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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하성의 수제자’ 채이배 의원

“소득주도성장에 모든 걸 꿰맞춰” “일자리안정자금? 정부, 현장 너무 몰라”

  •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인터뷰〉 ‘장하성의 수제자’ 채이배 의원

  • ● 소득주도성장, 장 실장 만든 공약 아냐
    ● 장 실장, 책에선 원·하청 관계 개선 가장 중요하게 다뤄
    ● 경제민주화 선행돼야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가능
    ● 본인 계획과 다른 방향 아닐까 불안
    ● 보편적 복지가 되레 복지의 출발 막아
    ● 시장 중시 장 실장, 정작 청와대는 ‘정부 주도’ 프레임undefined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소득주도성장을 겨누는 야당의 칼날이 매섭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월 5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나와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이념”이라고 꼬집었다. 이튿날 같은 자리에 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 경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름도 연일 미디어에 오르내린다. 장 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성을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일 터. 

사실 야당에서 그 속내가 가장 궁금한 사람은 채이배(43)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채 의원은 장하성 실장과 인연이 깊다. 그는 고려대 행정학과 재학 시절 장하성 당시 경영대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면서 소액주주운동과 공정성장에 눈을 떴다. 졸업 후 공인회계사가 된 채 의원은 장 실장의 영향으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경제개혁연구소에서 활동했다. 경제개혁연구소장을 지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도 가깝다. 

그래서인지 채 의원은 인터뷰 내내 장 실장을 ‘장 교수님’으로 지칭했다. 채 의원에 대한 장 실장의 신뢰도 남다른 모양이다. 장 실장이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채 의원을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하면서 “나보다 잘 드는 칼”이라는 표현을 쓴 건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채 의원은 스승이 주축인 청와대의 경제·복지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다. 청와대 핵심 그룹과 장 실장을 분리하는 인식도 엿보인다. 9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채 의원을 만났다.


“대통령 어젠다를 서포트하다 보니…”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8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8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년간 29% 인상된 최저임금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직격탄이 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가 고용주의 지불 능력을 간과한 건 아닐까요? 

“그러니까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선순위는 공정경제, 그러니까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민주화 속도가 너무 안 나고 있어요. 과거엔 낙수효과가 있었고, 덕분에 중소기업 노동자에게까지 분배가 됐죠. 지금은 대기업이 돈을 벌어도 풀지 않습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니 안전자산을 쌓아두는 거죠. 대기업에 쌓인 돈이 밑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정부는 그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야죠.” 

‘장하성의 수제자’다운 반응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생각을 물었는데 대뜸 ‘경제민주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온 것. 동문서답은 아니다. 채 의원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그룹’은 하도급 문제 등 대·중소기업 간 ‘갑을’ 이슈가 해결돼야 중소기업이 합당한 수익을 거둬 지불 능력을 키우고, 그러면 노동자 소득도 늘 거라는 주장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자동차 하청기업이 볼트·너트 같은 부품을 만들 때도 완성차에 더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상생이 이뤄지면 중소기업에서 혁신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더 많은 분배가 가능해집니다. 이게 큰 틀의 경제민주화예요. 

이런 부분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최저임금 올리고 재정으로 돈을 뿌려 밑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그럼 지출 여력 없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장하성 정책실장이 은사시잖아요.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 예산이 시행된 지 채 1년이 안 됐고, 최저임금 인상도 반년 조금 지난 상태라 벌써 결과에 대해 비판하는 건 성급하다고 말했는데요. 

“유독 소득주도성장만 너무 많이 앞서가니 문제인 거죠. 혁신성장은 제자리걸음이고 공정경제는 30m 정도 갔는데, 소득주도성장 홀로 100m를 가버린 겁니다. 오히려 공정경제가 100m, 혁신성장은 50m쯤 갔어야죠. 소득주도성장은 이 과정에서 뒤따라가는 거거든요. 청와대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입장인데, 그건 아니에요. 순서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장하성 교수님도 본인이 쓰신 책에서 원·하청 관계 개선을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세요.” 

