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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생활 잦으면 오래 못산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성생활 잦으면 오래 못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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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고환을 제거한 환관이 양반보다 14~19년 더 오래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식 기능을 가지고 있고 정상적으로 성생활을 하는 남성들로선 조금 당혹스러운 내용임에 틀림없다. 남성호르몬, 성생활과 수명은 정말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성생활 잦으면 오래 못산다

내시와 왕, 후궁의 삼각관계를 그린 영화 ‘후궁’.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민경진 교수 연구진은 최근 남성호르몬이 수명에 안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조선시대 환관의 족보인 ‘양세계보’를 분석했다. 동시대 세 양반 가문 남성들의 평균 수명은 51~56세였던 반면, 환관 81명의 평균 수명은 70세였다. 환관이 14~19년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해외 언론도 앞 다퉈 보도했다.

환관은 고환을 제거한 사람이다. 고환은 정자를 생산하고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주된 장소다. 따라서 고환을 제거하면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크게 줄어든다. 연구진은 환관의 수명이 긴 이유가 남성호르몬 분비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한다. 남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보통의 남성은 장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일까?

연구진은 남성호르몬 분비 억제가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점을 역사적 사례로 뒷받침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논문은 남녀의 수명 차이, 남성호르몬의 역할, 남성의 번식 능력을 논의하면서 이런 결론을 이끌어낸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논문의 논의에 따르면 호르몬의 차이가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 연구진은 남성호르몬이 면역계와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침으로써 남성의 수명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생식에 쓰이는 에너지와 자원

남성호르몬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다.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고환에서 분비된다. 부신 같은 기관에서도 분비되긴 한다. 또 여성의 몸에서도 미량이긴 하지만 분비되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고환 제거로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수염, 근육, 거친 목소리 같은 남성의 2차 성징이 덜 뚜렷해진다. 여성화가 어느 정도 진행될 것이다.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간드러진 목소리의 내시 모습을 떠올리면 될 듯하다.

환관의 장수 효과를 또 다른 측면에서 설명할 수도 있다. 바로 번식 문제다. 환관이 된 사람들은 대개 자식을 낳기 이전인 10대 초에 거세를 했다. 따라서 자식을 갖지 못했고 대개 입양을 해 대를 이었다. 여기서 연구진은 수명이 번식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도 언급한다. 일명 일회용 체세포 이론은 토머스 커크우드가 제시한 것으로서 몸의 자원 분배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마치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각 부서에 분배하듯이, 몸도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기능별로 분배한다는 것이다. 대사 활동이나 수선 같은 유지 관리, 번식 등에 말이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번식 활동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많은 자원이 번식에 투자되어 몸을 유지 관리하는 데 투자되는 자원은 줄어든다. 따라서 노화가 빨리 일어나고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거세를 통해 자식을 가질 수 없는 환관은 번식에 들어갈 자원과 에너지를 신체 유지 관리 쪽으로 돌릴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될 것이다.

최적의 성생활 횟수는?

이 연구를 보도한 기사들은 동물 실험 자료도 소개한다. 동물을 거세하면 수명이 쥐 수컷은 3개월, 고양이 수컷은 1~3년 길어진다는 이야기다. 거세한 개 연구도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그 수가 적으며 결과도 혼란스럽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수용된 거세된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수명을 비교했더니 전자가 수명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변성기를 거치지 않도록 일찍 거세를 해 멋진 음색을 가지는 카스트라토는 그렇지 않은 남성 가수들과 수명이 다르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민경진 연구진은 환관 연구가 전자를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말한다.

일부 과학자들에 따르면 성생활의 남용과 지나친 억제는 모두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 필라델피아 VA의료센터의 프랜시스 브래넌은 면역력을 높이는 최적의 성행위 횟수로 주 1~2회를 제시했다. ‘사랑’이란 책을 낸 송웅달 KBS 다큐멘터리 PD에 따르면 같은 성행위라도 로맨스가 넘치는 성행위가 건강과 수명연장에는 더 낫다.

거세 연구만큼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남성호르몬 감소가 오히려 남성의 수명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간접적인 연구 결과는 많이 있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해마다 약 1.6%씩 체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아진다. 이는 피로, 집중력 감퇴, 비만, 당뇨, 성욕 저하 같은 노화 증상을 촉진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진이 소도시 남성들을 20년 동안 추적한 결과,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은 남성들이 정상인 남성들보다 사망 확률이 23%p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비만, 술, 담배 등 다른 요인 때문이 아닐까 살펴보았지만 이러한 가외변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연구진은 남성호르몬 농도가 정상보다 높다고 수명이 더 긴 것도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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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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