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작은 구멍에도 전복
규정 속도 지키자 따라오는 차량 경적 울려
대부분 인도로 운행…보행자 사망 사고도
대학가 전동킥보드 이용자 즐비
서울시 한 대학교 강의동 앞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들.
문제는 전동킥보드 사고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현행 제도상 전동킥보드는 차도로 운행하게 돼 있다. 그러나 차도로 운행하면 킥보드 운전자가 위험해지고 인도로 운행하면 행인이 위험해진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탄 사람과 충돌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을 상대로 실태를 알아봤다.
“도로로 다니라는 것도 좀 황당”
서울시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4) 씨는 요즘 전동킥보드를 타고 통학한다. 이씨는 “차도로 다니느냐”는 질문에 “인도로 다녀요”라고 답했다.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도로교통법상 차량에 해당한다. 따라서 차도로 다녀야 한다. 또 자전거도로에서도 타면 안 된다. 50cc 미만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알고는 있었어요. 그러나 상식적으로 킥보드 타고 도로로 다니라는 것도 좀 황당하긴 합니다.”
이씨는 “앞으로도 쭉 인도로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천천히 운행하겠다”고 했다. 요즘 서울시 각 대학에선 전동킥보드로 통학하는 학생이 많다. 필자가 접촉한 이들 대부분도 인도로 운행한다고 했다.
전동킥보드를 타는 대학생 김모(22) 씨와 함께 차도로 나가서 차도 운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봤다. 서울 안암동 한 버스정류장 부근 차도에 빈 플라스틱병이 떨어져 있었다. 버스가 이 병을 그대로 깔고 지나갔다. 이에 대해 김씨는 “차도로 운행 중인 전동킥보드는 이 플라스틱병으로 인해 전복될 수 있다. 나도 전동킥보드를 타고 시속 20km로 달리다가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다. 이로 인해 수주 동안 반(半)깁스를 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차도엔 포트홀(아스팔트 포장 표면에 생기는 국부적인 작은 구멍)과 맨홀 뚜껑도 있었다. 김씨는 “포트홀과 같은 작은 구멍이 차도를 달리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 자동차와 달리 전동킥보드의 작은 바퀴가 안으로 들어가면 전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차도에서 포트홀 같은 작은 구멍을 발견하기도 힘들뿐더러 설사 발견한다고 해도 이를 피하려고 차선을 급하게 바꾸면 뒤따라오는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턱이나 싱크홀 주의” 막연한 대책
김씨가 차도에서 전동킥보드를 제한속도인 시속 25km 이하로 운행하자 뒤따라오는 일부 차량이 답답하다는 듯 김씨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 법규대로 시내 차도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는 것은 위험하거나 쉽지 않은 일로 보였다.경찰은 “전동킥보드의 안전을 위한 지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침에는 바퀴 크기 10인치 이상만 주행 허용, 안전장구 착용, 이중 브레이크, 전조등 부착 등이 포함된다. 지침엔 인도 운행 금지도 포함돼 있다.
전동킥보드로 통학하는 대학생 권모(여·25) 씨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고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은 인도 운행 금지를 따르지 않는다. 법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