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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쇼퍼홀릭

10 CORSO COMO

  • 김민경 동아일보 ‘The Weekend’ 팀장 holden@donga.com

10 CORSO COMO

10 CORSO COMO

3월20일 청담동에 오픈한 세계적인 패션 복합공간 텐코르소코모.

3월20일 내 주변 사람들(패션 관계자들과 쇼퍼홀릭들) 관심사는 오직 하나 ‘10 CORSO COMO’였다. 오랜만에 연락한 이들의 용건이 ‘거기 가는지 궁금해서’였으니 말이다. ‘텐코르소코모’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옷가게’다. 단순히 ‘세계적 명품’급이라면 이렇게 화제가 될 리 없다.

‘텐코르소코모’가 화제가 된 이유는 유명한 이탈리아 패션 복합공간 이름이어서다. 원래 귀족 저택이던 건물을 카를라 소짜니란 갤러리스트이자 출판인이 사들여 부티크와 갤러리, 호텔로 리노베이션해 요즘 밀라노 관광의 ‘핫 플레이스’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다. 서울의 ‘텐코르소코모’는 이탈리아 밖으로 진출한 첫 지점으로 쇼핑도시 도쿄와 홍콩, 싱가포르를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서울의 텐코르소코모 오프닝이 외국 신문에도 보도되고, 프리 오프닝 초청장을 손에 쥐었는지, 몇시 행사에 초청받았는지에 셀러브리티들의 얼굴색이 달라지는 건, 이것이 삼성의 새로운 ‘전략’ 사업이기 때문이다.

텐코르소코모 서울의 주인은 삼성 계열인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빈폴, 구호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에선 여전히 잘나가지만, 이 시장은 중국, 인도 같은 신흥공업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를 가져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텐코르소코모와 데렐쿠니라는 브랜드다. 데렐쿠니는 한국인 미나 리씨가 디자이너인 브랜드다. 론칭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밀란 컬렉션을 통해 세계 패션계의 ‘하이엔드’ 마켓에 진출한 샛별이다. 삼성은 데렐쿠니에 8년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이 나지 않아도 말이다. 텐코르소코모 역시 이익을 내려고 만든 공간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남의 돈엔 날카로운 이가 달려 있다고 하지 않나. 대자본을 받은 디자이너들은 초기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망각하고 주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또한 경영실무자들은 ‘매출이 인격’이란 말을 서슴없이 한다. 매출 앞에서 브랜드 이미지, 보이지 않는 가치, 디자이너의 개성은 ‘귀신이 예술한다’는 소리가 된다. 결국 브랜드는 이리저리 팔려다니고 디자이너는 사라진다. 럭셔리그룹 중 가장 장사를 잘하는 LVMH나 리치몬트가 대단한 건 수많은 브랜드(루이비통, 구찌, 까르티에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를 인수합병하면서도 장인적 전통과 브랜드의 독립성을 절묘하게 살려내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뿐 아니라 대기업들이 패션사업에 뛰어들어 럭셔리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수입하고, 유망한 국내외 디자이너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십수년 전, 이 대기업들은 똑같이 영화 수입과 제작에 뛰어든 적이 있다. 영화 한 편의 수익을 자동차 몇만 대 판 것으로 환산하는 무식한 계산법을 또다시 반복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살림에서 보면 괴상한 옷차림으로 패션쇼에 나오고, 한 해 기껏 옷 몇 벌 파는 디자이너들이 가소롭게 보일 것이다. 이들이 우습게 보이면, 굿을 하든 떡을 해먹든 제발 내버려두기를 바란다. 이들이 만드는 엉뚱한 상상력, 새로운 트렌드, 혁신적인 감성은 세계를 바꿔놓는다.

데렐쿠니에 삼성이 ‘무조건적’ 투자를 결정한 이후 이탈리아 ‘보그’에 데렐쿠니를 입고 애니콜을 가진 여성의 상황을 연출한 패션 화보가 실렸다. 이런 걸 보고 ‘윈-윈’이라 할 것이다. 유럽에서 노키아가 아니라 애니콜을 드는 상황은 확실히 눈에 띌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걱정이 된다.

신동아 2008년 5월 호

김민경 동아일보 ‘The Weekend’ 팀장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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