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요.
“2001년 10월25일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3대 0으로 완패했죠. 이 때부터 당 개혁안을 만들고 당헌을 개정했습니다. 지금의 개혁안에 일부 마땅치 않은 점이 있어 더 토론을 해봐야 합니다. 1인 보스 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 지역 편중 정당에서 전국 정당으로, 돈 덜 쓰는 선거, 원내 중심 정당,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나아가려는 다섯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정치풍토가 하루아침에 크게 변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행태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개혁의 방향을 정해놓고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목표가 너무 높아서도 안됩니다.
개혁은 소위 1P와 3S를 갖추어야 합니다. 유명한 학자의 이야기입니다. 1P는 Principle(원칙)입니다. 원칙 있는 개혁이어야 합니다. 3S는 Substance(내용) Scope(범주) Support(지지)입니다.
개혁은 내용이 있어야 됩니다. 예를 들면 실명제 그 자체는 괜찮아 보이지만 내실이 없었습니다. 가명이 차명이 됐고 차명이 또 다른 차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에 범주가 정해져야 합니다. 목표가 너무 높아 예수님이나 부처님만이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개혁을 하면 실효성이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지지가 중요합니다.”
―민주당은 DJ당, 지역적으로는 호남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에서 영남 출신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이 전국 정당화하고 지역주의 선거 행태가 내년 총선부터 개선되리라고 전망할 수 있겠습니까.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해 호남을 근거로 한 민주당이 경상도 김해 사람을 후보로 만들어내 당선시켰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민주당이 점진적으로 지역정당의 틀을 벗어날 것이며, 국민들도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열리라고 믿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탈지역정치를 법률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중대(中大)선거구가 먹힐지 모르겠습니다만 해야 합니다. 1971년 선거에서 박정희-김대중 후보가 대결했을 때 박후보가 호남 지역 6개 군에서 이겼습니다. 김대중 후보가 부산에서 39%를 득표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3김 정치가 종식되면 점진적으로 지역 편중성이 타파될 것입니다.”
―개혁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습니까.
“우리 당 안에서 개혁을 하다가 안 되면 뒤집어엎고 신당을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것은 개혁당의 위상과 함께 깊이 논의해야 합니다. 개혁당은 인터넷을 매개체로 20,30대를 주류로 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우리 당하고 합당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정책 연대로서 계속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고 양당의 필요에 의해 합해질 수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정책 연대가 정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보유 핵무기는 2~3개
이쯤에서 정치 이야기를 거두고 특사로 미국에 다녀온 이야기로 들어갔다. 김대중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북핵위기 해결의 임무를 부여받고 임기를 시작한다.
―평양은 벼랑끝 전술을 펴면서도 이라크 다음에 자기들 차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불가침협정을 체결하고 중유를 다시 제공하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 흘리잖아요. 북한의 그런 의사표시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핵포기를 분명하게 선언하라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입니다. 우리 특사단은 3원칙을 주장하면서 유연성있게 직접 대화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3원칙은 첫째 북한 핵은 용납될 수 없다, 둘째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한다, 셋째 한·미·일 긴밀한 공조 위에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미국 편도 아니고 한국 편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북한 편도 아닙니다. 미국 국방부에서는 북한이 단기간 내에 핵을 6∼8개 정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수를 미국은 1~2개, 우리 당국은 2~3개로 봅니다. 미국이 추정하는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7∼12㎏, 우리 추정치는 7∼22㎏입니다.
우라늄탄을 만드는 데는 빨라도 2년 걸립니다. 농축 우라늄 원심분리기 한 대 가격이 10만달러나 나가는데, 그게 수천 개 있어야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중유도 못 사오는 판인데 쉽지 않을 겁니다. 플루토늄 탄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해내면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노동2호가 미국까지는 날아가지 못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이 미사일을 테러국에 팔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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