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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삼국유사 통해 읽는 우리 神話의 아름다움과 가치”

동북아 신화 연구가 조현설 서울대 교수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삼국유사 통해 읽는 우리 神話의 아름다움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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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출간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신화 열풍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올해, ‘삼국유사’가 또 한 번 신화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 국보 306호로 지정된 ‘삼국유사’ 임신본 발간 500주년을 기념해 관련 서적 출간과 국제 심포지엄 등이 줄을 잇는 것. 신화연구가 조현설 교수를 만나 ‘삼국유사’의 가치와 우리 신화 연구의 의의에 대해 들었다.
“삼국유사 통해 읽는 우리 神話의 아름다움과 가치”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버틴 끝에 인간이 된 웅녀, 아내를 탐한 역신을 노래를 불러 쫓은 처용, 사라진 태양을 다시 불러온 연오랑과 세오녀, 신조차 욕심낼 만큼 아름다웠던 수로부인…. 열쇳말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 익숙한 옛이야기의 출처는 모두 ‘삼국유사’다. 고려 승려 일연은 13세기 후반 ‘역사서’로서 삼국유사를 집필하면서 이처럼 기이한 각종 이야기를 함께 실었다.

삼국유사 ‘기이’ 편의 시작은 이렇다.

“대저 옛 성인(聖人)은 예악(禮樂)으로 나라를 일으키고 인의(仁義)로 가르침을 베푸는 데 있어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帝王)이 장차 일어날 때 부명(符命·하늘이 수여하는 것)에 응하거나 도록(圖?·미래의 길흉화복을 예언한 기록)을 받아 반드시 범인(凡人)과 다름이 있은 연후에야 능히 큰 변화를 타고 대기(大器)를 잡고 대업(大業)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번역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괴력난신, 즉 괴이(怪異)·용력(勇力)·패란(悖亂)·귀신(鬼神)에 대해서도 기록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일연의 이러한 사고 덕분에 삼국유사는 역사서이면서 동시에 신화집인, 우리 문화 콘텐츠의 보고가 됐다. 조현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이 책을 “설화적인 역사서, 혹은 역사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설화”라고 평가한다. “고대사의 경우 실제보다는 상상력이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역사적인 시기가 명시된 다양한 옛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 시대 사회와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간의 원형

올해는 1512년 경주에서 목판으로 간행된 삼국유사, 이른바 ‘중종 임신본(中宗 壬申本)’이 발간된 지 500년이 되는 해. 현재 남아 있는 판본 가운데 가장 완전한 것으로 평가돼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이를 기념해 지난 8월 서울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삼국유사를 재조명하는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동아시아 신화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조 교수는 이에 대해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신화가 우리나라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는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그리스·로마 신화에만 쏠려 있던 관심이 삼국유사를 비롯한 우리 신화로 이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죠. 우리가 신화를 읽는 이유가,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조 교수의 설명이다. 신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공유되며 전승된 이야기로서, 인간 집단과 그 안에 속한 개인의 원형을 담고 있는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정신분석학자들은 일찍부터 신화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리스·로마 신화 열풍 당시, 어린이·청소년에게 신화 읽기를 권하는 이들이 내세운 논리 또한 “신화 읽기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였다. 조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우리에게 결코 보편적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바탕에는 서양 문화의 근원으로 이야기되는 그리스·로마의 문화가 놓여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우리 자신에 대해 오해하게 돼요. 특히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는 어린이에게 그림책의 형식으로 ‘무의식적인 강제’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홍수 신화’를 예로 들었다. 홍수 신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홍수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데우칼리온과 퓌라’의 이야기. 이 이야기들에서 홍수 후 살아남는 사람은 부부이고, 이들로부터 새로운 인류가 시작된다. 그러나 조 교수는 “서양 신화가 아닌 홍수 신화에서 홍수 후 생존한 남녀가 부부로 설정돼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오누이를 비롯한 근친관계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소개하는 라후족의 신화를 들어보자.

옛날에는 세상에 빛이 없었고, 밤낮의 구분도 없었다. 어느 날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빛을 막고 있기 때문었다. 사람들은 쉼 없이 나무를 찍어 마침내 빛을 찾았다. 빛이 돌아왔고, 밤낮의 구분이 생겼다. 그때 어디선가 뻐꾸기가 날아와 홍수가 날 것이라고 울어댔지만 아무도 그 말을 몰랐다. 오히려 시끄럽다고 쫓아버렸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쓰러진 나무뿌리를 흰개미가 갉아내고, 그 속에서 엄청난 물이 흘러나와 사람들을 모두 휩쓸어갔다. 이 홍수 속에서 모두 죽고 딱 오누이 두 사람만 살아남았다.

男妹婚 창조 신화

1923년 민속학자 손진태 선생이 함경도 함흥에서 채록하고, 조 교수가 저서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에 소개한 신화에도 똑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옛날 홍수가 일어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남매만 살아남았다. 물이 다 빠진 후에 세상에 나와 보니 어디에도 인적이 없었다. 그대로 있다가는 사람의 씨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남매가 결혼할 수도 없었다. 남매는 생각다 못해 각각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가 맷돌을 굴려 하늘의 뜻을 묻기로 했다. 남매는 맷돌을 굴리며 하늘에 기도를 했다. 암맷돌과 숫맷돌은 산 아래쪽에서 한데 포개졌다. 오누이는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결혼했다. 지금 인류의 조상은 이들 오누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근친상간은 동서양 모든 신화에서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 근친상간 금지야말로 원초적 자연과 인간의 문화를 구별 짓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유대교 문화나 로마 문화의 영향을 받은 성서와 그리스 신화의 경우, 이에 대한 터부가 명확하다. 오이디푸스 이야기에서 보듯, 근친상간은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가장 추악한 범죄로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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