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잡으려다 앙등 초래 노무현 정부 재연?
초고가 겨냥 종부세, 차고가 수요·전·월세 폭등 우려
다주택자의 민간임대주택 공급자로서의 역할 이용해야
도시 축소 앞두고 재건축 순기능도 인정해야
[동아DB]
현재 주택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다. 따라서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사건들이 시장 향배를 결정지었을 수 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개발 전략은 사실 예상돼왔던 바다. 이 때문에 서울시 아파트 가격의 급등세에는 좀 더 근본적 원인이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수도권 주택 시장은 참 해석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한때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수도권 외곽 택지지구의 신규 아파트들은 미분양이 늘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아파트 시장은 이와는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가격 상승의 원인이던 강남 아파트는 투기지역으로 묶였다. 강력한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을 기대하는 아파트단지들을 옭아맸다. 그런데도 강남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마포, 용산, 성동구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지난 8월 발표된 8·27 대책에서는 종로·중·동대문·동작구가 투기지역에 추가됐다. 정작 시장은 이를 비웃듯 사상 최고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광폭행보 중이다. 청와대가 주도하던 부동산 정책의 권위가 상실된 상태에서 관련 부처뿐 아니라 당청이 조율이 되지 않은 대책을 제각각무분별하게 쏟아내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인 걸까?
지금의 주택 시장 양상은 노무현 정부 시기 시장과 정책효과 측면에서 많은 부분 유사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면 역시 없지 않다. 무엇이 유사하고 무엇이 다른지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에 현재 시장 상황을 돌아보도록 하자.
“다주택자 규제하니 ‘똘똘한 한 채’ 가치 급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니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인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니 강남권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훌쩍 뛰어올랐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핀셋 규제를 한다고 했으나, 되레 지정된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주택 시장의 유기적인 연계성을 충분히 고려치 못하고 국소적 처방만 연이어 내놨다. 그 탓에 풍선효과가 일고, 이로 인해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넘어 수도권 전반적으로 아파트 가격 앙등 현상이 나타났다. 이 사태가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낳는 게 현재 시장 상황이다.
물론 지금 시장이 노무현 정부 때와 다른 면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기 부동산 규제 여파는 수도권으로 파급돼 서울과 경기도가 큰 구도에서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과 나머지 지역 간 가격 변동 추이는 다르다. 경기도의 경우 국지적으로 몇 곳을 제외하고는 공급과잉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상승세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시장을 좀 더 민감하게 보여주는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지수의 움직임을 보자.
지역 간 차별화는 2015년 전국이 잠시 안정세로 전환한 후 2016년 초부터 발생했다. 시점상 2015년 9·2대책으로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는 등의 영향도 없지 않은 듯하다. 2016년에는 아파트 분양 시장에 대한 규제가 도입된 11·3부동산대책으로 잠시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급등세로 전환했다.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재건축 규제 강화 등 주요 부동산 대책이 망라된 8·2대책이 발표되면서 지방과 경기도는 각각 하락세와 안정세로 전환한 반면, 서울은 급등세를 지속했다. 결국 서울은 2018년 7월까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기간에 약 19%의 가격상승률을 기록했다(경기도: 약 4%).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기본적으로 투기와 가격 상승 주범으로 다주택자와 재건축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완화된 규제들을 재강화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동일한 시각에서 김대중 정부에서 완화된 부동산 규제를 다시 옥죈 바 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경제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 시장의 과감한 규제 완화를 시도했다. 1999년에는 매입임대주택사업자 기준을 완화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완화하는 결정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대형 아파트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형/소형 가격지수비를 산정하면 기준시점(2000년) 1.0에서 2002년 0.8로 하락했다. 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로 대형 및 고가 주택에 대한 과수요가 감소하고 소형 주택에 대한 임대주택용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규제 강화 노무현 정부, 현실은 시장 왜곡
노무현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로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극단적 처방으로 종합부동산세 세율 및 기준가격을 강화해 2006년 11월에 부과했다. 비슷한 시기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포함한 금융규제도 도입됐다. 이로 인한 풍선효과로 저가 아파트, 특히 강북의 소형 아파트는 2006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약 80%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대형/소형 가격지수비는 다시 0.8 수준으로 급락했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기간 시행된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변화에 시장은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종합부동산세 강화 및 차별화된 기준의 대출 규제는 시장을 전반적으로 안정화하기보다는 하부 시장 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왜곡시켰다. 그 탓에 풍선효과가 발생해 전반적인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세대별 합산을 개인별 합산으로, 기준가격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최고 세율도 낮추는 완화책을 도입했다. 정책 변화 이후 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와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멈추고, 상대적인 가격의 안정화가 오래 이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상당 기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겪으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주택정책 기조로 시장 활성화를 내걸었다. 2014년 초에는 오랜 논란 끝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폐지됐다. 이 시기 주택 시장은 상당 기간 침체기를 유지하다 상승세로 반전했다.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한 결과, 소형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고가 주택보다는 저가, 대형보다는 소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유지되는 시장으로 변모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8·2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도입하면서 다시 대형에 대한 선호를 자극했다. 이에 대형/소형 가격지수비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다주택자 및 재건축 규제 강화가 전반적인 시장의 안정을 이끌기보다는 풍선효과를 통해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발생한 시장 왜곡 현상을 재차 보여주는 셈이다.
