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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리포트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끊임없는 몸놀림, 칼 같은 세 끼, 젊은이 앞에서 ‘폼’잡지 않기…

  • 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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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수를 누리는 백세인(百歲人). 글자 그대로 하늘로부터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장수비결을 연구해온 박상철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 대부분의 백세인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원만한 성격을 다듬고, 체력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으며, 집안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곳간열쇠까지 움켜쥔 ‘노력형’이다.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박상철 교수는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닌 ‘기능적 장수’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남곡성에 사는 어느 할머니 댁에 갔더니 큰아들이 82세, 둘째가 78세, 셋째가 75세인데, 아들 삼형제가 나란히 노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더라고요. 나이 70, 80 정도로는 할머니 앞에서 끽소리도 못하고 있으라는 거죠. 건강하고 당당한 할머니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막힘없는 입담 덕에 산간오지 노인회관 여기저기 인기 좋게 불려다녔겠구나 싶은 노화(老化)연구가 박상철(朴相哲·56) 서울대 의대 교수. 사투리가 섞인 구수한 말투에 옆집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외모는 외지인인 그가 스스럼없이 촌로들과 말벗이 될 수 있는 ‘무기’였을 것이다. 달변에 다변인 그에게선 노화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세상에 자식하고 함께 살면서 떡하니 큰방을 쓰는 노인이 얼마나 되겠어요? 일흔 살만 되면 자식에게 큰방 내주고 작은방에서 더부살이하기 십상이지요. 강원도 인제에 사는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알아주는 땅부자인데, 55세 된 손자한테 죽어도 땅문서를 안 내주겠다는 거예요. 심지어 손자가 자기 모르게 땅문서라도 빼돌렸나 싶어 일주일에 한 번씩 면사무소에 가서 지적도를 확인하는 양반이에요.”

여든 살인 아들 내외에게 큰방을 내주지 않는 할머니, 초로에 접어든 손자는 아랑곳없이 재산권을 꽉 틀어쥐고 있는 할아버지. 모두가 100세를 넘긴 백세인(百歲人)이라면 믿겠는가. 이들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무릎 굽히기를 300번씩 하는 노인, 손수 집을 짓는 노인, 아직도 할머니와 손을 꼭 잡고 자는 할아버지….

‘노인도 사람이더라’

막연히 상상하는 100살 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뒤엎는 놀라운 사례가 무궁무진하다.

국내 노화연구 분야의 최전방에 서있는 박상철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장수통’이다. 장수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얻어낸 장수 비법도 수두룩해 오래 살고 싶다면 그에게 찾아가보라 일러줘야 할 정도다. 장수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그의 연구는 정작 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노화에 관한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하던 ‘한국의 백세인’ 연구 프로젝트를 최근 마무리지었다.

그가 통계청에서 뽑아든 자료를 지도삼아 전국의 오래 산다는 노인들을 찾아 나선 것은 2001년 무렵이었다. 그후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산골 오지에서부터 바다 건너 제주까지 4년 내내 여름방학을 백세인 가정탐방으로 보냈다. 현직 의대 교수인 그가 연구실을 박차고 산간오지로 파고든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사람은 25∼30세를 정점으로 서서히 신체 기능이 줄어들어요. 체력도 약해지고 지능도 떨어지기 시작하죠. 그런 논리로 따지면 100세엔 어떻게 되겠어요? 100세란 정말로 환상적인 숫자인데, 그렇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과연 나와 같은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우리와 같이 대화할 수 있을까’ ‘눈물도 흘리고 웃을 수도 있는 존재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자 참지 못하고 연구실을 뛰쳐나간 거죠.”

탐방이 길어지면서 넓은 오지랖 덕분에 연구진도 불어났다. 현장에 가보니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도 사람 못지않게 훌륭한 연구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인류학, 지리학, 가정학, 사회학, 복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한국의 백세인’ 연구팀은 다각도로 접근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의학팀만 꾸려 다녔는데 나중에 생태학, 지리학, 인류학 전공자까지 꼬드겨서 교수 8명이 함께 다녔어요. 장수하려면 개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지역사회가 어우러져야 됩니다. 시골에 있는 백세인들을 만나보면 전설 같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요. 그들은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19세기 사람이거든요. 탐방을 끝내고 밤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분야마다 경쟁적으로 백세인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 결과와 다양한 학문적 견해를 내놓아 날 새는 줄 몰랐습니다.”

박 교수를 비롯한 ‘한국의 백세인’ 연구팀이 낸 결론은 명쾌하다. ‘노인도 사람이더라’는 것. 특별할 것 없이 들리지만 박 교수는 그 사실에 새삼 놀랐으며 감동까지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백세인들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연구팀은 과연 백세인과의 면담이 가능할지 걱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백세인들은 상식적으로 예상한 노화의 정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만큼 건강했다.

박 교수는 “백세인들이 보여준 여유와 자상함, 능동적인 생활태도는 100세라는 연령의 의미를 잊게 해줬으며, 오히려 누구보다 당당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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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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