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호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끊임없는 몸놀림, 칼 같은 세 끼, 젊은이 앞에서 ‘폼’잡지 않기…

  • 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입력2004-12-28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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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수를 누리는 백세인(百歲人). 글자 그대로 하늘로부터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장수비결을 연구해온 박상철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 대부분의 백세인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원만한 성격을 다듬고, 체력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쉬지 않으며, 집안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곳간열쇠까지 움켜쥔 ‘노력형’이다.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박상철 교수는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닌 ‘기능적 장수’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남곡성에 사는 어느 할머니 댁에 갔더니 큰아들이 82세, 둘째가 78세, 셋째가 75세인데, 아들 삼형제가 나란히 노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더라고요. 나이 70, 80 정도로는 할머니 앞에서 끽소리도 못하고 있으라는 거죠. 건강하고 당당한 할머니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막힘없는 입담 덕에 산간오지 노인회관 여기저기 인기 좋게 불려다녔겠구나 싶은 노화(老化)연구가 박상철(朴相哲·56) 서울대 의대 교수. 사투리가 섞인 구수한 말투에 옆집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외모는 외지인인 그가 스스럼없이 촌로들과 말벗이 될 수 있는 ‘무기’였을 것이다. 달변에 다변인 그에게선 노화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세상에 자식하고 함께 살면서 떡하니 큰방을 쓰는 노인이 얼마나 되겠어요? 일흔 살만 되면 자식에게 큰방 내주고 작은방에서 더부살이하기 십상이지요. 강원도 인제에 사는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알아주는 땅부자인데, 55세 된 손자한테 죽어도 땅문서를 안 내주겠다는 거예요. 심지어 손자가 자기 모르게 땅문서라도 빼돌렸나 싶어 일주일에 한 번씩 면사무소에 가서 지적도를 확인하는 양반이에요.”

    여든 살인 아들 내외에게 큰방을 내주지 않는 할머니, 초로에 접어든 손자는 아랑곳없이 재산권을 꽉 틀어쥐고 있는 할아버지. 모두가 100세를 넘긴 백세인(百歲人)이라면 믿겠는가. 이들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무릎 굽히기를 300번씩 하는 노인, 손수 집을 짓는 노인, 아직도 할머니와 손을 꼭 잡고 자는 할아버지….

    ‘노인도 사람이더라’



    막연히 상상하는 100살 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뒤엎는 놀라운 사례가 무궁무진하다.

    국내 노화연구 분야의 최전방에 서있는 박상철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장수통’이다. 장수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얻어낸 장수 비법도 수두룩해 오래 살고 싶다면 그에게 찾아가보라 일러줘야 할 정도다. 장수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그의 연구는 정작 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노화에 관한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하던 ‘한국의 백세인’ 연구 프로젝트를 최근 마무리지었다.

    그가 통계청에서 뽑아든 자료를 지도삼아 전국의 오래 산다는 노인들을 찾아 나선 것은 2001년 무렵이었다. 그후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산골 오지에서부터 바다 건너 제주까지 4년 내내 여름방학을 백세인 가정탐방으로 보냈다. 현직 의대 교수인 그가 연구실을 박차고 산간오지로 파고든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사람은 25∼30세를 정점으로 서서히 신체 기능이 줄어들어요. 체력도 약해지고 지능도 떨어지기 시작하죠. 그런 논리로 따지면 100세엔 어떻게 되겠어요? 100세란 정말로 환상적인 숫자인데, 그렇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과연 나와 같은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우리와 같이 대화할 수 있을까’ ‘눈물도 흘리고 웃을 수도 있는 존재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자 참지 못하고 연구실을 뛰쳐나간 거죠.”

    탐방이 길어지면서 넓은 오지랖 덕분에 연구진도 불어났다. 현장에 가보니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도 사람 못지않게 훌륭한 연구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인류학, 지리학, 가정학, 사회학, 복지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한국의 백세인’ 연구팀은 다각도로 접근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의학팀만 꾸려 다녔는데 나중에 생태학, 지리학, 인류학 전공자까지 꼬드겨서 교수 8명이 함께 다녔어요. 장수하려면 개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지역사회가 어우러져야 됩니다. 시골에 있는 백세인들을 만나보면 전설 같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요. 그들은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19세기 사람이거든요. 탐방을 끝내고 밤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분야마다 경쟁적으로 백세인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 결과와 다양한 학문적 견해를 내놓아 날 새는 줄 몰랐습니다.”

    박 교수를 비롯한 ‘한국의 백세인’ 연구팀이 낸 결론은 명쾌하다. ‘노인도 사람이더라’는 것. 특별할 것 없이 들리지만 박 교수는 그 사실에 새삼 놀랐으며 감동까지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백세인들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연구팀은 과연 백세인과의 면담이 가능할지 걱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백세인들은 상식적으로 예상한 노화의 정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만큼 건강했다.

