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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장사·배추장사 따로 가야 산다

통합 후유증 앓는 ‘공룡 농협’

  • 글: 이형삼 hans@donga.com

돈장사·배추장사 따로 가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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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앙회는 3개에서 1개로 줄었지만, 통합농협중앙회의 자회사는 더 비대해졌다. (구)농협중앙회의 자회사 직원수는 농협개혁이 단행되기 전인 1997년 말 1005명이던 것이 통합 직전인 2000년 6월 말에는 293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통합을 전후한 시점에 중앙회에서 명예퇴직한 임직원들을 중앙회 산하 금융·비료 자회사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경우가 많았다는 것.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에 따르면 통합 직후인 2000년 8월 현재 중앙회 11개 자회사의 상근 임원 28개 보직 중 (구)농·축협중앙회 출신이 19개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장종익 소장은 “중앙회의 비대화는 농협중앙회가 사업체로 남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특히 최근 금융산업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중앙회의 신용사업부문은 국제업무를 확대하기 위해 공동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새로운 부서와 자회사, 인력 확대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회 조직이 여전히 비대하다는 지적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필요성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중앙회 조직을 슬림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슬림화란 불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떼내라는 얘긴데, 지금 중앙회 사정은 그렇지가 않다. 가령 중앙회 신용사업부문의 경우 수신고는 은행보다 많지만 조직은 우리가 더 슬림하다. 위험관리 등을 강화하려면 오히려 조직을 더 키워야 할 상황이다. 통합 당시 중앙회를 슬림화하겠다고 한 것은 3개 중앙회의 중복 업무를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물 건너간 사업 이관



농협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신용사업, 경제사업, 지도(농정)사업이 그것이다. 신용사업은 금융기관 업무다. 농협중앙회는 은행법에 따라 제1금융권(은행) 업무를, 지역농협은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제2금융권(상호금융) 업무를 하고 있다. 경제사업은 농산물 가공·유통, 영농자재 생산·구매·판매 등을 뜻한다. 지도사업에서는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생산기술 교육, 생산조직 개선, 작목반 육성 등 영농지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앙회 통합의 주요 명분 가운데 하나는 중앙회의 경제사업을 지역농협으로 대거 이관하는 것이었다. 통합중앙회가 되면 신용사업에서 이익을 크게 내기 때문에 중앙회의 경제사업은 지역농협에 이관하거나 지역농협과 공동 경영함으로써 일선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환원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농림부는 통합을 앞두고 관련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구)농협중앙회 산하 하나로마트 등 13건, (구)축협중앙회 산하 사료공장 등 35건의 사업을 지역농합에 이관하겠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이관이 확정된 경우는 대구·창원 축산물 전문 판매장, 안산사료공장 등 너댓 곳에 불과하다. 지역농협들은 “중앙회가 돈 버는 사업은 제쳐놓고 부실화한 사업만 이관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그런가 하면 중앙회는 중앙회대로 “지역농협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고 해서 결국 자회사로 만들거나 매각한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대개 전국 단위로 거래되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농협 차원에서 다루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런 사업을 특정 지역농협에 주면 다른 조합들이 특혜 시비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중앙회가 2000년 9월 작성한 ‘통합농협 3개년 계획서’를 보면 2003년 지역농협 경제사업의 사업액 성장률을 2000년 대비 21.4%로 설정한 데 비해 중앙회 사업액 성장률은 68.5%로 높게 잡고 있다. 중앙회가 애초부터 사업을 이관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협동조합연구소 장종익 소장은 중앙회 경제사업을 잇따라 자회사로 만들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려한다.

“협동조합 사업부문을 자회사화할 필요성은 있지만, 조합원을 주 대상으로 하는 부문이 아니라 비조합원 위주의 사업을 자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자회사는 주식회사로서 유연하고 신속한 경영을 할 수 있지만, 이윤 추구를 일차적 목표로 하므로 조합원과 거래할 때 조합원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기 어렵다. 농협이 조합원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조합원의 생산물을 보다 높은 가치로 판매해주고 영농자재를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회사가 필요한 부문은 경제사업이 아니라 신용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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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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