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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山소주식 경영’으로 ‘강성노조’ 다루다 빚은 비극

두산중공업 근로자 배달호씨는 왜 분신자살 택했나

  • 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山소주식 경영’으로 ‘강성노조’ 다루다 빚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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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가 자살한 시간은 오전 6시20분. 다른 직원들이 아직 출근하기 전 어스름 무렵이었다. 지난해 파업으로 구속되었다가 사건 보름 전 복직해 회사에 나오고 있던 배씨는 이날 평소보다 한 시간쯤 일찍 회사에 나왔다. 자신의 일터였던 보일러공장으로 향하는 좁은 길 에서 배씨가 라이터를 켜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장을 최초로 목격하고 사내 소방차를 부른 회사 시설관리부 직원은 불에 타고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현장 옆에 배씨가 세워둔 자가용 뒷좌석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배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일회용 라이터도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이튿날 민주노총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은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위원장으로 하는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분신사망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했고, 회사측도 관련부서에서 인원을 차출받아 일일상황을 체크하고 임원진에 보고하는 상황실을 본관 8층에 마련했다. 취재진이 몰려들고 정치인, 사회단체 인사, 학생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곳곳에서 두산그룹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고 사회단체들은 ‘두산제품 불매운동’을 개시했다.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 있던 시신에 대한 부검과 처리를 두고 경찰과 대책위, 회사측은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결국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1월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남부분소 법의학팀은 사상 최초로 사건현장에서 부검을 진행했다. 부검이 끝난 시신은 냉동차에 실려 현장에 남았다.

배씨의 시신이 아직 현장에 남아 있는 이유는 그 수습방안을 두고 대책위와 회사는 물론 유족들 간에도 팽팽히 입장이 맞서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와 부인 황씨는 배씨가 유서에 쓴 해고자 문제와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고, 회사측과 배씨의 어머니 및 동생들은 가능한 한 조속히 장례절차를 마무리한 뒤 협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와 회사는 서로를 ‘반인륜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타살說, 자살교사說, 개인문제說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아무도 지켜보지 못한 죽음을 둘러싸고 회사 안에는 갖가지 소문이 돌았다. 타살설부터 자살교사설, 간암 말기설 등등. 이러한 의심은 경찰수사와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오면서 수그러들었다. 사건을 담당한 창원 중부경찰서 김한수 수사과장은 “타살이나 자살교사로 의심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고, 부검을 참관했던 원진병원 양길승 원장은 “내부장기도 확인했지만 종양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인에게 거액의 빚이 있었다’는 소문은 끝내 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직 사원은 “이 부분은 회사 측에서도 관심을 갖고 추적해 6700만원 가량의 부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홍보실 관계자는 “설마 회사가 고인의 개인정보를 뒤졌겠느냐”고 말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에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부인 황길영씨 또한 부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 정도 빚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한달 평균 350만원(세전)의 임금을 받던 사람이 2년 연봉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자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앞의 관리직 사원은 “돈에 쪼들려 자살을 택할 상황이었다면 회사와 타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외국 현장에 나가거나 외주업체로 내려가라는 회사측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어떤 식으로든 성의를 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의 죽음 이후 중앙 방송을 비롯한 상당수 언론매체에서는 “배씨의 죽음은 회사측이 지난해 파업기간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법원에 요청한 월급 가압류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대책위와 민주노총은 실수령금 5만8000원이 찍힌 배씨의 지난해 8월분 급여지급명세서를 공개하며 “파업 손배소송에 따른 급여 가압류는 신종 노동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문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거론되는 사회이슈가 되었다. 이는 유서에 들어 있는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라는 구절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같은 보도는 오보에 가깝다. 지난해 법원이 배씨에게 내린 손해배상 분담금은 220만원에 불과했고, 6개월간 받은 임금이 148만원이었던 것은 이 기간동안 배씨가 구속 및 정직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책위 관계자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가압류 문제가 중대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의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220만원의 가압류가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살을 결심했을까. 그가 분신자살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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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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