    박 교수는 “백세인들이 보여준 여유와 자상함, 능동적인 생활태도는 100세라는 연령의 의미를 잊게 해줬으며, 오히려 누구보다 당당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고 덧붙인다.

    박상철 교수는 ‘늙으면 쉬이 죽는다’는 상식을 뒤집은 학자로도 유명하다. 의과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그의 전문 연구분야는 암(癌). 고기를 태운 부분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사람도, 그 발암물질을 줄이려면 고기는 야채와 함께 먹으라고 처음 제안한 사람도 박 교수다.

    1990년대 초반 암세포의 모양에 관해 연구하던 그는 색다른 연구결과를 만나면서 노화연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젊은 세포에 비해 늙은 세포가 잘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 똑같이 자외선과 강한 자극을 줬더니 젊은 세포는 죽어버렸는데 늙은 세포는 죽지 않은 거예요. 일반적인 상식대로라면 늙은 세포가 더 빨리 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매번 똑같은 실험결과가 나왔지만 2∼3년 동안 이에 대한 논문을 쓰지 못했어요. 실험이 잘못됐다며 애꿎은 연구원들만 야단쳤죠. 그 후에 젊은 쥐와 늙은 쥐에게 독성물질을 주사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어요. 젊은 쥐는 죽는데 늙은 쥐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 실험을 토대로 발표한 논문을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받아주더군요.”

    ‘늙으면 쉬이 죽는다’는 상식을 ‘쉬이 죽지 않는다’로 뒤집은 박 교수의 연구결과는 국제학회에도 충격을 던졌다. 박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의 커버스토리(2002년 1월호)에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노화연구는 국제노화학회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박 교수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노화는 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라는 새로운 노화이론을 정립했다. 노화가 죽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절박한 노력이자 생존전략이라는 것. 이는 노화에 대한 기왕의 발상을 전환하는 파격적인 계기이자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그동안에는 노화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도 없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잖아요. 하지만 노화는 운명론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에 반응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입니다. 생존하기 위한 전략인 거죠. 적응이란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만 바꿔준다면 얼마든지 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노화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필요해요.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체조하고, 운동하고, 일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지역은 전남 순창·곡성·구례 등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호남 장수벨트’다. 박 교수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장수지역으로 전남 순창을 꼽는다. 장수지역은 인구 10만에 100세를 넘은 인구가 21명 이상인 지역을 말하는데, 국내에서 이 기준을 넘어선 곳은 순창을 포함해 14곳으로 순창은 백세인이 29명에 달한다. 그 뒤를 전남 보성, 경북 예천, 경남 거창, 전북 곡성이 따르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장수지역 분포도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지역이 고정적이지 않은 것은 1990년대부터 의료보험이 확대실시되면서 산골에도 의료 서비스가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과거엔 교통사정이 나쁜 시골에서는 노인이 아프면 그저 노환이려니 하고 포기하고 말았거든요. 90세, 100세 노인들이 다 감기로 돌아가셨죠. 지금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모시고 가니까 장수지역도 달라질 수밖에요.”

    한국의 백세인은 인구 10만명에 4.7명으로 세계 수준인 평균 1명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지만, 평균 10명인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장수를 한다고 해도 한국의 노인들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5.9세(2000년)지만, 65세 이상 노인 중 80% 이상이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이웃이 장수 돕는다

    다시 박 교수가 만난 장수 노인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가 만난 백세인의 두드러진 특징은 나름의 장수비결을 터득해 이를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그는 흥미로운 백세인 사례를 몇 명 더 소개했다.

    “강원도 횡성에 사는 할아버지는 40세부터 50년이 넘게 자신이 개발한 체조를 해오고 있어요. 체조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어요. 그저 팔 올리고 내리는 국민체조 비슷한 것인데, 하루에 열댓 번도 넘게 합니다. 또 관절이 상하지 않도록 관절 오그렸다 펴기를 매일 300번이나 하고 있더라고요. 할아버지는 잠자리에서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주무신다고 해서 그 까닭을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그래야 오래 산다고 했다’며 웃습디다.

    강원도 정선의 할아버지 한 분은 올해 아흔여덟인데 지난해에 손수 집을 지었어요. 바로 옆에 좋은 양옥집이 있지만 토담집에서 할머니와 살고 싶어서 직접 지었다고 해요.”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박상철 교수는 2001년부터 여름방학 때마다 백세인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특별한 건강 체질이 아니지만 성격이 내성적인 덕분에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경남 함안의 한 할아버지다.

    “그 지역에 90세 넘은 할아버지가 그 양반 딱 한 분인데, 장수하는 이유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에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오래 산다는 겁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서로 어울리기를 좋아해 친구들끼리 모여 소주 안주로 민물고기를 잡아먹곤 했는데 대부분 간암으로 죽었어요. 남과 어울리는 것이 싫어서 무리에 끼지 않았던 그 할아버지만 장수하고 있죠.”

