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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인터넷 대란’은 ‘재앙’이 아니다?

  • 글: 정호재 demian@donga.com

‘1·25 인터넷 대란’은 ‘재앙’이 아니다?

‘1·25 인터넷 대란’은 ‘재앙’이 아니다?
인터넷은 1969년 ‘아르파넷(Arpanet)’이라는 군사용 네트워크에서 시작됐다. 미국 본토에 있는 중앙통제소가 핵공격을 받아도 전체 통신망을 유지, 군의 명령계통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 진정한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결국 이 통신망이 전세계로 확대 발전되어 인터넷이라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인터넷이 핵공격 아래서도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과연 사실일까.

1월25일 토요일 오후, 3시간 동안 인터넷이 불통됐다. 특정 사무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인터넷이 ‘먹통’이 된 것이다. ‘1·25 인터넷 대란’이라 불린 이 사건은 인터넷 최강국이라는 자만에 빠진 우리를 침묵케 했다. 웜 바이러스가 보안 패치가 깔리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SQL 서버에 침투했고, 한국통신이 관리하는 DNS서버(숫자 IP주소를 영문으로 된 계층적 이름으로 찾아주는 시스템)로 특정 시간에 집중적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국내 인터넷망이 잠시 IP주소를 찾아주지 못한 게 이 사건의 개요다.

바이러스가 일개 서버를 공격한 단순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파장을 키운 것은 한국통신이 거의 독점적으로 국내외 인터넷망 통로를 관리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MS-SQL 서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일반화한 불법 소프트웨어 복제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뿌리깊은 오해도 인터넷 대란의 원인으로 꼽힐 만하다. 이른바 바이러스에 의해 인터넷이 멈췄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인터넷이 불통되었던 건 특정 컴퓨팅 환경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이었다. 국내 인터넷은 단지 주소를 제대로 찾아주지 못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의 웹 서비스만 잠시 멈췄을 뿐 다른 나라의 인터넷은 모두 제대로 작동했다.

초기 인터넷은 복잡한 단계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Achie, 고퍼, e메일, FTP 등 다양하게 차별화한 서비스가 존재했다. 그런데 ‘월드와이드웹(www)’이 등장하고 이어 손쉽게 주소를 찾아주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자 인터넷은 대중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섰다. 그후 네트워크는 웹으로 급속하게 통합됐고, 시장 또한 편리함을 앞세운 MS로 빠르게 재편됐다.

‘절대적 이성’의 컴퓨터와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방화벽을 설치해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 프로그램 복제를 일삼지 말고, 정기적으로 패치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보안의식을 일깨우는 것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인터넷의 편향성을 깨닫는 일이다. ‘인터넷=편리함’이라는 등식은 인터넷을 확장시킨 신기루였다. 그러나 편리함은 쉽게 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잠시 인터넷이 멈춘다 해도 이것을 ‘재앙’이라고 부르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신동아 2003년 3월 호

글: 정호재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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