종합부동산세 강화가 바람직한 대안?
그렇다면 특정 대상에 집중된 재산세 강화 혹은 종합부동산세가 시장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는 초고가 주택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차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 탓에 결과적으로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인 앙등이 초래된 게 노무현 정부에서 익히 경험한 바다. 이번이라고 딱히 다를 이유가 없다.
재산세 인상과 관련해 늘 고민스러운 부분은 재산세의 전가(轉嫁)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금 인상분이 임차인(세입자)에게 전가돼 전·월세 가격이 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다음 그래프는 서울시 아파트의 월세, 매매, 전세지수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전세를 통해 임대료의 변화를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사실 전세는 명확한 의미에서 해외의 월세에 기초한 임대료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매매 가격은 하락하는데 전세 가격은 급격히 상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재산세 인상이 임대료에 미치는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없는 월세로 환산해 계산되는 월세지수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 전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월세는 정작 노무현 정부 시기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돼 부과되는 기간 약 20%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종부세가 완화되면서 상승세가 둔화됐고, 아파트 입주 증가와 함께 2012년 중반 하락세로 접어드는 변화를 보여준다. 재산세의 전가효과에 대한 분석은 좀 더 엄밀한 접근이 필요한 이슈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 간단한 분석이 지닌 함의가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한정된 초고가 주택에 국한돼 있다고 해서 재산세의 전가효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장에는 특별히 나쁜 놈도 좋은 놈도 없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안정 대책에도 서울의 집값 오름세는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에 들어설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 공사 현장. [동아DB]
재건축·재개발 같은 도시정비사업은 탈도 많은 개발 행위다. 하지만 서울대도시권이 도시 축소기를 앞두고 있다. 이 와중에 중심도시인 서울시의 주거 밀도를 높이면서도 소득 증가로 발생한 주택 수요를 고용의 중심지 주변에서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재건축·재개발이다.
현재 서울대도시권의 공간 구조를 보자. 도시 외곽에는 30~40층의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도시 중심부에는 15층 아파트가 아직 재건축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어찌 보면 기형적이고 사회적 비용을 극심하게 발생시키는 토지 이용 구조를 보이고 있다. 개선이 필요한데, 시장이 좋아져 재건축·재개발이 탄력을 받을 만하면 주택 가격 상승 주범으로 낙인 찍혀 규제가 강화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3년을 기다리면 질적으로 개선된 신규 아파트의 완공 입주로 가격과 임대료가 안정되는 시점이 다가올 텐데 이를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조급함의 대가는 너무 크다. 시장에는 특별히 ‘나쁜 놈’도, ‘좋은 놈’도 없다. 각기 시장에서의 역할이 있어 존재한다. 그 주체들이 시장에서 긍정적 영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장을 끌고 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민간임대주택 공급자이자 투자자로서 다주택자의 역할도 필요하다. 서울대도시권이 곧 다가올 도시 축소기에 생존할 수 있도록 도시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재건축·재개발이 지닌 의미도 인정해야 한다. 서울대도시권을 바라볼 때도 서울시라는 행정구역을 걷어내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기대심리에 기초한 시장의 단기적 변동성에 지나치게 얽매여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정책을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향후 시장침체기에 시장을 회복시키기 힘들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 점을 고민해야 한다.
이창무
● 1963년 출생
● 서울대 도시공학과 학·석사
● 미국 Univ. of Pennsylvania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 저서 : ‘한국 주택시장의 새로운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