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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월호를 보내며〈Interview〉조광현 UDT전우회 명예회장

“민간 잠수사, 통제하는 게 옳았다”

세월호 사건 오해와 진실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민간 잠수사, 통제하는 게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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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만 뽑아라”

▼ 민간 잠수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간 잠수사는 크게 레저·스포츠 잠수사와 직업 잠수사로 나눌 수 있다. 직업 잠수사도 하는 일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눈다. (세월호) 수색 작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사람은 그런 걸 정확히 파악하고 팀을 구성하거나 임무를 부여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걸 검증할 시스템도 없다. 나도 산업잠수사 면허가 있지만, 잠수사마다 전문 분야가 다르다. 평소 톱클래스 다이버들을 분류해 잘 관리하다가 이런 큰 사고가 나면 즉각 투입해야 한다. 수중작업을 할 때는 온 톱(on top), 즉 선체 바로 위쪽에 세팅 바지(setting barge)를 설치한 후 잠수사가 들어가 가이드라인을 수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러면 최단거리다. 그런 뒤 여러 팀이 동시에 들어가 신속히 선내를 수색하면 된다. 그런데 조그만 고무보트에서 입수하다보니 조류에 휩쓸려 진입구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구조의 ABC가 지켜지지 않다보니 가이드라인 설치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

▼ 민간 잠수사는 의욕과 열정을 갖고 현장에 달려가지 않았겠나. 이들을 통제했어야 했다는 얘긴가.

“한번 해보겠다고 해서 험학한 수중환경에 단련되지 않은 사람을 다 들여보낼 수는 없다. 경험 없는 일부 잠수사는 조류에 떠내려가 실종됐다가 어선에 구조되기도 했다. 수중 구조도 하나의 작전이다. 그런데 작전 개념이 없었다. 정조 시간 딱 맞춰 작업하는데, 배 타고 밀고 들어와 ‘나도 들어가겠다’고 하면 이미 작업 중인 사람들에게 지장을 주고 위험을 초래한다.”



조씨는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며 우수한 민간 잠수사를 선별해 투입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가 민간 잠수사 투입에 관여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4월 23일 현장 지휘부에서 민간 잠수사 철수를 결정했다. 그중 일부는 조씨가 안전연합회 회장으로 수중자연보호활동을 주도할 때 알게 된 사이였고, 일부는 UDT 후배였다. 이들이 조씨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봉사하러 왔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갈 순 없지 않으냐, 지휘부에 얘기해 우리한테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너희가 현장에서 지휘한다면 다이버 몇 백 명을 다 투입하겠냐. 자체적으로 최정예요원 20명만 뽑아라. 그러면 내가 지휘부에 얘기해 작업시간을 별도 배정해 투입하고 침식도 현장에서 할 수 있게 하겠다.’ 그랬더니 내 말대로 했다. 20명 뽑아놓았다고 연락이 왔다.”

해경 특수구조대 활용 못해

조씨는 해경과 해군 측에 이들의 투입을 건의했다. 해경과 해군 지휘부는 3000t급 해경함에 있었다. 해군 지휘관 김모 소장은 조씨의 UDT 후배였다. 김 소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김석균 해경청장에게도 조씨의 의견을 전달했다. 조씨는 선체 수색 작업을 주도한 민간구조업체 언딘(언딘 마린 인더스트리) 측에도 연락해 협조를 구했다.

“언딘 쪽에 ‘(민간 잠수사들의 요청을) 자꾸 거부하면 너희도 욕먹을 테니 받아들여라’고 했더니 말귀를 알아들었다. 최대한 협조하고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다음 지휘부에 얘기해 민간 잠수사들을 태우고 현장에 갈 배를 팽목항 인근의 서망항에 대도록 했다. 배가 도착했다는 얘길 듣고 잘되나보다 했는데, 잠시 후 ‘출발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실종자 가족 중 일부가 민간 잠수사의 참여를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 가족 대부분은 민간 잠수사 투입을 요청하지 않았나.

“대부분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내 생각엔 일이 틀어진 데는 뭔가 작용했다. 군과 해경에 다 얘기가 돼 손발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누군가 손을 쓴 게 아닐까 짐작한다.”

▼ 가족의 영향력이 가장 세지 않나.

“당연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는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 해경과 언딘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는데, 언딘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국제구난협회(ISU)에 가입한 단체다. 그런데 거기는 뭐 특별히 실력이 좋다고 가입하는 데는 아니다. 기존 회원사 2곳에서 추천해주면 된다. 언딘은 구난업계에서 평이 좋지는 않다. 물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거리를 싹쓸이해버리니.”

해경 산하 단체 중 한국해양구조협회가 있다. 해경 전현직 간부와 해운수산업계 경영주, 항만공사 사장들이 주요 임원인데, 언딘 대표 김윤상 씨도 부총재 중 한 명이다. 구난업체 중에선 유일하다. 조씨는 이 협회에 문제가 많다고 언급했다.

“부총재가 19명인데, 구난·구조와 관련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바다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이다. 이사진도 마찬가지이고. 전현직 해경 고위간부가 들어가 있으니 (해경과) 거의 한 몸으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이 조직 만들 때 내가 얘기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실질적인 민관군 합동구조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내 구상은 지역별로 가용 구조자원을 통합해 구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낚시어선을 잘 활용해야 한다. 고속을 내는 낚시어선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비롯해 위치 탐색과 구조에 필요한 장비가 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나더라도 가장 빠르게 구조할 수 있는 게 인근 어선이다.”

그는 2011년 해경 산하 단체로 발족한 수상레저안전협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기존 안전연합회가 해오던 일(보트·요트 교육 및 면허시험, 안전교육, 안전요원 양성 등)을 중복 수행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고 국고를 축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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