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호

문재인엔 꽃놀이패 안철수엔 毒杯될까

후보 단일화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2-10-19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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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권 단일화와 무소속 대통령론을 놓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기(氣) 싸움 차원을 넘어 포격전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 시중의 관심은 두 가지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이 과연 단일화할 것인가, 안철수가 본선까지 무소속으로 완주할 것인가. 양 진영의 막후 전략을 들여다보자.
    문재인엔 꽃놀이패 안철수엔 毒杯될까
    최근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그 시작은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이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10월 9일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에도 없다면서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나 정치 쇄신을 위해서도 정당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정치권의 혁신과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정당 기반이 없이는 정치혁신도 국정운영도 할 수 없다고 반격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이렇게 응답했다. “지금 상태에서 만약 여당이 대통령이 된다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날 것 같고 야당이 대통령이 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 “차라리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저도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이다. 정당이 없으면 직접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제가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소속 대통령이 존재한다면 국회에 협조를 요청해 협조를 많이 받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문제를 더 많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무소속 대통령이 더 잘할 수도 있다는 언급이다.

    안 후보는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이런 지적까지 내놓았다. “지난 10년 대통령이 속한 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국민이 힘을 모아줬는데 압도적인 다수당이 되자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같은 정당 안에서 패가 갈리고 손가락질하고 대통령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정당 대통령을 스스로 무소속으로 만들었다.” “지금 와서 정당론을 꺼내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정치에서 정당이 어떤 책임을 졌느냐?” 닥치고 정치 혁신과 변화 요구에 대해 답을 내놓으라고 한 셈이다.

    공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의 지적에 대해 “아유 정말, 그렇게 험한 말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문 후보 캠프 특보단장인 신계륜 의원은 “무소속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상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문 후보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무소속 대통령이 국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왜 무소속 대통령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왜 안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이 오히려 낫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첫째, 단일화 협상에 앞선 주도권 경쟁이다. 둘째, 안철수 후보는 정말로 끝까지 무소속 후보로 갈 계획도 갖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가능성이 높은 쪽은 당연히 전자다. 안 후보가 끝까지 무소속 후보로 나갈 계획이라면 굳이 문 후보 측의 공세에 대응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의 무소속 대통령 주장은 계산된 발언이다. 어떤 계산일까?



    친노 손잡으면 보수층 등 돌려

    문재인엔 꽃놀이패 안철수엔 毒杯될까
    안 후보는 지금 쌍끌이 중이다. 중도를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 모두를 지지 세력으로 끌고 가는 중이라는 말이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나타난 그 민심을 선거일까지 그대로 끌고 가야 3자 구도에서건, 단일화 국면에서건, 최종적으로 박근혜 후보와 양자구도에서건 안 후보는 승리할 수 있다. 그런데 지지층 가운데 보수 세력이 문제다.

    이들 중 다수는 안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다. 단일화 협상에 돌입하는 순간 이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다. 또 단일화 과정에서 다행히 이탈하지 않은 나머지 보수 지지 세력은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되고 난 이후 무소속이 아니라 민주당에 입당해 최종 출마할 경우에 추가로 떠날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안 후보는 정치권 혁신을 명분으로 사실상 민주당의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쇄신 노력을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역으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으로 역공을 펼치자 이를 반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정치혁신 먼저 해라.

    친노(親盧) 색깔도 좀 빼고.

    그래야 단일화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나는 보수세력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이것이 안 후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민주당을 주도하고 있는 친노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는 점이다. 2008년 총선거에서 모조리 금배지를 잃었다가 겨우 되찾았고 이제 친노계 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그 권력을 내려놓으라니…. 그들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다.

    안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이 오히려 잘 할 수도 있다는, 다소 무리한 발언을 자주 내놓은 뒤 이 발언으로 조금 손해를 보는 듯하다. 말이 앞서 자칫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박근혜 후보 측의 맹공도 맹공이지만 ‘정당에 관한 인식이 역시 부족하다’고 국민적 의구심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무리한 발언은 이쯤에서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정치혁신에 대한 요구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안 후보 측과 1차 화력전을 주고받은 문 후보 측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지적이 ‘뼈아픈’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 측은 앞으로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단일화를 전제로 한 이른바 ‘협력적 경쟁’도 이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양측의 공방이 이어질 텐데 정당 기반이 없다는 점은 안 후보에게 두고두고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기국회 중의 검증 공세에 대처할 화포 지원에서도 힘이 달리겠지만 정책 측면에서도 정당의 축적된 정보량을 쫓아가기 버거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지지율 뒤지지만 느긋해

    상황이 이렇다보면 정치혁신의 기치는 갈수록 퇴색할 것이고, 정치적 공방이 난무하는 속에 안 후보 역시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이 싸움에만 열중하는 또 다른 정치인으로 퇴락해갈 수도 있다. 안 후보로서도 결단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 국면에서건 본선 국면에서건 이기려면 그가 던질 최후의 카드는 무엇일까? 정치권 일부 관계자들은 “그것은 정계개편”이라고 말한다. 기존 정당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정치혁신이 불가능하므로 기존 정당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이는 사실 안 후보가 내건 명분에도 합치한다.

