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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부부, 유럽 한 달여행기

이탈리아 피렌체 거점 삼아 문화체험·힐링 여행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60대 부부, 유럽 한 달여행기

  • 김영화 홍익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서 한 달을 지냈다. 은퇴한 남편과 단둘이 떠난 여행이었다. 이들은 르네상스 중심지 피렌체에 숙소를 잡고 마음 내킬 때마다 유명 성당, 문화 공간을 동네 산책하듯 돌아다녔다. 피렌체에서 대중교통으로 한두 시간 거리인 시에나, 아시시 등으로 소풍을 떠나기도 했다. “준비만 잘 하면 누구나 한 달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 교수를 만났다.
올해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된 
이탈리아 마테라를 방문한 김영화 교수(오른쪽) 부부. [사진제공·김영화]

올해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된 이탈리아 마테라를 방문한 김영화 교수(오른쪽) 부부. [사진제공·김영화]

“그동안은 각자 일하느라 바빴어요. 부부가 같이 여유 있게 여행하는 건 희망 사항일 뿐이었죠. 그런데 남편이 얼마 전 은퇴를 했어요. 저도 학교에서 1년간 연구년을 받았고요. 이 기회에 한 달쯤 둘만의 여행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김영화(61)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얘기다. 작년 9월, 김 교수는 ‘한 달 여행’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장소는 20년 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이탈리아 도시 피렌체로 정했다. 

김 교수 가족은 1998년 겨울 이탈리아·프랑스를 여행한 일이 있다. 열흘 남짓한 일정이었다. 그때 스쳐 지나간 여러 지역 중 피렌체가 유독 김 교수 기억에 오래 남았다. 그는 “다양한 문화유산 덕에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처럼 느껴졌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일정이 짧아 충분히 둘러보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웠어요. 피렌체에 좀 더 머물 수 있다면 서두르지 않고 문화·역사의 보물을 하루에 하나씩만 보러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죠.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여유 있게 한나절 보내고도 싶었고요. 긴 세월이 흘러 부부가 둘 다 시간을 낼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그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김 교수는 부부 단둘이 오랫동안 여행하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 두 달에 걸쳐 이탈리아와 피렌체, 토스카나 등에 관한 책을 탐독했다. 여행안내서뿐 아니라 현지 예술과 문화를 소개하는 책, 르네상스를 학문적으로 분석한 책, 나아가 해당 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까지 읽었다. 실용 정보는 현지를 다녀온 여행자들의 블로그에서 얻었다. 관련 내용이 있는 블로그를 샅샅이 뒤져 꼼꼼히 정리했다.




에어비엔비 아파트

피렌체 [shutterstock]

피렌체 [shutterstock]

- 지난해 11월 1일 인천공항을 떠나 11월 30일 돌아오셨더군요. 

“딱 ‘한 달 여행’이었죠. 처음 3주는 피렌체에 머물고, 마지막 1주는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를 돌아다녔어요. 여행 준비하며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건 숙소였죠. 피렌체에서는 22일 동안 한집에 머물렀는데, 다행히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 어떤 곳이었나요. 

“에어비엔비를 통해 예약한 아파트였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고, 이탈리아풍 건축양식을 갖고 있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거실과 침실이 분리돼 있고, 제법 근사한 벽난로도 있었어요. 문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집이라는 점이었죠. 드나들 때마다 계단 82개를 걸어 오르내려야 했어요. 그 집이 호텔이나 다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건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여행지 숙소는 고려할 점이 무척 많아요. 자기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지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선택지를 줄여나가야 쉽게 고를 수 있죠. 저는 일단 호텔보다는 아파트가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군데 오래 머무르는 여행을 할 때 방 한 칸은 답답할 수 있잖아요. 공간이 분리된 곳이 좋다고 봤어요. 

