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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들판이야기

하늘 그리고 개 짖는 소리

  • 글: 이오덕

하늘 그리고 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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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그리고 개 짖는 소리
한 출판인의 말이다. 내가 쓴 책 ‘나무처럼 산처럼’을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어느 분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너무 어려워 읽을 수 없었다”고 하더란 것이다.

“저는 아주 쉬운 말로 쓴 책이라 즐겁게 읽었는데,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그런 말을 해서 놀랐어요.”

“알 수 없네요. 무엇이 어려웠다던가요?”

“그 사람은 지금까지 하늘을 쳐다본 적이 없답니다. 그러니까 하늘 이야기고 산새 이야기고 알 턱이 없지요.”

그런데 ‘나는 그래도 하늘을 가끔 쳐다보면서 산다’고 하는 사람도 그 하늘을 어느 정도로 알고 있을까? 내가 그 책에서 쓴 하늘과 구름 이야기는 3년 전에 본 것이다. 그 동안에 하늘은 또 달라졌다. 지난해의 하늘은 여름 중간부터 늦가을까지 언제나 흐리고, 온종일 안개 같은 것이 산천을 덮어 갠 날은 한 달에 겨우 두세 번, 그것도 하루 갰다 싶으면 다음날은 다시 흐리고, 이틀 이어서 맑은 날은 좀처럼 없었다. 그러다가 겨울 들어서는 아주 딴판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맑은 하늘을 열 이틀 동안 날마다 쳐다볼 수 있었는데, 하늘빛도 고와서 옛날의 가을 하늘 같았다. 그리고 한 이틀 눈발이 날리거나 흐렸다가도 곧 개서 네댓새쯤 맑기가 예사로 되었다. 한겨울에 가을 하늘이라니! 이건 사철이 하늘에서 아주 바뀐 것이다.

그 책에는 또 새 우는 소리를 썼는데, 그것도 3년 전 이야기다. 지난해에도 새 소리를 들었지만, 그 책에서 쓴 것처럼 그렇게 푸지고 재미있게 우는 날은 한 번도 없었다. 올해에는 어떻게 울는지?

짐승들은 아직도 밝은 눈과 귀를 가졌다. 그리고 한없는 정을 가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짐승들의 눈빛을 읽지 못하고,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우리 논 옆에 오리장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이 먹을 것을 갖다 주는데, 오리들은 아주 멀리서도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고 몰려 나온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가면 달아나거나 못물에 풍덩 뛰어들어가 버린다. 우리 아이들이 차를 몰고 가도 멀리서부터 알아차리고 객객거리면서 몰려온다. 오리장 옆 언덕길에는 온갖 차들이 지나다니는데, 어떻게 그 많은 차 소리 가운데서 주인이 운전하는 차 소리를 알아낼까? 객객거리는 소리도 주인이 와서 반가워하는 소리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소리가 분명히 다를 터인데, 사람의 귀로서는 도무지 구별을 할 수 없다.

풍산개 한 마리가 고든박골을 지키고 있어서, 거기도 날마다 먹을 것을 갖다 주는데, 150m도 더 되는 먼 곳에서 오는 사람이나 차도 알아차리고 짖는다. 차 소리야 멀리 들리겠지만 걸어가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낼까? 개가 짖는 소리도 알 수 없다. 반가운 사람이 가도 수상한 사람이 가도 짖는 소리는 똑같다.

마을 앞에 개 길러 파는 집이 있어 수십 마리 개가 길가 철책 우리에 갇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무섭게 짖어댄다. 컹컹컹, 캥캥캥, 광광광, 멍멍, 으르렁으르렁……. 온갖 모양의 온갖 개들이 온갖 목소리로 짖어대지만, 나는 그들의 그 말소리를 알 수 없다. 개 짖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사람이 얼마나 짐승의 말을 못 알아듣는 귀머거리가 되어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은 벌써 스물 몇 해 전에 어느 개를 만나고부터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그때 써두었던 글을 좀더 정확한 이야기로 다듬어보겠다. 나는 그 개를, 그때 ㅇ시의 한가운데쯤에 있었던 천주교 교구청 안에서 만났다. 그 무렵 나는 가끔 ㅈ신부님을 만나러 교구청을 찾아갔는데, 매서운 추위가 귀를 에는 한겨울의 어느 아침나절이었다.

커다란 철대문을 열자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넓은 마당 저편 건물과 담장 사이에 철책 우리가 있고, 그 안에서 개 한 마리가 펄펄 뛰고 있다. ‘아무리 짖어봤자 갇힌 놈이 별 수 있나. 짖을 대로 짖어라’ 하고 나는 마당을 지나서 건물 안에 들어가 간단한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또 그 개는 나를 보고 사납게 짖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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