로, 공범을 무고 공모 및 협박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임 수사관은 “만약 A씨가 ‘문씨가 (음부가 아닌) 허벅지를 쓰다듬었다’고 진술했다면 거짓말을 알아내기가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냐 ‘합의’냐

    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의정부지검 오세문 검사(왼쪽)와 임상호 수사관은 피의자 진술을 할 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범죄는 현 정부에서 ‘4대악’으로 규정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중대 범죄다. 실제 성폭행의 경우 다른 범죄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역이용한 ‘성폭력 허위 고소’ 사례도 늘고 있다. 의정부지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4월 관내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허위로 고소했다 무고로 기소당한 건수가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범죄사건에서 검찰이 무죄에 해당하는 ‘혐의 없음’ ‘죄가 안 됨’으로 불기소 처분한 비율이 평균 2.3%인 데 반해, 성폭력 사건은 평균 11%가 넘는다. 특히 성범죄 관련 개정 법률이 발효된 지난해 하반기에는 16%로 급등했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에도 법원이 무죄로 판결한 경우도 적지 않으니 실제 무죄로 확정된 비율은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죄로 판결난 사건이 모두 무고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임 수사관은 “성범죄사건은 의외로 무고가 많다”고 말한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무조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더구나 성범죄 사건은 대부분 둘만 있는 장소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강제로 했느냐, 합의하에 했느냐는 결국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찰이나 검찰이 객관적으로 조사한다고 해도 피해자와 가해자로 추정되는 피의자 남성은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배승희 변호사는 허위 고소를 당했다면 법률사무소에 무료 전화상담이라도 받고 조사에 응하라고 조언했다.

    물론 무고사범 때문에 성범죄 피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져선 안 된다. 하지만 문씨의 경우처럼 허위 고소를 당해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적으로 ‘성범죄자’란 낙인이 찍히는 억울한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수년 전, 학계의 덕망 있는 원로이자 서울의 유명 사립대 명예교수로 있던 모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일이 있었다. 대학 총여학생회는 기자회견까지 열며 퇴진을 요구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학교도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직위 해제했다. 검찰 조사 결과 무고로 밝혀졌지만 한번 무너져버린 그의 명예는 다시 회복할 길이 없었다.

    유력한 증거 CCTV

    성범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범죄는 성폭행이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폭행과 협박을 동반해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경우다. 의미는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지만, 적용 범위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는 게 오랫동안 성범죄사건을 전담해온 임 수사관의 이야기다.

    “10~20년 전만 해도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폭행이 동반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반면, 지금은 실제 폭행보다는 ‘난 하기 싫은데 상대방이 강제로 했다’는 유형이 많아요. 과거엔 그 정도는 성폭행이 아니라고 했던 게 지금은 사회적으로 인정이 되는 거죠. 그만큼 여성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봐야죠.”

    현재 법원은 남녀가 합의 아래 모텔에 들어간 행위만 가지고는 성관계를 합의했다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둘 다 옷을 벗은 상태라 해도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강제로 성행위를 하면 성폭행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도 있다.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 B씨는 여성과 합의해 성관계를 가졌는데도 여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당했다. 친구와 함께 클럽에 놀러간 B씨는 여대생 C씨, 그녀의 친구와 동석을 하게 됐다. 이야기가 잘 통한 네 사람은 2차, 3차에 이어 모텔로까지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다. 이때 B씨가 자신에게 술을 먹이고, 자신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 있을 때 성폭행했다는 게 고소인 C씨의 주장이었다.

    반면 B씨는 C씨와 서로 눈이 맞아 다른 방으로 옮겨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 날 아침 함께 모텔을 나왔으며, C씨를 택시에 태워 보내기까지 했다고 항변했다.

    B씨는 다행히도 C씨와 함께 모텔을 나와 편의점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술과 안주를 사는 모습이 찍힌 편의점 CCTV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C씨가 먼저 방을 옮긴 후 B씨가 그 방에 들어간 게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방을 옮기는 모습이 찍힌 모텔 CCTV도 확보했다. 방에 술과 안주, 콘돔이 없어서 프런트에 요청했다는 모텔 직원의 증언까지 확보했다. 위력에 의한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이때 C씨가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B씨는 C씨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지도 않았으며, 합의해 방을 옮겨 성관계를 했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엄마의 추궁 피하려…

    합의해 성관계를 하고서 허위로 고소하는 것은 왜일까. 임 수사관은 “여성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게 돈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책임이나 추궁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는 것.

    C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날 술자리를 함께했던 C씨의 친구가 두 사람이 성관계를 했다는 걸 알고 소문을 내고 다닌 게 발단이었다. 소문은 C씨 부모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부모가 다그치자 C씨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술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둘러댔고, 자신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B씨를 고소까지 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D(30)씨는 실직한 상태에서 인터넷에 빠져 살다 지난해 11월, 채팅방을 통해 당시 고교 3학년이던 여학생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성매매에 합의하고 관계를 가졌다. 여학생이 마음에 들었던 D씨는 “사귀자”고 했고, 두 사람은 성매매가 아닌 연인관계로 몇 차례 더 만났다. 하지만 여학생이 계속 용돈을 요구하자 관계를 끊었다.

