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자유인’과의 대화 8

유라시안 필하모닉 이끄는 예술 CEO 금난새

“우린 자급자족하는 ‘비정규직’… 이게 경쟁력 원천이죠”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유라시안 필하모닉 이끄는 예술 CEO 금난새

2/4
“음악으로 세상 바꾸고 싶다”

유라시안 필하모닉 이끄는 예술 CEO 금난새

유라시안 필하모닉은 하나의 ‘오케스트라 기업’이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있는데,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과 연설입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라.” 그 말이 중학생이던 제게 깊게 남았습니다. 그때부터 사회에 기대기보다는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김정호 지휘자라는 직업도 그렇게 선택한 건가요.

금난새 예, 그렇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1974년엔 지휘과라는 게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음악이 발전하려면 음악과 관련된 모든 분야가 고루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독학으로 지휘를 공부하면서 동아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서울예고 출신 동기, 선후배들이 모인 ‘서울 영 뮤지션 앙상블’이란 이름의 오케스트라였습니다. 동아리를 만들기는 했는데 연습장소가 문제였습니다. 25~35명이 모여 연습할 만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죠. 그때 광화문의 미국문화원이 생각나더군요. 도서관을 이용하느라 그곳에 자주 갔었는데, 2층 100여 평(330여m2)의 강당이 늘 비어 있더라고요. 무턱대고 원장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고는 ‘패기 있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좋은 오케스트라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 연습장소로 2층 강당을 제공해달라, 그러면 그 대가로 연주회 때마다 미국 음악가인 거슈인, 바버 등의 작품을 꼭 한 곡씩 연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때껏 미국문화원은 문화 전파의 도구로 도서관, 영어 회화 등만을 생각했습니다. 음악은 생각을 못 했던 거죠. 원장은 제 제안을 듣더니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때부터 미국문화원에서 연습을 할 수 있었고, 광주, 대구 등 지방 미국문화원에서도 연주회를 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나중에는 미국 음악협회로부터 공로상까지 받고요. 저는 그런 기회를 통해 지휘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단원들은 오케스트라와 현장감을 익히는 공부를 하게 된 겁니다.

김정호 일반적으로 리더라면 터프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금 선생께선 사람들에게 이익을 줘서 따르게 만드는 스타일인 듯하군요. 어릴 적부터 윈-윈(win-win)의 해법을 찾는 능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금난새 그런 거창한 생각을 했던 건 아닙니다. 단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내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문화원장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만큼 그들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김정호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 긍정적 에너지를 조화시켜 목적을 달성한다는 사고방식이 요즘 CEO들의 사고방식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금 선생을 ‘예술 CEO’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예술 CEO’ 금난새와 일반적인 지휘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금난새 저는 지휘만 하는 지휘자가 아닙니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음악가입니다. 그런 결심을 독일 유학 시절,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회장에서 했습니다. 그때 연주되던 곡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이었는데, 태풍이 몰아치는 3, 4악장을 지나 햇볕이 따스한 5악장이 울려 퍼졌습니다. 작곡자인 베토벤이 살아서 들었으면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감동이 단순히 연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공연장을 꽉 메우고 열심히 듣는 청중,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그 분위기를 느끼는 순간 저도 음악으로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휘라는 나무를 보러 독일에 갔지만 음악이라는 숲을 보게 된 거죠. 저는 청중과 대화를 나누는 지휘자가 되자고 결심했습니다. 나만 잘났다고 으스대는 지휘자가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고 내 지휘에 감동하는 청중이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김정호 그런 생각과 철학들이 오케스트라 연주에 반영됩니까.

금난새 물론입니다. 지휘자는 작곡가와의 교감을 통해 작곡가의 의도를 창조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연주에 제 철학이 반영되게 마련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지휘자는 연주자를 격려하고 좋은 연주를 할 의욕을 북돋워야 합니다. 저는 지휘만 하기보다는 단원들과 공감하면서 함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사람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예산을 보장받는 악단과 그렇지 않은 악단 사이에는 자세에 차이가 생깁니다. 사실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제도권 예술단체들은 정부나 지자체 등으로부터 예산을 배정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력을 덜하는 것 같아요.

2/4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목록 닫기

유라시안 필하모닉 이끄는 예술 CEO 금난새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