또 대중교통 접근성을 봤습니다. 현지에서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었거든요. 숙소 가격도 중요하게 고려했어요. 숙박비를 아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쪽에 투자하자는 데 남편과 뜻이 통했죠. 이런 점을 종합해 그 아파트를 고른 겁니다. 계단은 운동하는 셈치고 오르내리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더군요. 

에어비엔비 사이트에는 각 숙소 내부 사진과 이용자 후기가 다 등록돼 있어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내용을 꼼꼼히 체크하면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겁니다.” 

- 여행 가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첫날 80개 넘는 계단 위로 무거운 짐을 올리느라 기진맥진했죠. 그 외엔 아주 마음에 드는 숙소였어요. 피렌체도 볼거리가 풍성한,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고요. 그런데 한동안 생각지도 못한 시차 때문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그동안 패키지여행은 제법 다닌 편이에요. 그때는 바로바로 현지 시간에 적응했죠. 그런데 이번엔 그게 잘 안 됐어요. 생각해보니 자유여행은 패키지와 여러 면에서 다르더군요. 일단 몸의 리듬을 현지 시간에 강제로 맞추지 않죠. 패키지여행을 하면 도착 즉시 여행사가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잖아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현지 시간에 맞춰 다니니 몸이 금세 적응하는 것 같아요. 

반면 자유여행은 우리가 모든 걸 정하니까 낮에 힘들면 잠시 쉬고, 새벽에 잠에서 깨도 무리해서 다시 자려고 노력하지 않죠. 그러다 보니 아침에 컨디션이 잘 올라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여기까지 왔는데 가만히 집에만 있을 수 있나’ 싶어 또 일찌감치 밖으로 나갔고요. 그게 악순환이 된 것 같아요. 

사실 피렌체 같은 도시에서 문화유적을 감상하는 건 의외로 체력이 많이 드는 일이에요. 하나하나 천천히 집중해 들여다보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여행사가 다 알아서 해주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바삐 따라다니는 것보다 훨씬 강행군일 수 있는데, 초반에 욕심을 너무 많이 내서 무리했어요.”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

아시시 [shutterstock]

아시시 [shutterstock]

김 교수는 60대 부부가 긴 시간 자유여행을 할 때는 체력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여행의 진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들 부부도 처음엔 ‘왜 시차 적응이 안 되지’ 하며 조급해하다 일주일쯤 지난 뒤 마음의 여유를 찾았고, 그러고 나니 몸도 금세 회복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11월 9일, 느지막하게 집을 나서 동네를 산책하고 장을 본 날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날은 종일 여유를 부렸어요. 현지인들이 찾는 식당에 가서 호박수프와 돼지고기 요리로 점심을 먹고, 남편과 함께 동네 정육점에 갔죠. 가게 주인과 말이 잘 안 통했는데 구글 번역기까지 동원해 쇠고기 등심을 고르고,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썰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 쌈장을 만들고 고기를 구워 상추에 싸 먹었습니다. 이게 얼마만의 한식인지, 그간의 피로가 단번에 풀리는 느낌이더군요. 고깃값도 500g에 14유로(약 1만8000원)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쌌어요. 그렇게 저녁을 먹고는 소화도 시킬 겸 야경도 볼 겸 남편과 미켈란젤로 광장을 산책했죠.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패키지여행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사실 그런 순간을 위해 긴 여행을 떠나는 거죠.” 

김 교수 부부가 체력을 회복한 또 다른 방법은 피렌체 주위의 평화로운 고장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피렌체는 이탈리아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중심 도시다. 여기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두 시간이면 시에나, 산지미냐노, 친퀘테레, 아시시 등에 닿는다. 중세 유럽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들이다. 김 교수 부부는 하루씩 이런 소도시를 여행하며 시끌벅적한 피렌체에서와는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누렸다고 한다. 

- 특히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나요. 