    지난 2월 여학생이 임신했다는 걸 여학생 어머니가 알게 됐다. 그동안 성매매를 해왔던 게 들통이 날까 두려웠던 여학생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둘러댔고, 범인이 누구냐는 엄마의 계속된 추궁에 최근에 만났고 전화번호를 아는 D씨를 지목했다. 엄마는 D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D씨로서는 ‘성폭행을 했다’ ‘그것 때문에 임신을 했다’고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런데 검찰에서 산부인과에 의뢰한 결과, 임신이 된 것은 5, 6월경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D씨와 성관계를 한 시기는 11월 초였으니 너무 차이가 났다. D씨 아이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여학생 측은 올해 3월 출산한 후에도 아이 아빠가 D씨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이 혈액형이 두 사람 사이에서 전혀 나올 수 없다고 하자 비로소 현실을 인정했다.

    불행하게도 여학생은 5, 6월경 성매매를 했던 남자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엄마의 추궁에 일단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해서 한 남자를 몇 달 동안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D씨는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고, 여학생은 무고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다.

    ‘배신감’

    G(33·여)씨는 외국 명문대 출신에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H씨와 6개월 넘게 사귀었다. 그녀는 수차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남자는 “좀 더 있다가”란 말만 한 채 관계를 지속했다. 어느 날 그녀는 남자가 지인에게 보낸 ‘이런 애랑 왜 결혼을 하냐. 그냥 즐기는 거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봤다. 화가 난 그녀는 “강간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 소식을 들은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돈? 필요 없어. 넌 내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았어. 네 인생도 짓밟혀봐.”

    성범죄 전문 변호사인 배승희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G씨의 경우처럼 여성이 허위 고소를 하는 이유의 하나로 ‘배신감’을 들었다.

    “서로 합의해 성관계를 가진 후 아침에 각자 집에 갔는데, 밥도 안 사주고 보냈다고 서운해서 고소한 여성도 있어요. 또 다른 남자는 여성이 성관계 후 먼저 집에 가겠다고 하기에 ‘잘 가’라고 하고 잠이 들었대요. 그런데 여성이 자신을 데려다주지 않았다고 화가 나서 고소한 경우도 있어요.”

    남자들로서는 이런 사례에 대해 ‘정신병자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배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로 고소하는 경우, 절반 이상이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난 그날 성관계까지 간 경우예요. 그때 여성이 ‘이 남자가 나를 하룻밤 상대로만 생각하는구나, 나랑은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 배신감에 고소까지 갈 수 있는 거죠. 남성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를 자신의 성적 욕구를 푸는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예의 있게 뒷마무리를 잘하는 게 필요합니다.”

    인간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도 남자들로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은 고소장 접수로 끝나지만 남자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억울함과 분노, 성폭행 고소 사실이 주위에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 잘못하면 평생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찍힐지 모른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건강의학과까지 찾게 된다.

    연인 관계이거나 지속적으로 만난 관계라면 실제 성폭행을 한 게 아닐 경우 무죄를 증명할 확률이 좀 더 높다. 실제 성폭행 피해자는 병원에 간다든지, 분노 때문에 가해자에게 연락을 안 하는 게 보통이다. 연락을 한다면 성폭행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된다. 반면 평상시처럼 합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관계 후에도 일상적인 대화 문자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한 J씨가 그런 사례다. K(45·여)씨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 있던 자신을 J씨가 강제로 성폭행했다며 고소했다. 그는 검찰에서 J씨가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기를 삽입하는 것까지만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J씨와 K씨는 연인 관계였다. 그런데 남자가 같은 회사 여직원과 사귀는 사이라고 오해하면서 수차례 다툼을 벌였고, 남자가 헤어지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J씨는 합의해 성관계를 가졌으며, 심지어 여자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임기구를 사용했으며, 성관계 도중 여자가 “왜 이렇게 성의 없이 하느냐, 그 여자랑 할 때도 이렇게 하느냐”며 화를 돋우는가 하면, 그 때문에 발기가 죽자 “그 여자랑 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되레 화를 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은 “조사 결과 피임기구를 사용한 게 사실이었다. 성폭행범은 대부분 심리적인 압박 때문에 피임기구 착용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또한 J씨가 그날 이후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K씨가 ‘우리 만나’ ‘왜 연락을 안 해. 또 그 여자랑 있냐’ 등 성폭행을 당했다면 보냈을 리 없는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K씨가 ‘남자가 삽입한 것까지만 기억난다’고 진술한 것도 정사 상황을 언급하다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로 남자가 주장했던 적극적인 성행위를 했는지 묻자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했는데 거짓말 반응이 나왔다. 결국 ‘남자가 헤어지자고 해 격분해서 허위로 고소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성추행 고소 사건에서도 허위 고소 사례가 많다. 성추행은 신체접촉이 있었을 경우 가해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유죄로 인정된다. 배 변호사는 “특수한 경우를 빼고 대부분의 성추행 고소는 100% 남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특수한 경우란 지하철 같은 혼잡한 대중밀집 지역에서 타인에 의해 밀려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경우 등을 말한다.

