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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강지남 기자의 국경 없는 쇼핑백

단골 마케팅+스마트 물류=‘거리의 종말’

해외직구도 무료배송 시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단골 마케팅+스마트 물류=‘거리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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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직구가 일상적 소비생활로 자리 잡은 요즘이다. 스마트폰과 신용카드 한 장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을 내 집까지 배달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역직구’가 화두다. 해외 상품 소비만 하지 말고 우리 상품을 전 세계에 내다팔자는 것이다. 그러니 ‘해외직구’란 용어는 더 이상 맞지 않다. 쌍방향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즉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Cross-Border e-Commerce) 시대다. 전 세계인이 국경 없이 소비생활을 즐기는 것은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우리의 일상과 산업환경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이 연재에서는 매달 한 가지 주제를 잡아 ‘국경 없는 쇼핑백’의 은밀한 속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는 ‘배송료 파괴’다. 바다 건너에서 물건을 주문하면서도 배송료 한 푼 내지 않는 시대다!
단골 마케팅+스마트 물류=‘거리의 종말’


‘Free International Delivery on all orders over £50’
갓난아기가 잠든 황금 같은 한낮. 한 달 넘게 집에 갇혀 있던 산모는 유럽 여행 기분이라도 내보자며 ‘런던비즈니스산책’(박지영, 2013)을 펼쳐 들었다. 첫 장은 ‘소매점의 황제’ 필립 그린. 그가 누군가. 이효리가 사랑하는 패션 브랜드 ‘톱숍’의 창업주이자, 아들 생일파티에 수십억 원을 쓴다는 억만장자. 런던에 사는 저자는 그의 또 다른 패션 브랜드 ‘미스 셀프리지’ 역시 영국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꽤나 사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저가에 내놓는 게 비결이란다.
마침 꽤 멋진 원피스 한 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아직 복직하려면 반년도 더 남았지만, 옷장을 열 때마다 쳐다보며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고(얘들아, 엄마도 나름 커리어우먼이란다), 다이어트를 격려할(저걸 입으려면 출산 전 몸매로 돌아가야 해!) 채찍 같은 소장품. 그리하여 구경이나 해보자며 컴퓨터를 켜고 www.missselfridge.com에 입장한 순간, 대한민국 국기가 조그맣게 뜨더니 저 문구가 나타났다. 50파운드, 8만 원어치만 사면 서울 맨 끄트머리에 있는 우리집까지 무료로 갖다준다고? 정말?



‘Delivery Charge 0’

나는 1세대 해외직구족이다. 2008년 아마존에서 지도책을 산 것을 시작으로 2009년 첫아이를 낳고부터는 주로 태평양 건너에서 아동복을 조달받았다.
해외직구의 가장 큰 장벽은 배송료다. 미국 업체에 아동복을 100달러어치 주문하면 배송료로 30달러가량을 내야 한다. 독일 아마존에서 커피머신을 샀을 때는 배송료를 7만 원 가까이 지불했다. 물론 적지 않은 배송료를 들이더라도 같은 제품을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해외직구를 하지만 그래도 배송료는 좀 아깝다는 기분이 들곤 했다.


단골 마케팅+스마트 물류=‘거리의 종말’

영국 런던 옥스퍼드스트리트에 있는 ‘미스 셀프리지’ 매장.