“시에나, 아시시에는 유적이 많아요. 반면 산지미냐노, 피엔차 같은 소도시에 가면 발길 닿는 대로 골목골목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죠. 그러다 양지바른 테라스 카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요. 어디로 눈을 돌리든 황토색 구릉과 호리호리한 사이프러스 나무, 황금색으로 물든 포도밭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올리브나무가 보여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죠.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걸리는 바닷가 마을 친퀘테레의 몬테로소 알 마레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은 것도 기억나요. 새파란 바다에 맞닿아 있는 레스토랑 테라스에 앉아 안포라 벨베데레(Anfora Belvedere)라는 걸 주문하니 테이블에 세숫대야만큼 큰 그릇을 가져다 주더군요. 그러고는 한참 있다가 커다란 도기에 음식을 담아 와서는 그 그릇에 쏟아부었어요. 가재 한 마리, 왕새우 네 마리, 문어 한 마리에 오징어, 하얀 생선살, 홍합 등이 잔뜩 들어 있는 토마토 소스 요리였죠. 제가 이탈리아에서 기대한 지중해식 해물요리, 바로 그거였어요. 양이 정말 많았지만, 남편과 함께 햇볕이 내리쬐는 바다를 바라보며 와인과 함께 남김없이 다 먹었습니다.” 

- 말씀을 들으니 피렌체 시내를 여행한 것보다 주위 마을을 다니신 게 더 행복하셨던 것처럼 느껴져요. 

“피렌체는 아름답지만 번잡한 도시예요. 볼 게 많지만 ‘힐링’을 할 만한 곳은 아니죠. 반면 주위 마을은 정갈하고 단아합니다. 우리가 여행한 11월은 이탈리아 관광 비수기라서 더욱 평화로운 분위기였어요. 관광객이 다 떠나 조용한 중세도시는 늦가을 정취와 제법 잘 어울렸죠. 물가도 피렌체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고요. 그 덕에 테라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여 해물요리를 먹는 호사도 누려볼 수 있었어요.


숨이 막힐 듯한 풍경

지난해 11월 한 달간 이탈리아를 여행한 김영화 홍익대 교수. [홍태식 기자]

지난해 11월 한 달간 이탈리아를 여행한 김영화 홍익대 교수. [홍태식 기자]

저는 이탈리아로 한 달 여행을 떠나실 분들에게 피렌체와 주위 토스카나 지방을 같이 여행하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피렌체에 숙소를 잡고 평소에는 문화유적을 둘러보세요. 아름다운 성당과 프레스코화를 보면서 누릴 수 있는, 피렌체만 줄 수 있는 기쁨이 있어요. 그러다 중간중간 하루씩 소도시를 다녀오는 거죠. 우리 부부는 주위 도시를 갈 때 보통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늦지 않게 돌아왔어요. 사실 교통편은 한밤중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중세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역 소도시의 일몰과 야경이 아주 멋지다고 하니, 체력이 허락하면 야경까지 즐기고 피렌체로 돌아오셔도 좋을 거예요.” 

김 교수는 이렇게 3주를 보내고 짐을 꾸렸다. 피렌체를 떠나 이탈리아 남부를 향해 출발한 것이다. 이후 해안도시 아말피와 바리에서 각각 2박, 3박을 하며 인근 지역을 둘러봤다. 이 여행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아말피 [shutterstock]

아말피 [shutterstock]

- 아말피는 어떤 곳인가요. 

“정말 아름다운 바닷가죠. ‘내셔널지오그래픽’이 1999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을 선정 발표했는데 1위가 아말피 해안이었다고 해요. 저는 여기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 알고 있었는데도 지난해 11월 24일 아말피 해안을 달리면서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말을 잃었어요.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푸른 바다, 그리고 파스텔톤 집들이 어우러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더군요. 