    만약 안 후보가 무소속 후보로 끝까지 가서 결국 당선된다면 기존 두 정당은 불가피하게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대규모 정계개편을 할 수밖에 없다. 그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지향형 정당을 새로 창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대통령 안철수를 지지하는 신당이다. 바로 이것을 공약으로 내거는 것이 안 후보가 내세울 최후의 카드다. 안 후보 지지 세력은 아마 이런 통쾌한 결론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만약 정계개편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 후보가 정계개편 카드를 쓰려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사람과 함께 거사를 도모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물론 1차 대상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들이다. 이들 국회의원 가운데 안철수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들, 안철수가 이루고자 하는 정치혁신 정신에 합치하는 인물일 것이다. 물론 친박(親朴)계 핵심과 친노계 핵심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2차 대상은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정치신인들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경우 1차 대상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과거 정치 시스템하에서 선출된 인물들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신인들이 골간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정계개편을 실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금보다 좀 더 다급해지면 이 카드를 꺼내 들 것이다. 이러한 단호함이 안 후보에게 있을까? 적지 않은 이들이 반론을 펴겠지만 아마도 그것은 반론을 위한 반론에 불과할 것이다. 그는 이미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한 사람이다. 안 후보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유약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관찰한 안 후보는 강골이다. 그것도 아주 강한.

    정계개편 카드와 함께 안 후보의 또 다른 카드는 개헌이다. 1987년 헌정체제의 개편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사실 개헌은 19대 총선거 당시에 국민적 의제로 채택해야 했다. 19대 국회 원 구성 초기 여야 합의로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을 합의처리한 뒤 이번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했다. 하지만 두 정당은 총선거에 이기는 일이 우선이어서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제 개헌은 불가피하게 다음 대통령의 과제로 넘어가고 말았는데, 현 대선 국면에서 어떤 후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내비치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개헌을 주장하기에 가장 좋은 처지에 있다. 당내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이미 정치혁신을 기치로 내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계개편을 전제로 한다면 개헌은 정치권 새판 짜기에 좋은 매개변수이기도 하다. 안 후보 캠프에서도 이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계개편과 개헌을 한데 묶어 고려할 것이고 또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안철수 후보가 정계개편과 개헌 카드를 던진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몇 개의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 단일화 협상 개시 이전. 둘째, 단일화 협상 종료 뒤 실제 절차 돌입 직전. 셋째, 단일화 절차 진행 중. 넷째,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다섯째,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이다. 시기를 저울질해서 최대한 극적인 순간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만, 단일화 협상 개시 이전에 이 문제를 제기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로부터 먼저 답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단일화에 들어가는 순간 이탈할 수 있는 표를 미리 잡아두려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후보는 여론 지지율에서 안 후보에 뒤지는 편이다. 특히 단일화의 키를 쥔 호남의 현재 표심은 안 후보 쪽에 기울어 있다. 그러나 문 후보는 현재의 지지율 추이와 상관없이 다소 느긋한 편이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적어도 10%p이상 현저하게 따돌리지 않는 이상 거대한 민주당이 단기필마(單騎匹馬)의 안 후보로 편입되는 것은 야당 지지성향 국민 사이에서도 명분이 다소 취약한 일로 비칠 수 있다. 문재인 후보 측 관계자는 “어떠한 방식의 단일화이든 문 후보로서는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일부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

    안 후보를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순간부터 문 후보와 민주당이 이니셔티브를 확실하게 쥘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협상의 원칙은 간단하다. ‘언제든지 협상을 깰 수 있어야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단일화 협상은 안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단일화 협상에 나섰다 파기하는 것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조건 없이 양보했던 안철수 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는 자기부정이 된다.

    安, 단일화 우리에 갇혔다

    이로 인해 단일 후보 선출방식에서 안 후보는 불리한 조건을 수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치 2002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협상에서 패자인 정몽준이 그러했고, 2007년 대선 이명박-박근혜 경선 룰 협상에서 패자인 박근혜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안-문 단일화를 강하게 촉구하는 진보진영의 여론도 문 후보에게는 나쁠 게 없다. 안철수가 단일화를 포기하고 본선을 완주하는 돌발 상황을 진보진영이 도저히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간절한 정권교체 열망은 안 후보를 단일화 우리에 가둬두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가 이를 뛰어넘으려면 상처를 입게 되는 형국이다. 이런 점에서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문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다.

    새 정권 국정 마비될 수도

    문-안 단일화의 강력한 연결고리는 대통령-총리 권력분점론이다. 문 후보가 먼저 띄웠고 안 후보 측이 최근 익명 인터뷰 형식으로 관심을 보였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대통령이 미래비전, 통일, 외교, 국방을 담당하고 총리가 나머지 국정을 책임지는 권력분담 구상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예산권을 가진 미래비전부의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문 후보는 이미 지난 5월 안 후보에게 연합공동정부 구상을 제안했다. 단일화에서 진 쪽에 대통령 권력의 상당 부분을 떼어주기로 약속하는 보험 성격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분점 아이디어가 개헌 없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위원장도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임명권이 있고 총리는 추천권이 있는데…어떤 부처를 나눠서 역할을 분담한다는 것은 기존 법에서 보장되어 있는 권한의 범위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안철수-문재인 간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야권 단일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약속대로 차기 정권에서 대통령-총리 권력분점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권력을 분점하려면 단일화에서 진 후보가 총리가 되어야 한다. 현행법상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친박계 출신이고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과반의석을 점유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야권의 대통령-총리 권력분점을 초법적 권력 야합으로 규정해왔다. 이런 새누리당이 대선 패배 후 책임 총리의 탄생을 순순히 용인해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대선 검증과정에서 이러저러한 흠결이 드러난 만큼 총리 자질이 없다는 주장이 명분을 얻을 수도 있다. 권력분점을 전제로 새 정권이 탄생하는 경우 출범하자마자 국정 마비에 준하는 혼란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문 후보와 민주당은 권력분점론이 안 후보를 단일화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유인 수단이 된다고 본다. 대통령에 당선돼 일단 칼자루를 쥔 뒤에는 실제 약속 이행 여부는 별개의 정치행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소속 완주와 야권 단일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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