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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작가 마광수 러시안수프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부국장 sun@donga.com

작가 마광수 러시안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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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기와 욕구 달래주는 든든한 국물맛 ‘soup’는 ‘고깃국’이라는 뜻이지만 이미 ‘수프’라는 외래어가 더 익숙하다. 우리네 국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국과 달리 수프에 밥을 말아 먹으면 약간 어색해 보이는 딱 그 정도의 차이. 하지만 영양은 고깃국을 초월한다.
작가  마광수 러시안수프
마광수(馬光洙·54) 교수가 기지개를 활짝 켰다. 5월 초 자신의 박사논문인 ‘윤동주 연구’ 개정판에 이어 6월1일 철학 에세이집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 소설 ‘광마잡담’, 에세이집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3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1992년 ‘음란물’로 찍힌 소설 ‘즐거운 사라’를 ‘제조’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후 13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마 교수. 2003년 가을학기 연세대 강단에 복귀한 이후 서서히 일탈했던 삶의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모습이다.

그 사이, 그의 얼굴에 깊게 팬 주름살만큼이나 세상은 많이 변했다. 오랫동안 움츠렸던 그가 느끼는 변화는 더욱 크다. 하지만 마 교수는 오히려 그게 더 반갑다. 1980년대 후반, 그를 검열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페티시즘’ ‘페티시’ ‘피어싱’ ‘염색’ 같은 단어가 이젠 그를 괴롭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어느덧 일상용어가 됐다.

소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에서 밝혔듯 마 교수의 성적 취향은 ‘손톱이 긴 여자’다. 과거 보수 문학계는 그를 ‘변태’로 취급했지만, 오늘날 ‘네일 아트’라는 산업이 생겨나 호황을 누리고 있다.

1989년 마 교수의 첫 장편소설 ‘권태’에 등장한 여주인공은 10㎝의 손톱에 머리는 초록색으로 염색을 하고 12㎝에 달하는 하이힐을 신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파격이었지만 지금은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 그래서 사회평론가 강준만 교수(전북대)는 마 교수를 “염색 하나만 예로 들더라도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마 교수의 심경은 어떨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즐거운 사라’에 대한 변명에서 진한 페이소스가 전해진다.

작가  마광수 러시안수프

이날 요리는마 교수의 개인 사정으로 제자(이대 청강생이었음) 최유미(맨 오른쪽)씨 집에서 했다. 맨 왼쪽은 정신과 전문의 신승철 박사. 최씨 왼쪽은 최씨의 선배 공남윤씨.

“‘즐거운 사라’가 일본에서 번역출간(1994)돼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 일본 평론가는 책 이름 옆에다 ‘성적 교양소설’이라고 붙였어요. 일본 쓰쿠바대 한국학자 후루다 교수는 한국에서 근대 이후 반유교적 소설은 ‘즐거운 사라’가 최초라면서 가부장제도에 대한 반발이자 반유교적 이념소설이라고 평가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에서는 음란물이었죠.”

1992년 구속, 1993년 해직, 1995년 유죄확정, 1998년 복직, 2000년 재임용 탈락. 그후 마 교수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스트레스에 하루 담배 3갑, 술로 지새는데 버틸 장사가 없다. 결국 중증 우울증에 당뇨질환까지 겹쳤다.

이 시기에 그나마 그의 기력을 지탱해준 음식이 바로 ‘러시안수프’다. 1971년 대학 2학년 때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의 애인에게서 레시피를 전수받은 후 30여 년째 마 교수가 즐겨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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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부국장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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