요즘엔 한국인 관광객들도 아말피를 많이 찾는다고 들었어요. 로마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나폴리와 폼페이, 카프리섬, 아말피 해안 등을 한꺼번에 둘러본다고 해요. 그런데 그렇게 하루 만에 둘러보고 가기엔 아까운 곳이에요. 조금 여유가 된다면 아말피에서 버스로 25분 정도 걸리는 라벨로에 꼭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김 교수에 따르면 라벨로는 아말피 해안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산 위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거기 빌라 침브로네라는 오래된 정원이 있다. 과거 대저택을 개조해 만든 호텔에 딸린 영국식 정원으로, 일반인도 입장료 7유로를 내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소설가 D.H 로런스·버지니아 울프, 경제학자 케인스, 영국 총리 처칠 등 세계 수많은 명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빌라 침브로네의 매력을 마치 그림 그리듯 찬찬히 묘사했다.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에 뒤덮인 돌담, 경사진 언덕 위의 짙푸른 나무, 이끼 낀 계단을 올라 수백 년 된 나무 문을 밀고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회랑과 그 너머로 펼쳐진 푸른 바다…. 김 교수는 특히 해상 365m 절벽 위에 있는 ‘무한의 테라스’ 풍경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꽃피는 계절에는 분명 또 다른 아름다움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낙엽이 떨어지고 사람이 거의 없는 늦가을, 그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이탈리아에서 보낸 날들을 하루하루 마치 어제 일인 양 선명히 기억했다. 그 비결을 묻자 “일기를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가피한 때를 제외하고는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 등을 거의 매일 기록했다고 한다. 그 덕에 여행의 기억을 지금까지 생생히 간직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가 한 달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또 하나 조언하는 게 바로 일기 쓰기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이탈리아에서 남긴 기록을 다시 정리했다. 수천 장의 사진과 일기를 돌아보며 현지에서 가볍게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새로 느끼고, 깨닫게 됐다. 비로소 이 여행에서 얻은 것들이 진짜 내 것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60대에 접어들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부부끼리 자유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할 뿐이죠. 그런데 막상 떠나보면 크게 힘들지 않아요. 조금만 준비하면 패키지여행과는 또 다른, 완전히 새롭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김 교수 얘기다. 그는 또래 부부들을 위해 자신의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 과정부터 꼼꼼히 정리한 책 ‘60대 부부의 피렌체와 토스카나, 그리고 남부 이탈리아 소도시 한 달 살기’도 펴냈다. 이 책을 통해 김 교수가 강조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나중에 학교를 퇴직하고 시간이 생기면 다시 남편과 한 달 여행을 떠나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대 부부 한 달 여행 준비 TIP 7
1 목돈 소지 부담스러우면 ‘글로벌 멀티 카드’ 만들기
한 달간 해외에서 쓸 돈을 다 현금으로 환전해 들고 다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신용카드를 쓰면 환율 변동과 결제 수수료가 신경 쓰일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이번 여행에서 ‘글로벌 멀티 카드’를 유용하게 사용했다. 국내에서 외화를 구매해 충전하고 해외에서 사용하는 방식의 카드다. 보통예금 계좌에 돈이 있으면, 해외에서 인터넷뱅킹으로 환전해 추가로 충전할 수도 있다. 여러 종류 외화를 하나의 카드에 충전할 수 있어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도 편리하다. 우리는 이 카드를 만들고 환율이 좋을 때 몇 차례 유로로 환전해 충전해둔 뒤 이탈리아에서 사용했다.

2 한국 음식 챙기기
우리 부부는 평소 해외여행 때 한식을 찾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일정이 긴 만큼 한국 음식을 좀 갖고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현명한 결정이었다. 여행에서 지칠 때마다 즉석밥, 라면, 선식, 미역, 황태,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참기름 등이 ‘힐링’의 순간을 선물했다. 한 달 여행은 보통 체류형으로 짐을 자주 들고 이동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게를 걱정하지 말고 한국 식재료를 다소 챙겨 가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3 가끔은 사치 누리기
이탈리아 식당은 음식값 외에 일종의 자릿세인 코페르토(coperto)를 받는다. 피렌체의 경우 보통 1인당 1~3유로였다.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해도 테이블에 앉아 먹으면 자릿세를 낸다. 반면 서서 먹으면 안 내도 된다. 한국 사람 관점에서는 자릿세가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햇볕 드는 유럽 카페 테라스에 앉아 편안히 음식을 먹으며 거리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한 달 여행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여행 중 가끔씩은 이런 여유를 즐겨볼 것을 권한다. 자릿세에는 보통 식전에 주는 빵이 포함돼 있다. 자릿세를 받는 레스토랑에서 빵을 주지 않으면 달라고 해도 된다.

