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나GC는 네이처(Nature), 레이크(Lake), 가든(Garden) 3코스 27홀이다. 거의 모든 홀 그린 뒤편에 꽃병풍이 자리 잡고 있다. 더하여 예술 조각 처럼 운치 있는 소나무 3000그루가 곳곳에서 상쾌한 기운을 뿜어낸다.
네이처 3번홀(파3, 149m). 그린 난이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곳에서 26년간 근무한 김득환 코스관리팀장이 “대회 때 우리 그린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말하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퍼트를 해보니 실감이 난다. 약하다 싶었는데도 쭈르르 미끄러진다. 비결은 투 그린과 철저한 관리. 대회 한 달 전부터 대회용 그린은 개방하지 않고 집중 관리한다. 가늘고 촘촘한 잔디를 깎고 누르고 다리는 작업을 여러 차례 되풀이한다. 4.0~4.2m라는 경이적인 그린 스피드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골프장 일반 코스의 그린 스피드는 2~2.5m다. 대회용 코스의 경우 3m면 빠르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날 라데나의 그린 스피드는 3.15m였다. 일반 코스인데도 웬만한 대회용 코스보다 빠른 셈이다. 효율적인 투 그린 운용으로 에어레이션(aeration)에 따른 퍼트 불편이 전혀 없다는 것도 장점.
티잉그라운드 양옆에 백자작나무들이 도열한 네이처 9번홀(파4, 352m)은 백 티(back tee)에서 쳐야 제맛이다. 레귤러(화이트) 티에선 백자작나무 숲을 뚫고 나가는 장쾌함이 덜하기 때문. 티샷이 짧으면 가운데 길게 누운 워터 해저드를 넘기는 게 부담스럽다.
레이크 2번홀(파3, 147m)은 사람을 홀린다. 앞쪽에 그림 같은 연못이 있고 연못과 그린 사이에 새하얗게 반짝거리는 비치벙커가 누워 있다. 그린 뒤편도 벙커와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그야말로 가시를 삼킨 장미다.
라데나 코스의 특징은 대체로 페어웨이가 넓은 대신 언듈레이션이 다채롭다는 점. 가장 긴 홀인 레이크 7번홀(파5, 520m)의 페어웨이만 해도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산맥처럼 굴곡이 심해 스탠스를 잘 잡지 않으면 미스샷 가능성이 높다. 레이크 8번홀(파4, 320m)은 코스의 좌우 폭이 좁은 편이고 IP 지점에 쌍둥이 연못 2개가 있어 장타자는 우드를 잡는 게 낫다.
가든 코스에서 가장 어렵다는 2번홀(파4, 399m). 드라이버를 잘 쳐도 200m 안팎이 남을 만큼 길고 오르막이다. 대회 때도 거의 버디가 나오지 않는다고. 오른쪽으로 굽은 3번홀(파5, 428m)은 서비스 홀. 거리로는 충분히 투 온이 가능하나 곳곳에 도사린 벙커가 장애물. 게다가 티샷 볼이 오른쪽으로 가면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고 그린 근처 워터 해저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지난해 대회 때 장하나가 여기서 이글을 잡은 게 역전 우승의 발판이 됐다. 맞바람이 부는 9번홀(파5, 503m)은 2009년 유소연이 결승전에서 최혜용과 9차례나 연장전을 벌인 끝에 우승한 곳이다. 왼쪽 일렬로 늘어선 워터 해저드를 조심해야 한다.
라운드가 끝난 후 캐디로부터 점수표를 받아 들면 뜻하지 않은 숫자에 당황하거나 흐뭇해한다. 매 홀 타수 기록 아래 칸에 퍼트 수가 가지런히 적혀 있기 때문.
골프장 손님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라데나는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 최상의 코스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라데나 관계자는 “고객이 20만 원 내고 30만 원어치 행복을 누리게 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