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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마르크스주의 무너뜨린 ‘현대 지식경영’ 효시

  • 김학순 |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마르크스주의 무너뜨린 ‘현대 지식경영’ 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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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무너뜨린 ‘현대 지식경영’ 효시

과학적 관리법
프레드릭 테일러 지음, 방영호·오정석 옮김, 21세기북스

1899년 광활한 북미대륙 전역에서 철도가 건설되고 있을 때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베들레헴 제철소에 40대 중반의 남성이 이 회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실험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에게 하루 작업량을 할당한 뒤 이를 초과한 사람에겐 성과급을 주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한 사람은 해고하는 것이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42kg짜리 철봉을 화차에 실어 나르는 광경을 면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75t의 선철을 날랐다. 이전 작업 때의 6배에 달하는 양이었다. 이틀간의 관찰 끝에 그는 공정 작업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1명당 하루 45t을 나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전 작업량의 3배였다.

이 실험자는 적개심으로 가득 찬 노동자들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경호원들의 호위까지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생산 공정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업무를 체계화하려는 집념 어린 노력, 제조 공정에 관한 신개념 연구는 그칠 줄 몰랐다. 그는 이 실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산기법을 창안해냈다. 그 결과는 ‘과학적 관리법’(원제 The Principle of Scientific Management)이란 책으로 탄생했다. 현대 경영학의 기틀을 만든 ‘테일러 시스템’은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의 이 같은 일념 덕분에 태어났다. 이 생산기법으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해져 인류의 삶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다.

생산성 극대화 원리 정립

1911년 출간된 ‘과학적 관리법’은 작업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해 생산성 극대화 원리를 정립한 최고의 경영학 고전이다. 이런 업적 때문에 테일러는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과학적 관리법은 노동자의 표준작업량을 과학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시간연구, 과업 달성을 자극하기 위한 차별적 성과급, 계획 부문과 현장감독 부문을 전문화한 관리 시스템이다.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법이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의 조합으로 구성된다고 역설한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과학, 불화가 아닌 화합, 개인주의가 아닌 협업, 제한된 생산이 아닌 최대의 생산, 각 노동자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번영을 이루게 하기 위한 노동자 개인의 능력 계발이 그것이다.

과학적 관리법의 핵심은 시간과 동작 연구, 기록, 과업 제도다. 시간·동작 연구는 한 번에 한 사람의 작업자를 선발해 동작 하나하나의 시간을 측정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고 더 빠르게 생산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개발한다. 모든 것을 기록하고 매뉴얼로 만들어 한 명의 노동자가 과도한 피로를 느끼지 않고 최대로 작업할 수 있는 양을 뽑아낸다. 과업 제도란 이 연구를 통해 직원을 엄선하고 그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과업량을 제시하는 것이다. 책임자는 정확한 작업지시서와 관리를 통해 노동자가 과업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게 돕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한다.

차별적 성과급제는 노동자가 과업을 달성했을 때는 높은 임금을 주고, 그러지 않았을 때는 낮은 임금을 주는 제도다. 이는 과업을 달성한 노동자가 이전에 비해 30~100%의 임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테일러는 차별적 성과급제의 성패가 기계와 작업에 관한 정밀한 시간 연구를 통해 적절한 과업을 구성하는 데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부서는 이전에 숙련 노동자들이 가졌던 작업에 대한 지식을 관리자의 손으로 옮기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과학적 관리법의 기본 철학은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 ‘최대 번영’을 누리는 데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와 사회 전체에 더 큰 이익이 돌아간다는 게 테일러의 생각이다.

작업시간도 오래 일하게 하는 것보다 제한된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하루 10시간 30분의 작업 시간을 10시간, 9시간 30분, 9시간, 8시간 30분으로 점차 단축하면서 임금은 동일하게 지급했을 때 산출량이 오히려 증가했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분명히 하고, 숙련도에 따라 공정에 투입하는 방식을 조정했더니 생산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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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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