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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정치’의 진수, ‘유전 게이트’ 두 달째 히트친 한나라당 전략전술

  • 글: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폭로정치’의 진수, ‘유전 게이트’ 두 달째 히트친 한나라당 전략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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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권 제보설’에 ‘대박’ 확신-선책과 집중, 철도청 족쳐 ‘이광재’ 적힌 회의록 입수-융단폭격, 감사원 집중 공격해 특검 획득-聲東擊西, 검찰 자극, 이광재 ‘피눈물’ 나게 하기-以檢制李, 잊을 만하면 ‘실탄’ 터뜨리기-시간차 공격
‘폭로정치’의 진수, ‘유전 게이트’ 두 달째 히트친 한나라당 전략전술

야 4당의 특검제 공조를 이끌어냈으며(사진 중간), 4·30재보궐선거에서도 압승했다(사진 위) .

4월6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박근혜 대표가 그 즈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투자 의혹, 이른바 ‘유전 게이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철도공사 문제는 드러난 것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집중적으로 해야 됩니다.”

단호한 표정이었다. 이전에 보기 어렵던 화법(話法)이었다. 박 대표 측근 인사는 “누군가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듣고 하신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날 한나라당은 권영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철도공사유전개발 실태조사단’을 구성한다. 그간 “철저한 조사”라는 원칙만 되뇌던 한나라당이었다.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한 것은 그만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박근혜 대표의 선전포고, 조사단 구성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것은 최근의 한나라당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 유전 게이트가 ‘대박’임을 간파한 당내 기획통 의원들이 치밀하게 사전기획해 밀어붙였다는 뒷얘기가 나왔다. 대선 패배와 총선 패배 후 한나라당은 야성(野性)을 잃어 과거 이회창 시대의 일사불란하던 공격 진용을 상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유전 게이트에 ‘선택과 집중’한 한나라당 지도부의 모습은 대내외적으로 꽤 특별해 보였다.

‘역풍 없는 꽃놀이패’ 계산서 나와

유전 게이트가 터진 최초의 시점부터 점검해보자. 여권을 궁지로 몰아넣은 ‘유전 게이트’에 최초로 불을 지른 것은 언론, 그것도 공중파 방송뉴스였다. 유전 게이트 보도가 처음 나간 것은 3월27일 MBC 뉴스를 통해서였다. 당시 MBC 보도를 보자.

“철도공사가 나랏돈 60억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습니다. 수익사업 한다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러시아 유전개발에 손을 댔기 때문인데 감사원이 특별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철도청은 작년 8월17일 이 유전을 인수해 개발하겠다며 국내 한 유전개발회사, 그리고 부동산 업자와 함께 합작회사를 차렸습니다. 이어 9월초 러시아의 알파엑코사와 유전인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합작회사의 철도청 지분은 35%. 하지만 철도청장이 직접 보증까지 서가며 65억원을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아 계약금을 냈습니다. 당시의 철도청장은 건설교통부 김세호 차관이었습니다. 그러고는 합작회사의 나머지 지분도 20배의 가치로 쳐 120억원에 인수하기로 약속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철도청은 어찌된 일인지 잔금 지급일이 되자 알파엑코사에 계약을 파기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이 보도의 문장 하나하나는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다음날 MBC는 ‘실세 개입 조사’라는 제목으로 후속 보도를 낸다.

‘폭로정치’의 진수, ‘유전 게이트’ 두 달째 히트친 한나라당 전략전술

한나라당은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투자의혹을 집중제기해

“철도공사가 무리한 유전개발 투자에 나섰다가 거액을 떼일 처지에 몰렸다는 뉴스를 어제 보도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이 투자과정에 여권 실세 모 의원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철도공사와 함께 사할린의 유전인수를 추진했던 인사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이모 의원과 관계가 있는 사람입니다. 작년 8월 철도공사가 유전인수를 위해 만든 합작회사에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전모씨와 허모씨 등이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했습니다.

먼저 합작회사 대표를 맡았던 전모씨. 처음 이 사업을 제안한 전씨는 이 의원과 같은 지역 출신입니다. 철도공사를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허 모씨도 당시 이 의원의 정책자문위원이었습니다…. 500억원이 넘는 유전인수 잔금 지급을 앞둔 작년 11월에는 신광순 철도청장이 이 의원을 찾아가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석유공사의 비축유 자금을 지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MBC가 너무 자세하게 보도했어!”

이틀간의 MBC 보도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 결과와 맞춰보면 ‘유전 게이트’ 상황 전반을 정리한 이 보도는 완벽한 특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전 게이트의 전체 얼개는 이미 MBC가 처음 보도한 3월27일, 28일 당시 거의 드러났다는 얘기다. MBC 보도가 사건 전반을 잘 아는 유력 고위 인사의 제보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소문은 그래서 나왔다. 유력인사 A씨가 이광재 의원과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에게 ‘물’을 먹고 유전 게이트 관련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 소문의 주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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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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