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2009년의 IT 키워드 - 五·感·滿·足

  • 류현정 /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입력2009-01-30 14:4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09년의 IT 키워드 - 五·感·滿·足

    삼성전자와 뱅앤올룹슨이 공동 개발한 휴대전화기 ‘세린’. 원형으로 배치된 키패드가 옛 다이얼 전화기를 연상케 한다.

    ‘0, 1, 0, 0, 1, 1’

    문득 디지털 세상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0과 1, 켜짐(on)과 꺼짐(off)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다. 원본 파일을 복제하면 어느 것이 원본이고 어느 것이 복제판인지 구분할 수 없다. 클릭만으로 수백만개의 똑같은 파일을 생성할 수 있다. 무한복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마음을 더욱 공허하게 만든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무엇이 사라져간다는 상실감이다. 그래서일까. 2009년 디지털 세상은 점점 아날로그화하고 있다. 불황에 지친 현대인들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으로 위로를 받는다.

    터치형 제품이 그 대표주자다. 애플의 ‘아이폰’은 만지는 것으로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풀터치 스크린’이 인기를 모았다. 삼성전자의 ‘햅틱폰’은 ‘떨림’과 ‘진동’ 기능을 통해 촉감을 자극한다. 진동의 종류가 22가지나 된다. 바이오리듬에 따라 전화 올 때마다 진동이 달라진다.

    오래된 스타일이 유행이다. 삼성전자와 덴마크의 오디오 전문업체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이 공동 개발한 휴대전화기‘세린’은 원형 키패드를 채택해 예전 다이얼 전화기를 연상케 한다. 투박한 소리도 재현된다. 엡손 디지털카메라 ‘R-D1’은 사진 찍을 때 ‘찰칵’ ‘드르륵’ 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수동카메라처럼 속도와 초점도 직접 조절한다. 셔터를 누른 뒤 셔터 복원을 위해 레버를 젖혀야 하는 점도 수동카메라를 닮았다. 얼리어댑터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네트워크 기기 ‘민트패드’의 인기 비결도 아날로그다. 필기체를 제대로 살려주는 메모 기능이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렇듯 올해 IT업계의 키워드는 ‘감성 만족’이다. 디지털 기기가 그 편리함만으로 소비자의 호감을 사던 시대는 지나갔다. 소비자는 제품을 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의 총량을 제품 구매의 기준으로 삼는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오감을 충족하는 것이 즐거움의 요체다. 전문가들은 기계와 사람의 접촉방식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총체적인 사용자 경험(UX)이라고 말한다. 감성 만족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피땀 어린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터치 기술만 해도 가로 세로 좌표를 가진 일정한 크기의 센서를 이용한 전자유도식, 물체의 압력을 인식하는 감압식 등 구현방법이 까다롭다. 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쓸지 시나리오도 연구해야 하고, 그에 반응하게 만들 인공지능 기술도 필요하다.

    차가운 디지털 기술에 생명력과 감성을 불어넣는 일이 가장 진보된 기술을 전제로 한다는 건 분명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