8만 원 들고 서울 거리로 나가 회사에 입고 갈 만한 원피스 한 벌 구해보라. 백화점은 언감생심이요, 보세 옷가게에서도 주눅 드는 액수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미스 셀프리지에서 옷을 골랐다. 마침 세일까지 하고 있어 평소 입을 옷 두 벌을 보태 세 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Subtotal £67’. 바로 그 아래에 ‘Delivery Charge £0’라고 떴다. 그리고 8일 후 정말로 물건이 집에 도착했다!(혹시 착불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니었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런던 옥스퍼드스트리트 매장에 걸린 원피스를 손에 넣은 것이다.
2년 전의 이 경험을 계기로 글로벌 e커머스 업계의 무료배송 실태를 틈틈이 관찰해보니 국제 무료배송을 제공하는 업체는 꽤 많고,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 미스 셀프리지처럼 일정 가격 이상 구매하면 배송료를 청구하지 않는 식이다.
영국 온라인 패션쇼핑몰 아소스(asos)는 미스 셀프리지보다 더 파격적이어서 20파운드 이상 주문하면 무료 배송해주고, 그 이하여도 배송료가 3파운드(약 5300원)에 불과하다. 해외직구족의 입문 코스라 할 미국 아이허브(iHerb)의 무료배송은 가히 이마트 급이다. 구입액이 40달러 이상이면 공짜로 배달해준다. 비록 이마트는 당일 배송(4만 원 이상)이고,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하는 아이허브는 영업일 기준 3~5일이 소요되지만.
국제 무료배송과 관련해 진짜 무서운 선수는 역시나 ‘대륙’에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전자상거래 타오바오(淘宝网)의 해외판 격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는 구매 가격과 상관없이 세계 각국으로 무료배송을 해준다. 스마트폰 케이스나 케이블선 등 1만 원도 안 되는 IT 액세서리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해 무료로 배송받았다는 구매 후기를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물건을 받으려면 한 달쯤 기다려야 하고, 종종 배달사고가 난다는 게 경험자들의 전언이다(유료배송을 선택하면 DHL, UPS 등을 통해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받을 수 있다).



싼 것도, 무거운 것도 공짜

알리익스프레스의 등장은 한국에 재미난 트렌드를 낳았는데,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들이 ‘셀프 웨딩’을 준비하며 중국에서 웨딩드레스를 조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웨딩드레스 상당수가 중국산이고, 빌려 입는 값만 해도 20만 원이 넘으니 아예 중국 웨딩드레스 제조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wedding dress’를 검색하면 190만 건이 넘는 상품이 주르륵 뜬다. 가격은 대체로 30~150달러.
상대적으로 가벼운 의류나 IT 액세서리는 그렇다 쳐도, 무게와 부피가 꽤 나가는 리빙(living) 제품을 무료 배송해주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 멀리 스웨덴의 부산쯤 되는 남동부 해안도시 칼마르(Kalmar)에 있는 스칸디나비안디자인센터(scan dinaviandesigncenter)가 그런 곳이다.
이 회사는 집 안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하다. 이딸라 접시, 마리메꼬 머그잔, 진드기 걱정 없다는 파펠리나 러그 등을 한국 백화점보다 많게는 6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천국’이다. 이 회사는 199달러 이상 구입하면 무료배송을 해준다. 나도 무료배송 받은 적이 있는데, 무게가 9.4kg나 됐다. 물건이 깨질세라 에어캡(뽁뽁이)을 잔뜩 두른 탓에 상자도 컴퓨터 한 세트를 너끈히 넣을 수 있을 만큼 컸다.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이 정도 무게의 소포를 우체국 국제특송(EMS)으로 보내려면 10만 원쯤 든다(9.5kg에 10만5800원). e커머스 업체들은 물류회사에 개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겠지만 그래도 몇 만 원은 들지 않을까. ‘Free International Delivery’ 서비스를 하고도 남는 게 있을까.
스칸디나비안센터닷컴에는 한국 시장을 담당하는 한국인 마케터가 있다. 어경선 매니저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북유럽 이민 성공 사례다. 국내 대학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가서는, “내가 한국 시장을 키우겠다”며 이 회사 문을 두드려 서너 달 인턴으로 근무한 뒤 2014년 정식 채용됐다. 그는 “한국은 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매출 비중이 상당한 주요 시장”이라고 했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리빙 시장이 발달했고 중국엔 아직 배송 장벽이 있지만, 한국은 리빙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북유럽 스타일’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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