    직장인 M(32)씨는 지난해 겨울, 신체접촉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성추행 용의자로 몰린 아찔한 일을 겪었다. 그날따라 출근길 지하철은 무척 혼잡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뒤에서 누군가 자꾸 밀었지만, 자리를 옮기기는커녕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다. 앞에 여성 승객이 있던 터라 혹시라도 오해를 받을까봐 양손에 신문을 잡은 채 꾹 참고 목적지까지 왔다.

    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부드러운 게 느껴졌다”

    겨우 지하철을 빠져나온 M씨를 누군가 잡아 세웠다. 지하철수사대였다. 지하철수사대는 M씨를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M씨 앞에 있던 여성 승객은 “이 남자가 내 엉덩이를 2회 만지고, 성기를 엉덩이에 비볐다. 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자 시선을 피했다”며 고소했다. 더구나 그가 앞에 있는 여성에게 밀착한 모습이 담긴 증거사진까지 제출되었다. M씨는 누군가 뒤에서 자꾸 떠밀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믿지 않았다.

    M씨는 변호사의 도움으로 겨우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겨울이라 M씨는 무릎까지 오는 긴 패딩코트를 입고 있었다. 따라서 성기가 앞사람의 엉덩이에 닿을 수 없었다. M씨는 그날 입었던 패딩점퍼를 증거로 제출해 사진 속의 옷과 같은 것임을 증명했다. 또한 변호사가 증인 신문에서 ‘이 남자가 진짜 뒤에 있었는지 어떻게 알았는지’‘뭘 어떻게 느꼈는지’등을 구체적으로 묻자 피해 여성은 “어떤 물체가 있다고 느꼈다” “부드러운 게 느껴졌다”고 하는 등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고소 중 평균 30%는 검찰 조사 단계에서 서로 합의를 보고 끝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까지 갔다가 합의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합의 비율은 더 높다. 전에는 합의하면 사건이 종료됐지만, 지난해 6월 19일부터는 개정된 성범죄 관련 법률에 의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에서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 법원에서도 유무죄를 결정한다.

    무고는 수사기관 기망행위

    실제 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합의를 하는 게 형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허위 고소를 당한 경우는 합의를 하면 오히려 죄를 인정한 것으로 비쳐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형량에 따라 성범죄자로 신상이 공개될 수도 있고, 심하면 전자발찌를 차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허위 고소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게 자명하다. 이에 따라 꽃뱀 등 돈을 노린 허위 고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수사가 끝까지 진행되다보면 고소 내용이 허위로 밝혀져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검찰청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하반기 무혐의 처분 건수와 비율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의정부지검의 발표처럼 허위 고소로 밝혀져 검찰이 무고로 기소한 경우도 늘고 있다.

    오세문 검사는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사건의 진실을 잘못 판단해 거짓말을 걸러내지 못하면 피의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평생 고통을 받게 된다. 게다가 무고는 수사기관을 기망하는 행위라 상당히 엄중하게 처벌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성범죄 고소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제 성범죄 피해 여성은 무고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 검사는 “실제 피해 여성이 혹시라도 무고사범으로 몰릴까 하는 우려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고소를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명백하게 악의적인 이유로 허위 고소한 게 입증되는 경우만 무고로 처벌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정황을 부풀려 이야기한 경우나, 술에 취해 본인도 사건의 진실이 뭔지 기억하지 못해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판단해 고소한 것까지 무고로 기소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성범죄 허위 고소 대처 요령

    “사과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말라”


    성폭행 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한 사전 예방법은 딱 한 가지다. 그럴 일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만약, 억울한 고소를 당했을 때의 현명한 대처 요령에 대해 오세문 검사와 임상호 수사관에게 조언을 구했다.

    · 수사기관으로부터 소환 요구를 받으면 꼭 출두해야 한다. 죄가 없다고, 억울하다고 거부하면 본인만 손해다. 불출석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 유리한 자료를 최대한 많이 제출한다. 범죄 입증은 수사기관이 하는 것이지만, 증거 자료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 특히 사건을 전후해 주고받은 문자나 전화통화가 녹음돼 있다면 절대 지우면 안 된다.

    · 사실만 말해야 한다. 조사할 때는 아주 자세하게 물어보기 때문에 작은 거짓말도 발각된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작은 부분을 거짓말했다가 거짓으로 밝혀지면 오히려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의심받는다.

    · 거짓말탐지기 검사(심리생리검사)를 적극 활용하라. 거짓말탐지기는 90% 이상 진실을 가려낸다. 이 조사를 거부하면 의심을 살 수 있다. 먼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것도 자신이 억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 상대방이 전화나 문자로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 응하지 않는다. 사과할 때는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를 분명히 밝힌다. 막연하게 사과를 하면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서 사과의 의미를 오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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