    박 교수는 “늙었다고 해서 생산성이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강원도 양구의 노인회관 할아버지들은 고령에도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줬다.

    “노인회관 할아버지들이 커다란 상에 술과 먹을거리를 차려놓고 우리 연구팀을 불렀어요. 먹고 나서 얼마간 감사 표시를 하려고 했더니 일절 받지 않더라고요. 알고 보니 노인회관에 모이는 고령자 25명이 소일삼아 가마니도 짜고 지게도 만들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나 인터넷을 통해 꽤 많이 팔렸던 거예요. 그 돈으로 일년에 해외여행을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백세인’ 연구팀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고령자는 1296명. 여자는 100세 이상, 남자는 95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개인의 건강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가족간 사랑, 어른에 대한 공경, 효성이 장수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전북 진안에 사는 107세 할머니는 큰방을 쓰세요. 할머니가 집안 어른이기 때문에 큰방을 써야 한다는 아들 내외의 효성 때문이죠. 할머니는 슬하에 9남매를 뒀고 아들 내외도 8남매를 낳았는데, 그러다보니 할머니 아래로 자손이 200명이 넘어요.

    전남 나주에 사는 105세 할아버지의 82세 아들은 효성이 더 지극합니다.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는데, 아들은 지금도 아버지와 세 끼 밥을 같이 먹고 있어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매끼를 한 밥상에서 먹는다는 것은 보통 효성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지요.

    인천의 한 할아버지는 아파트 경비로 일하는 아들과 궂은 일하며 품삯을 받는 며느리와 함께 반지하방에서 가난하게 살아요. 그런데 끼니 때가 되면 밖에서 일하던 며느리가 돌아와 할아버지 밥상을 차려드리죠.

    서울 효창동에 사는 109세 할머니는 노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큰며느리 대신 손주 며느리가 모시는데, 정말 효손부예요. 적지 않은 나이에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앞에서 ‘재롱’까지 피워가며 얼마나 극진히 모시는지 몰라요. 이분들이 장수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가족에 있습니다.”

    물론 가족의 보살핌 없이 혼자 사는 고령자도 많다. 백세인 중엔 독거노인이 8%나 된다. 이런 경우 장수의 해답은 가족이 아니라 이웃이 쥐고 있는 셈이다.

    “전남 담양의 한 할머니 댁에 갔더니 동네 아줌마 열댓 명이 빙 둘러앉아 있더라고요. 우리 연구팀이 간다니까 소문 듣고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 아줌마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할머니 댁에 모인다는 거예요.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는데, 젊어서 동네 궂은 일을 도맡아하던 양반이었어요. 동네사람 가운데 할머니한테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은인으로 생각하고 매일 할머니 댁으로 위로방문을 하는데, 이게 할머니의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한국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과 국제노화학회장을 역임한 박상철 교수는 항(抗)노화나 생명연장에는 관심이 없는 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수명연장 대신 수명을 극대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고령에도 정상에 가까운 신체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적 장수’를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수명연장이란 목적으로 오래 사는 것과 보람 있게 사는 것은 달라요. 내 관심은 후자에 있어요. 그래서 수명연장 실험은 안 합니다. 초파리가 수명 며칠 는다고 뭐할 겁니까. 주어진 생명 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그래서 ‘건강하고 멋지고 당당하게 늙자’고 말해요. 노화는 생명체가 보여주는 진지한 노력의 과정이에요. 노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장수문화를 정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새로운 장수문화 정립할 때

    박 교수는 2004년 5월 미국, 일본 등 20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백세인연구단 회의에서 또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가족, 환경생태, 경제지리적 변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한 ‘한국의 백세인’ 연구결과를 발표해 호응을 얻은 것. 게다가 즉석에서 차기 회장직을 지명받는 뜻밖의 수확도 거뒀다. 일본 대표가 내심 차기 회장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던 박 교수는 자신의 후임 회장으로 일본인 교수를 지정한 후에야 회장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그는 또 4년 전부터 노화전문저널 ‘노화의 원리(MAD, Mechanism of Ageing and Development)’의 편집인을 맡고 있다.

    백세인을 연구하는 내내 박 교수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시골에 찾아가보니 정작 일해야 할 젊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노인들만 농촌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백세인 연구와 더불어 그는 농촌을 살려낼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최근 순창군이 추진하는 장수타운 조성에 박 교수가 물심양면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백세인 조사를 왜 하고 있는가를 곰곰 생각해보니 잘살아보자는 게 이유였어요. 건강하고 보람있게 살자는 것이지요. 장수는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통령을 했어도 장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은퇴 후엔 돈버는 일 외에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가 마지막으로 힘주어 한 한마디는 이랬다.

    “백 살, 거 우습게 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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