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체벌은 개에게도 효과 없다

  •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전문가 dvm.seol@gmail.com

    입력2018-10-1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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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매’라는 말이 널리 쓰이던 때가 있었다. 회초리가 교육의 한 방편으로 여겨지던 시절이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학교나 가정에서 체벌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이는 반려동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전에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동물은 때려서 가르쳐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동물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때려서는 안 된다는 게 상식이다. 체벌은 동물에게 자기가 왜 혼나는지 알려주지 못하고, 어떤 행동이 올바른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동물을 체벌하는 것은 정말 의미 없는 행동이다.

    짖지 말고 물어야 하나?!

    최소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면서, 당신이 왜 지금 벌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해줄 수 있다. 그 이유가 납득될 경우 우리는 때로 벌을 ‘달게’ 받기도 한다. 반면 이유 없이 벌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 답답함과 억울함에 휩싸인다. 자기를 벌주는 사람을 원망하고 싫어하게 되며 가능하다면 피해 다닐 것이다. 반려동물을 체벌할 때 반려동물이 느끼는 감정이 딱 이렇다. 

    보호자가 반려견을 꾸짖을 때 그들은 보통 자기가 왜 혼나는지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반려견이 짖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도시에서 키우는 개가 수시로 짖으면 가족과 이웃에게 피해를 준다. 보호자는 이를 문제 행동으로 여긴다. 반면 개의 관점에서 짖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본능적이고 정상적인 행동을 했을 때 보호자가 화를 내고 체벌하면, 개는 왜 자기가 매를 맞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짖으면 매를 맞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다 해도, ‘매를 맞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까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 짖으면 안 되는구나. 그럼 뭘 해야 하지?’ 하다가 ‘짖는 대신 낑낑거릴까’ 또는 ‘짖지 말고 바로 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될지 모른다. 반려견을 체벌하면 안 되는 첫 번째 이유다. 

    반려견 교육 시 체벌하면 안 되는 두 번째 이유는, 반려견이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는 특정 행동을 하자마자 특정 결과가 나와야 인과관계를 인식한다. 행동과 결과 사이의 시간 간격이 매우 짧아야 하는데, 개를 트레이닝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개가 특정 행동을 하는 도중 또는 행동이 끝나고 0.5초 이내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때 보호자가 칭찬을 하면 그 행동을 더 하고, 체벌하면 그 행동을 덜 하게 된다. 



    만약 개가 (보호자 관점에서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문제 행동을 한 뒤 한참 후 체벌한다면? 개는 자기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보호자들이 이 문제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화장실 교육이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집 안 부적절한 장소에서 오줌이나 분변을 발견하면 개를 현장으로 데리고 가 이게 뭐냐고 소리치며 신문지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코를 때린다. 그런데 현장이 보호자 눈에 띄었을 때는 이미 개가 배변하고 한참이 지난 후다. 개로서는 대체 자기가 왜 혼나야 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동안 이렇게 체벌 받은 많은 반려견은 아마도 자기 보호자를 평소엔 천사 같지만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윽박지르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도박의 법칙

    여기까지 읽고 어떤 분들은 ‘아, 그러면 개가 오줌을 잘못된 자리에 싸는 것을 발견한 즉시 체벌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절대 금물이다. 우리가 개가 오줌 싸는 것을 보고 현장에서 혼낸다고 생각해보자. 그때 보호자가 개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 여기다 싸지 마’다. 하지만 개는 ‘여기다’를 빼고 ‘너 싸지마’로 이해할 개연성이 훨씬 높다. 그러나 개에게 배변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줌을 아예 싸지 않을 수는 없으니 혼나지 않으려면 보호자가 없을 때 혹은 보호자가 잘 보지 못할 장소(커튼 뒤 또는 침대 밑)에 몰래 싸게 된다. 

    반려견을 체벌하면 안 되는 세 번째 이유는, 개가 문제 행동을 할 때마다 매번 체벌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비롯해 동물 대부분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도박이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도박의 매력은 ‘어쩌다 한 번 성공했을 때의 희열과 성취감’이다. 우리는 매번 무엇을 얻는 것보다 어쩌다 한 번 얻을 때 더 큰 기쁨과 만족감을 느낀다. 개 또한 마찬가지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개가 있다고 가정하자. 보호자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즉시 체벌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개가 쓰레기통을 뒤질 때마다 체벌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호자가 없을 때 개가 쓰레기통을 뒤져 닭다리를 하나 찾아내 먹는 데 성공했다. 이제부터 개에게는 ‘도박의 법칙’이 성립한다. 혼나고 혼날수록 ‘한 방’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도박에 더욱 강하게 빠져드는 개가 될 수 있다. 

