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性학자 박혜성의 ‘행복한 性’

신이 남녀에게 다른 호르몬을 준 이유

  • | 性학자 박혜성

    입력2018-10-10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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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호르몬의 차이에서 기인하다. 신이 남녀에게 다른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한 이유가 뭘까? 그렇게 만든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본 형태는 여자다. 그런데 임신 6주에 엄마 배속에 있는 태아가 테스토스테론에 강하게 노출되면 남자가 된다. 이때부터 태아는 남자의 뇌, 남자의 몸으로 발달한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가 되면 남자의 몸에서는 여자에 비해 1000배 이상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이때부터 남자와 여자의 신체와 행동은 어마어마하게 차이 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 남자는 ‘걸어 다니는 폭탄’이라고 할 만큼 호기심과 성욕, 에너지, 폭력성이 넘친다. 

    체내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가 높은 남자 중에 범죄자가 많다. 성폭행, 강간범, 폭행범은 특히 그 비율이 높다. 그렇다고 테스토스테론이 반드시 범죄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영웅, 스포츠선수, 예술가, CEO, 지치지 않고 일하는 사람도 일반 남성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된다. 그렇게 테스토스테론은 성욕은 물론 에너지와 활력, 일적인 성공이나 성취욕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자를 아주 단순하게 둘로 나눠볼 수 있다. 여자와 다른 면이 많은 정도에 따라 남성적이냐 아니냐, 혹은 육식남(동물적인 남자)이냐 초식남(식물적인 남자)이냐 구분할 수 있는데, 그것은 주로 테스토스테론 농도와 관계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는 남자는 남성답게 행동하기를 선호한다. 되도록 많은 여자를 사귀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면 아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섹스를 잘하는 걸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일과 사업에도 적극적이고, 많은 사람과 잘 지내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남자는 여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행간을 읽지 못하고, 여자와 섬세하게 소통하는 데 서툴다. 약간 독재적이어서 마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도 사려 깊게 행동하고 그녀의 의견을 존중한다. 여자와 사귀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즐긴다. 조용하고 침착하며, 꼼꼼하게 일을 처리 하고, 친절하고 배려를 잘한다. 책임감이 강하고 충직해 자신의 아이와 가족을 잘 돌보고 끝까지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기가 쉽다. 



    물론 모든 남자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충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타입이 잘 섞인 남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다. 즉 남성스럽고 섹스도 화끈하게 잘하는데 친절하고 배려도 잘하고 소통도 잘되는 남자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남자를 찾다가는 평생 남자 구경도 못 하고 생을 마감해야 할 것이다.

    호르몬에 의한 남녀 차이 인정해야

    여자도 남자처럼 구분해보자. 즉 남성과 얼마만큼 다른지에 따라 여성스러운지, 그렇지 않은지로 구분해보자. 여아도 임신 6주 때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노출 정도에 따라 여성스러움이 달라질 수 있다. 여성스러운 여자는 애교도 많고 자신을 꾸미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남자와 경쟁하기보다는 남자의 보호를 받는 걸 더 좋아하고, 자신의 여성스러운 매력을 남자에게 어필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가정을 지키는 것을 인생 목표로 생각한다. 

    반면 테스토스테론이 좀 더 많이 분비되는 여자는 여성스러운 여자에 비해 애교가 부족하고, 외모를 꾸미기보다는 능력을 개발하고 사회에서 인정받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사회에서 일하는 것을 집에서 살림하는 것보다 더 선호한다. 

    이 두 가지를 만족스럽게 갖춘 여성을 찾기란 어렵다. 집안일도 잘하고 애교도 많고 여성스러우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시원시원하게 일을 처리하고 뒤끝이 없고 호탕하고 사업을 잘하면서 애교가 많은 여자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임신 6주 때 분비된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태아의 뇌와 몸이 남자와 여자로 다르게 발달하고, 사춘기 때 엄청나게 분비되는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에 따라 남녀의 행동방식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매력이 서로 다르게 발달한다. 이런 호르몬 분비에 따른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가려운 다리가 아닌 고무다리를 긁으면서 살게 된다. 즉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호랑이에게 풀을 먹으라고 하거나, 코끼리에게 육식을 강요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닭다리를 안 먹고 상대방에게 주면서 (정작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은 닭 날개인데) 자신은 상대를 위해 희생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자에게 성욕을 빼면 남자이기를 포기하라는 것이고, 여자에게 수다를 떨지 말라고 하면 여자이기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자신은 사랑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에게는 폭력이거나 고통이 된다. 그런 여자와 남자는 결코 행복하게 공존할 수 없다. 

    레고에서 오목과 볼록이 만나 집이 되거나 어떤 모형이 만들어진다. 오목만 있거나 볼록만 있으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신이 남녀에게 다른 호르몬을 분비시켜서 여자의 움푹 들어간 성기에 남자의 튀어나온 성기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서로 꼭 맞게 만든 것이다. 이런 결합은 2세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되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합해야 2세가 만들어지고 인간의 DNA가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호르몬은 그런 시기에 적당히 분비되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구애를 하고, 2세를 만들고, 2세를 키우고 보호하고 또 독립시키도록 그 시기에 따라 정확하게 분비된다. 이것이 진화생물학적인 호르몬의 역할이다. 

    남자의 힘과 에너지는 여자의 섬세함과 소통 능력과 결합할 때 엄청난 효력을 발휘한다. 남자가 호전 정신으로 전쟁을 하고 영역을 넓히고 씨를 뿌리면, 여자는 그 남자를 쉬게 하고 그를 지배한다. 이런 시너지가 아이를 키우는 데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고, 가정과 사회를 발전하게 한다. 그런데 남녀가 어떤 한쪽의 단점만 보고 비난만 하면 절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상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커버해서 버무리면 엄청난 창조 에너지와 힐링 에너지, 재생산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남녀 호르몬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박혜성
    ● 전남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 경기도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 대한성학회 이사
    ● (사)행복한 성 이사장
    ● 저서 :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 팟캐스트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박혜성의 행복한 성’ ‘이색기저섹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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