‘장하성의 생각’은 소득주도성장보다 공정경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와 ‘장 실장 해임’ 공세를 동시에 펴고 있는데 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장 교수님 자신이 만든 공약이 아니거든요. 이미 소득주도성장이 대통령의 어젠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들어가서 서포트(support)하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거기에 모든 걸 꿰맞춰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그래서 장 교수님 본인이 처음 계획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계속 정부에 공정경제를 강조해왔고, 최근 정부도 다시 조금씩 얘기를 꺼내고 있습니다.” 

세 개의 축이라지만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 아닌가요? 

“완전히 별개의 바퀴죠. 이 두 바퀴를 연결해주는 체인이 공정경제입니다. 올바른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주는 힘을 바탕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일어나는 거죠. 그래야 성장의 과실이 중소벤처기업과 노동자에게 갈 수 있습니다.”


‘장하성의 생각’은 소득주도성장과 결이 다르다

〈인터뷰〉 ‘장하성의 수제자’ 채이배 의원
‘장하성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는 장 실장의 2015년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펼쳐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원천적 분배’다. 흔히 재분배는 정부가 사회복지 예산 지출을 통해 불평등을 교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행위의 주체는 정부다. 장 실장에 따르면 원천적 분배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참여한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공급자, 채권자, 정부, 그리고 주주에게 수익을 분배”(266쪽)하는데, 이게 원천적 분배다. 최저임금 인상이 정책 패키지의 첫머리를 차지한 소득주도성장과는 결이 분명 다른 셈. 채 의원도 이 개념을 강조한다. 

“복지가 물론 부족하지만 사실 재분배 이전에 원천적 분배부터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월급이 올라야죠. 월급이 안 오른다고 계속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게 아니라, 월급이 오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장 실장이 책에서 제시한 해법은 앞서 채 의원도 언급했듯 원·하청 관계 개선이다. 장 실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식”(279쪽)이라면서 구체적 대책을 몇 가지 제시한다. “중소 하청기업이 생산성 향상으로 비용 절감이 발생할 경우 그것을 대기업 원청기업이 공급가 인하에 반영하지 않는 방법”(279쪽)도 있고, “대기업 노동조합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대기업 임금 인상의 일정 부분을 하청기업 임금 인상을 위한 추가 공급 대금으로 지급하는”(280쪽) 방식도 있다. 

장 실장은 책에서 원천적 분배를 건너뛴 채 재분배 정책을 펴는 데도 의구심을 표한다. 그는 “정부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만큼도 늘어나지 않는데, 정부 예산 중 사회복지 지출 비중만을 크게 늘리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269쪽)고 썼다. 이어 “현재 정부 예산의 제약 조건하에서는 사회복지 지출 증가 폭의 한계가 뚜렷하며 재분배 정책의 효과도 미미할 것”(270쪽)이라고 덧붙였다. 

정작 최근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의 올해 대비 증가율은 9.7%(41조7000억 원)로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4.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장적 재정을 편성한 2009년(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 늘어 23조5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복지 예산은 162조2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7조6000억 원(12.1%) 증액 편성됐다. 복지 분야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5%로 역대 최고치다. 

채 의원께서는 8월 20일 열린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구조 해결보다는 단기 효과를 기대하며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채용 등 세금주도성장에 매몰돼 있다”고 꼬집으셨더군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내년에 지출을 더 늘리려 하는데요? 

“470조 원의 슈퍼 예산인데 초점은 복지와 일자리입니다. 정부는 재정의 효율성을 생각해야 해요. 지금은 정부가 중소기업 고용을 늘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씁니까. 사람을 뽑으면 세금을 깎아주고 재정을 써서 월급에 보태라며 돈을 줍니다. 기업은 당장 인건비 부담을 다소 덜 수야 있겠죠. 그렇다고 기업이 지원받으려고 사람 더 뽑는 건 아니잖아요. 

