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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붐, 실패 없는 ‘맞춤유학’이 뜬다

  •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조기유학 붐, 실패 없는 ‘맞춤유학’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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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성공하는 유학과 실패하는 유학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흔히 유학의 성공조건으로 뚜렷한 목표의식, 올바른 유학시기, 어학 등 기초학력 구비, 학비조달 능력, 충분한 준비기간 등을 꼽는다.

그러나 유학생의 상당수가 첫 번째 뚜렷한 목표의식에서부터 문제점을 드러낸다. 유학을 보내는 부모나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가장 절실한 욕구는 영어. 조기유학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영어권 국가로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이 외국어 우수자에게 특별전형을 실시하자 토플 공부하러 유학 간다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모두 영어 한 가지만 잘 하면 된다는 왜곡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작 중요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라든가 ‘장래 희망이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목표는 빠져 있다. 어릴 때 영어를 배워 잘 하게 되는 만큼 모국어와 모국의 문화를 잊는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있다.

장덕기씨(내과의원 원장·40)는 부산에서도 자식 잘 기르는 아버지로 유명하다. 아들 현지(초등학교 6학년)와 딸 현빈(4학년)이는 1년 조금 넘게 호주 시드니 페넌트힐 공립학교를 다녔다. 물론 유학지에는 어머니 염정애씨(40)가 동행했다.

현재 두 아이의 영어실력은 CNN을 시청하고 브리핑을 할 정도. 현재 학원을 다니거나 학습지를 하지 않고, 대신 영어를 잊지 않도록 전화 영어학습만 하고 있다. 아버지가 직접 지도한 컴퓨터 실력은 웬만한 전문가 수준. 현재 아이들 방에는 컴퓨터가 5대 있는데, 한 대는 기업체용 운영체계인 윈도NT를 설치해 나머지 PC를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연결해 사용한다. 무선 햄(HAM)으로 친구들과 자유자재로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컴퓨터 게임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이다. 여기에 어릴 때부터 훈련된 바른 예절로 보는 이마다 자식 교육 잘 시켰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이런 장덕기씨에게 자녀교육 문제를 상담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 한번은 어느 어머니가 “나도 아이들을 유학 보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장원장은 “왜 유학을 보내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 어머니 대답은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러”. 장원장은 “영어와 컴퓨터 배우려고 조기유학 가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이라고 조언해주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클 수도

“우리 아이들이 CNN을 볼 줄 안다고 부러워하고 자기 아이들도 유학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말을 잘 하는 것과 학업능력은 또다른 것인데 무조건 영어만 잘 하면 좋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영어 못해서 죽는 사람은 없어요. 물론 우리 아이들도 호주에 있는 동안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내게 시간을 되돌릴 기회를 준다면 조기유학은 보내지 않을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영어라도 확실히 배우라고 아이들을 보냈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학을 통해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어요. 아이들이 1년 반 정도 있다 귀국했는데 한국어를 제 또래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족관계를 상실하는 것이죠. 아내가 아이들과 호주에 있는 동안 저는 한국에 머물면서 전화 팩스 이메일로 수시로 체크했어요. 나중에는 화상전화까지 연결했는데도 아이들이 차츰 아버지를 잊어가고 나중에는 찾지도 않게 되더군요. 겁이 났죠. 영어는 뉴스를 보는 수준이면 충분하니까 빨리 귀국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원래 4~5년 예정이던 유학을 2년도 못 채우고 돌아오게 한 겁니다.”

장원장은 결론적으로 조기유학에 반대한다. 더욱이 아이들만 달랑 보내는 유학은 절대 반대다. 아이들은 부모 품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게 그의 교육적 소신이기 때문이다.

