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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스타일은 잊어라, 이제 한반도 전쟁은 ‘이라크戰’이다”

전쟁예비물자(WRSA-K) 철수와 미국의 ‘전쟁 개념’ 변화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6·25 스타일은 잊어라, 이제 한반도 전쟁은 ‘이라크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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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SA-K 규모조정의 진짜 의미는 전시증원병력 축소”
  • ●‘3단계 걸쳐 69만 증원’은 과거 이야기, 이제는 최대 20만
  • ● 증원부대·병력·장비 리스트, 2004년 작전계획에서 사라졌다
  • ●‘전선전’ 대신 ‘우회 및 돌파’…유명무실해지는 ‘멸공선’ ‘통일선’
  • ● 1990년대 후반부터 전쟁 개념 변화, 2004년 작계로 공식 완성
  • ● 개전 초기 정밀무기로 북한군 주요시설 파괴하는 작계5026
  • ● 한국군은 남하 저지, 美 증원군은 공중강습으로 거점 공격
  • ● 평양 향해 동시다발로 진격하는 ‘공세적 방어전략’
“6·25 스타일은 잊어라, 이제 한반도 전쟁은 ‘이라크戰’이다”
한국언론재단의 기사검색 시스템 ‘KINDS’에 ‘WRSA’라는 네 글자를 쳐넣었다. 1990년부터 이 단어가 언급된 중앙일간지 기사는 모두 104건. 그 가운데 63건이 지난 4월1일 이후의 기사다. 이날은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주한미군사령부로 기자들을 불러 긴급 회견을 한 날이다. 캠벨 참모장은 이날 “방위비 분담금이 줄어듦에 따라 한국인 근로자 1000명을 감축하고 건설과 용역 등 각종 계약물량 또한 20% 이상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전배치 물자와 장비의 규모와 구성을 조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사전배치 물자와 장비’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전국 곳곳의 한국군 탄약고에 배치해둔 ‘와사탄(彈)’(공식용어는 ‘사전배치 전쟁예비물자’로, 와사탄은 ‘WRSA·War Reserve Stocks for Allies’라는 미군측 용어에서 나온 말이다)과 경북 왜관기지에 배치한 수백대의 M-1 전차,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자주포 등의 수개 여단 규모 장비, 화생방 장비를 말한다. 이는 전쟁 발발, 군사적 충돌 등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대규모 미 증원전력(增援戰力)이 보다 효과적으로 배치돼 더욱 신속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검색결과 나온 63건의 기사를 찬찬히 훑어보자. ‘한미 안보동맹 정녕 이상 없나’ ‘한미 군사동맹 갈등조짐’ ‘한미동맹 잇단 불협화음’….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WRSA 문제,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9-05 추진을 둘러싼 의견대립 등 우연찮게도 한꺼번에 수면에 떠오른 쟁점들을 거론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까닭에 미군이 한국에서 WRSA를 줄여나가려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관점에 대해 “모든 사안을 동맹의 위기와 연결하는 것은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한미동맹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식의 의례적인 공식 반응이 아니라, ‘한미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일정 부분 인정하는 당국자들조차 “다른 사안은 몰라도 WRSA만큼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미군의 정치적 플레이”

“2003년 처음 WRSA 문제가 테이블에 올라왔을 때 정부는 이미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추진되는 미군의 군사변환(Military Transformation), 이에 따른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검토(GPR) 등과 연동되어 미군이 보유하던 세계 곳곳의 WRSA가 모두 폐기될 방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청와대가 주목한 부분은 WRSA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어차피 미국으로 가져가 폐기 처분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므로 미국은 이를 한국에 판매하려 할 가능성이 큰데, 거꾸로 생각하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탄약을 한국이 인수해 단지 몇 년 후에 폐기해야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폐기비용을 받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접근도 가능했다. 그런 구체적인 부분이 문제일 뿐, 동맹의 위기라는 식으로 생각할 여지는 별로 없었다.”

또 다른 주무부처 관계자의 말은 조금 더 허심탄회하다.

“지난해부터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 시점 문제, 전략적 유연성 합의 같은 쟁점이 곪아터지면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미 군사당국 사이의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캠벨 참모장의 발언은 미군이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자기들에 유리하게 이용한 ‘정치적 플레이’에 가깝다. 한마디로 미군의 장기적인 재편 계획상 추진할 수밖에 없지만 여러 가지 반발이 예상되어 골치가 아픈 문제를 한꺼번에 꺼내 ‘동맹을 흔드는 한국 정부 탓’으로 돌려버리는 제스처다.

한국인 군무원을 1000명 줄이는 문제를 살펴보자. 과도한 노무인력을 걷어내고 이를 미국 군사전문기업의 아웃소싱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 펜타곤과 주한미군사령부의 숙원이다. 더욱이 주한미군 감축과 기지 재편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인력은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캠벨 참모장이 이를 한꺼번에 ‘터뜨림으로써’ 감축되는 군무원의 분노가 주한미군사령부가 아니라 청와대를 향하게 됐고, 언론도 펜타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성토하게 됐다.”

정리하자면 WRSA 폐기나 군무원 감축, 용역사업 규모 축소 등은 ‘이미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주한미군의 2인자가 공개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감한 주제를 언급했다는 ‘형식’은 이전보다 껄끄러워진 한미관계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날 나온 ‘내용’이 동맹의 위기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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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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