9월 3일 당에서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前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모셨는데 질의응답 과정에서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이런 돈 다 거둬들이고 차라리 실업자에게 지원해주자’고요. 대신 기업에는 노동유연성을 조금 더 확보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기업은 필요한 사람을 뽑고, 필요가 없다면 해고하겠죠. 해고된 사람은 국가가 책임지고 더 오래, 더 많은 돈을 지원해 직업훈련을 해 시장에 재진입하게 만드는 겁니다. 재정 투입 효과를 고려한다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죠.” 

지난 5월 10일 장하성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을 위해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을 연장해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을 올해 2조9700억 원에 이어 내년에도 2조8200억 원을 지속 지원키로 했다. ‘장하성의 수제자’는 이걸 어떻게 볼까. 

“올해 일자리안정자금을 3조 원 만들어놨는데, 지금까지 30%밖에 못 썼다고 해요. 정부는 사람들이 신청을 안 해서 그런 거라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신청할 만한 여력이 안 되는 겁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2년 고용계약하고 오시는 게 아니잖아요. 한 달, 보름 정도 일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분들 급여를 지원받기 위해 자영업자가 지원을 신청한다? 정부가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겁니다.” 

화제는 보편적 복지로 옮겨붙었다. 장하성·김상조 두 사람과 시민단체 활동을 함께 해온 채 의원은 국회 입성 당시부터 진보적 시각이 짙은 의원으로 분류됐다. 언뜻 ‘보편적 복지론자’로 생각하기 쉬울 터. 정작 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보편복지 프레임에 매몰돼 있다고 우려했다. 

“아동수당의 경우 소득 구분 없이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을 주자는 게 당초 정부 안이었어요. 최대 80% 아동에 한해 선택적으로 주면 그만큼 비용을 아껴 수혜 대상자에게 더 많이, 더 오래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필요한 계층에 더 많이 주는 선택적 복지가 지금 우리 단계에서 더 필요합니다.


“비효율 개선 없는 예산 포퓰리즘 비난받아”

지금 문재인 정부는 보편복지 프레임에 빠져있습니다. 학교 무상급식으로 만들어진 보편복지 프레임이 정치권에 만연하니 복지를 하려고 하면 ‘다 해줘야지. 그런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안 되겠다. 다음에 하자’는 식이 돼버리는 겁니다. 보편복지가 도리어 복지의 출발을 막고 있는 거예요. 기초연금도 마찬가지예요. 100%에게 10만 원 줄게 아니라 더 빈곤한 노인 50%에게 20만 원 줘야 합니다.” 

9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동수당 지급과 관련해 “국민은 소득 등을 증빙할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큰 불편을 겪게 됐고 행정기관은 신청자 소득 등을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막대한 행정 부담과 비용을 초래했다. 국회에서 전향적으로 논의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행정비용을 고려할 때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가 더 낫다는 뜻을 에둘러 강조한 셈. 채 의원의 해법은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소득·자산 기준 상위 10%를 골라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행정비용 1000억 원이 쓰인다고 말합니다. 소득·자산 기준은 다른 복지정책에도 많이 쓰여요.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할 때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수백억 원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국세청에 다 있어요. 4대 보험 징수하는 데도 있고요. 국가가 복지전달체계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여러 복지정책을 펼칠 때 활용하면 되는 건데,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교육부 각각 시스템을 만드니 행정비용이 많이 들고 전달체계가 복잡해지는 거죠. 받는 사람도 불편하고요.” 

8월 23일 기획재정부는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후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부터 근로장려금(EITC) 대폭 확대 등 소득 분배 개선 요인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ITC는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할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최근 주목도가 부쩍 높아지는 정책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효율성이다. 

“EITC도 복지입니다. 2013년부터 자영업자도 EITC를 받을 수 있게 했어요. 지난해 나온 2016년 통계를 보니 자영업자가 600만 명인데, EITC 받는 사람이 65만 명밖에 안 됩니다. 자발적으로 신청하라는데, 사실 자영업자가 소득·자산기준상 본인이 수혜 대상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아요? 국가가 제도를 만들었으면 제대로 지원해줘야죠. 복지체계를 개선하면서 예산을 늘려가야 하는데, 비효율을 줄이는 과정은 없고 당장 문제가 되니 예산을 뿌리는 식으로 가니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청와대, 현장 이야기 안 듣고 통계만봐”

일자리나 복지 예산 논쟁을 자극한 게 악화되는 고용지표입니다. 장하성 실장은 “연말 정도에는 10만~15만 정도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도 말했습니다. 또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날 거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8월 고용 동향의 경우 3000명 증가에 그쳤는데요? 