장원장네 남매의 지난 겨울방학 목표는 ‘스키를 제대로 배우자’였다. 장원장은 남매에게 용돈을 준 뒤 아이들끼리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서 삼촌댁에 머물다가 용평으로 가서 스키를 배우고 부산 집으로 돌아오도록 했다. 그가 말하는 산교육은 바로 이런 것. 자녀교육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교육은 유행이 아니라 철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조기유학 시기가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다시 초등학교로 당겨지고 있는 것은 한 살이라도 빨리 보내야 쉽게 언어를 익힌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염려하는 부모는 드물다. 미국에서 28년째 살고 있는 윤주환씨는 “조기유학은 엄청난 모험이며 자녀를 걸고 큰 도박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조기유학을 하면 미국 문화를 골고루 접하고 입으로만 하는 영어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영어가 되죠. 그만큼 미국화했다는 표시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한국인이라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영어를 잘 해야지 미국화한 한국인으로서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그것은 재산이 될 수 없습니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은가

미국에서 중학교부터 다녔다면 말할 것도 없고, 고등학교부터 다녔다 해도 어느 정도 미국화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특히 부모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미국생활을 해본 유학생 중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학생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들은 어떻게든 미국에 정착하려 하죠. 유학 후 궁극적인 목표가 그 나라에 정착하는 거라면 분명 조기유학이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면 무조건 빨리 온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결국 유학 후 한국에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현지에 남을 것인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가에 따라 유학의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다음은 윤주환씨가 설명하는 유학시기와 영어실력의 상관관계.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유학을 온 사람은 쉽게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에 도달한다. 이들은 미국에서 능력에 따라 어떤 직업이든 가질 수 있다. 특히 방송기자 신문기자 변호사 등 말로 먹고 사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들은 한국으로 되돌아가기 어렵다. 귀국하더라도 적응에 실패하거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너무 미국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유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영어도 어려움 없이 구사하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을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내에서 변호사나 컨설턴트 등 말과 글로 설득하고 논박하는 직업을 갖기가 어렵다. 잘못하면 영원히 영어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영어의 완성도만 생각한다면 초등학교 졸업 후 유학하는 게 좋다는 결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오면 영어로 어려움을 겪지만, 한국에서 영어기초실력을 단단히 다진 사람이 1년 정도 랭귀지 코스를 마치면 대학에 입학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유학생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유학을 왔지만 현지에서 다시 1~2년 동안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영어 문제를 극복하고 훨씬 좋은 조건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학진학을 못하고 유학을 오는, 소위 ‘도피성 유학생’ 중에는 미국 하류 대학에서 헤매다가 겨우 졸업장만 받아간다. 몇 년씩 미국에 살았어도 그들의 영어는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에 머문다.

원촌중학교 김지수 교장은 “진정 유용한 인재는 높은 수준의 모국어 능력과 모국문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외국어능력과 외국문화의 이해를 겸비한 사람”이라며 “외국어능력과 외국문화 이해는 현지인을 능가하기 어렵고, 모국어와 모국문화에 대한 이해는 모국에서 공부한 사람을 능가하기 힘든 것이 조기유학생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조기유학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이 도피성 유학과 그들의 탈선이다. 지금까지 이들에 대한 언론의 시각은 “공부도 못하는 놈들이 부모 잘 만나 외국 나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귀중한 외화만 낭비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우등생들에게는 한없이 호의적이다. 결론적으로 우등생이 유학 가는 것은 당연하고, 열등생이 유학을 가면 도피성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그러나 해외유학정보센터의 박창원 원장이 말하는 실패 없는 유학의 조건은 성적이 아니다.

박원장은 학교의 성적증명서는 그 아이의 가능성을 10%밖에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머지 90%를 찾아내기 위해 반드시 객관적인 검사(Kedi-Wisc와 직업적성진단검사 등)와 면접을 거쳐 그 결과를 가지고 유학여부에서 대상 국가, 학교를 결정한다. 다음은 한국에서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자가 될 뻔한 아이들이 적절한 유학지와 학교 선정을 통해 성공적인 유학을 하고 있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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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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