4 주위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요즘 여행객은 스마트폰 ‘구글맵’을 이용해 관광지를 찾아다닌다. 그런데 가끔 최신 정보가 반영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우리 부부는 산지미냐노를 가는 길에 그런 일을 겪었다. 피렌체에서 환승지인 포지본시에 도착했는데, 산지미냐노행 버스 정류장 위치가 구글맵과 달랐다. 원래 약 500m 떨어진 기차역 앞이었는데 공사 때문에 우리가 내린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우리는 버스에서 같이 내린 프랑스 남성 여행객 도움으로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행책자나 스마트폰만 믿지 말고 주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5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금물
한 달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로 ‘외국어로 의사소통이 안 돼서’를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외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이탈리아어를 못 하지만 어려움 없이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웬만한 의사소통은 영어로 다 할 수 있다. 그것도 간단한 단어 나열 정도로 충분하다. 게다가 요즘은 구글 번역기도 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구글 혁명’을 실감했다. 길 찾기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스마트폰 통역기 사용법만 알면 이탈리아 정육점에서 슬라이스 쇠고기도 척척 구매할 수 있다. 해외 여행객들과도 보디랭귀지와 단어 나열, 번역기 등으로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만 버리면 즐거운 여행을 할 길이 열린다.

6 부부 사이 배려는 필수
60대 부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은 매우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몇 가지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크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부부라도 여행지에서는 쉽게 피로해지고 예민해져 의외의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 중재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것이 싸움으로 번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여행지에서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절대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평소보다 더 많이 서로를 배려하는 게 좋다.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부 둘만의 여행이 가진 또 한 가지 위험은 쉽게 지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대화를 별로 많이 나누지 않던 부부가 하루 종일 함께 있는 시간이 한 달쯤 이어지면 나중엔 서로 할 말이 없어질 수 있다. 부부여행을 다녀온 뒤 “너무 심심했다. 차라리 패키지여행이 낫더라”고 말하는 사람도 봤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여행 준비 단계부터 두 사람이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각자 원하는 바를 솔직히 얘기하고, 둘 다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스케줄을 짜야 한다. 또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게 좋다. 외국인 여행자, 식당 주인, 호텔 직원 등과 소통하면 새로운 이야깃거리와 이벤트가 생긴다. 부부 사이에도 활력이 생기고 여행이 한층 풍성해진다.

7 소매치기는 조심 또 조심
해외여행지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유럽은 소매치기 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우리 부부는 처음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이 부분에 매우 신경을 썼다. 광장처럼 열린 공간에 서 있을 때는 서로 가방을 보호하고자 등을 맞대고 서 있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경계가 흐트러졌고, 바로 그 시점에 소매치기를 만났다. 이른 아침 내가 기차역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있을 때의 일이다. 남편은 무인발매기 이용법을 알아보려고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때 한 여성이 갑자기 남편에게 다가와 말을 걸기에 대꾸를 좀 하고 있으니, 멀리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남성이 달려와 “당신 지금 소매치기당했다. 배낭을 앞으로 메라”고 일러줬다고 한다. 깜짝 놀라 배낭을 보니 그 짧은 시간에 지퍼가 모두 열려 있었단다. 다행히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다. 이후 그 역에 갈 때마다 그 여성과 마주쳤는데, 그는 남편을 봐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시치미를 뗐다. 아무래도 그 역사에 늘 머물며 소매치기 기회를 노리는 사람인 듯했다.




신동아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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