“앞서 ‘7월 고용동향’ 발표 이후 정부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크게 줄어서 고용에 영향이 있었다고 얘기했었죠. 올해 들어 인구 증가폭이 유독 작은 시기가 몇 달 있었어요. 그런데 생산가능인구는 15세부터예요. 그 말인즉슨 15년 전 태어난 아이들 숫자가 해당 시기에 줄었다는 얘기잖아요. 그리고 15세에 생산가능인구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대부분 다 학생인데. 그 인구 때문에 고용 동향이 바뀌었다? 저는 납득이 안 되거든요. 말이 안 되는 거죠.” 

통계청장 교체를 둘러싼 논쟁도 뜨거운데요.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 후 고용에 미칠 파장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자꾸 통계를 갖고 논리를 만들려다 보니 심지어는 통계청장까지 갈아야 하는 함정에 빠진 겁니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고용쇼크에 대한 비판을 방어해보고자 그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내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장 이야기는 안 듣고 통계만 보는 겁니다. 

지금 현장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불복종운동을 하잖아요. 사실 최저임금은 매년 인상돼왔어요. 그래도 사용자건 노동자건 다 수용했어요. 공익위원들이 정부 측이긴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공익위원들이 정부의 입김을 너무 세게 받았어요. 대통령이 2020년까지 1만 원 목표를 두고 있었으니까요.”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시대이니 굉장히 필요하죠. 다만 지금은 소득이 줄었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크게 불거진 거잖아요. 돈을 조금 벌어도 쓸 생활비가 적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대선 때마다 나오는 ‘가계의 주거비와 생활비 줄이기’예요. 

그런데 정작 집값은 올라가고 있죠. 사교육비? 대입제도 바꾼다고 공론화위원회 가동해도 아무 결론 안 났잖아요. 생활비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해놓고 소득이 줄어드는 정책을 같이 펴고 있는 겁니다. 가계 주거비나 생활비가 줄어들어야 주 52시간 근무제도 정착할 수 있는 거죠.”


“장 실장은 시장을 존중하는 분”

장하성 실장이 그간 시민단체 시절부터 했던 활동이나 펴낸 책들을 보면 성장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경영학자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장 실장을 둘러싸고 ‘분배론자 프레임’이 형성됐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공정경제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이 장하성, 김상조 두 사람입니다. 그래서 기대가 높았어요. 그런데 두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성과가 안 나고, 점점 잊히고 있어요. 매일 ‘김동연·장하성 갈등설’만 나오고요. 

장하성 교수님과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지내왔어요. 시장을 매우 존중하는 분입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소액주주운동이 시장을 망친다고 비판해왔지만 사실 시장중심주의적인 운동이었어요. 주주가 자기의 권리를 갖고 기업경영진의 불법행위를 막아보자는 건데, 정말 자본주의적인 운동이었거든요. 그럴 정도로 장 교수님은 시장을 중시하셨는데, 현재 청와대가 갇혀 있는 프레임은 시장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정부 주도로 모든 걸 하겠다는 거죠.” 

‘시장과 맞서려는 정부’라는 표현도 나오잖아요. 

“물론 시장이 100% 옳은 게 아니죠. 시장의 실패가 당연히 있습니다. 시장 실패가 있을 때 정부가 나서서 이를 보완해주는 건데 그게 사회안전망 즉 복지여야 하는 거거든요. 지금은 정부가 오히려 선수로 뛰면서 직접 재정을 쥐고 공무원 늘리며 고용도 하고, 고용 못 하는 중소기업에는 돈을 주며 고용 하라고 하고 말이죠. 시장을 좀 더 존중하면서 정책을 폈으면 좋겠습니다.”


신동아 2018년 10월 호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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