    사실 도박의 법칙은 반대로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 될 수 있다. 나는 칭찬을 통한 반려견 훈련법을 배웠고, 보호자들에게 이를 알려준다. 그럼 보호자들이 빠짐없이 묻는 질문이 “반려견이 좋은 행동을 할 때마다 칭찬으로 간식을 줘야 하나요? 그러다 반려견이 지나치게 살이 찌면 어떡하죠”다. 나는 그때마다 “교육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개가 행동을 잘해도 간식은 주고 싶을 때만 주세요”라고 답한다. 좋은 행동을 해도 매번 간식을 받지 못하는 개는, 언제 간식을 먹게 될지 몰라 오히려 갈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좋은 행동 습관이 더욱 강화된다. 대신 너무 띄엄띄엄 칭찬하면 사람처럼 아예 그 행동에 관심을 잃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제 다시 체벌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자. 반려견에 대한 체벌은 개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인다. 내가 다니던 대학교 옆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이 있었다. 어느 날 학교 전체에 난리가 났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 쇼를 하던 코끼리들이 집단으로 탈출해 난동을 피웠기 때문이다. 코끼리 한 마리는 학교 옆 음식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고, 다른 한 마리는 우리 학교로 들어와 곳곳에 똥 지뢰를 만들고 돌아다녔다. 또 다른 한 마리는 꽤 먼 한강공원까지 갔다가 거기서 붙잡혔다 

    그때만 해도 동물 행동학과 복지에 대해 지금처럼 관심이 없던 시절이라, 그냥 인생에 기억될 만한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태국 코끼리들이 채찍으로 맞아가며 쇼를 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다. 어린이대공원의 코끼리들도 오랜 시간 체벌에 순응하며 살아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쌓인 분노와 스트레스가 어느 순간 폭발해 집단 탈출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체벌은 그렇다. 지속적으로 체벌당한 동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불행하고 무기력한 개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체벌은 개와 보호자 사이의 유대감을 깨뜨린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반려견 체내의 호르몬 대사도 바꿔놓는다. 뇌의 불안을 관장하는 부분인 편도체를 예민하게 만들 뿐 아니라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도 감소한다. 이렇게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은 체벌이 개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학습성 무기력에 의한 행동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보호자가 집에 들어올 때 크게 반기며 계속 점프하는 개가 있다. 보호자는 이 행동을 고치겠다고 개가 점프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거나 페트병을 두들기거나 무릎으로 밀쳐낸다. 그럼 개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보호자가 집에 왔다는 게 기뻐서, 보호자가 좋아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이 체벌 대상이 되면 말이다. 

    마치 우리가 어릴 때 퇴근하는 아버지를 향해 “아빠~” 하며 뛰어나갔는데 아버지가 “아빠 피곤하니까 저리가”라고 혼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개는 학습성 무기력에 빠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더 쌓이면 어린이대공원의 코끼리처럼 다른 문제행동을 보일 개연성도 크다.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체벌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줄을 잡아당길수록 목이 졸리는 ‘초크체인’이다. 개들이 ‘이렇게 하면 내 목이 졸리고 아프다’라는 걸 알게 하려는 목적이다. 그런데 사실 초크체인은 웬만큼 당겨서는 개에게 고통을 주기 힘들다. 특히 초크체인이 줄어들어 목이 졸리는 상황은 대부분 개가 흥분했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개는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치고박고 싸우던 때를 생각해보자. 당시에는 상처가 나도 잘 모르다가 나중에 흥분이 가라앉으면 그제야 피가 나고 곳곳이 아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개도 마찬가지다. 보호자가 체벌하는 상황은 보통 개가 매우 흥분해 있을 때라 초크체인을 당겨도 체벌로 인식하지 못한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개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계속 강하게 체인을 잡아당기다가 개의 기도 연골이 무너져 평생 기침하며 살게 된 개도 봤다. 

    마지막으로 개를 체벌하면 안 되는 것은, 체벌이 반려견의 경고 신호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각종 행동으로 이를 표현한다. 그중 ‘으르렁거리기(growling)’는 매우 강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로, 개의 언어에서 보면 마지막 경고에 해당한다. 즉 ‘여기서 더 나아가면 나는 당신을 물 거야’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호자들은 대부분 개가 으르렁거리면 버릇없다고 혼을 낸다. 사실 개가 으르렁거릴 때 체벌하면 대부분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더욱 나빠진다. 으르렁 없이 바로 무는 행동을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칭찬을 통해 교육해야 한다. 칭찬을 통한 교육 방법은 다음 칼럼에 소개하겠다.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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