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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가고 그림이 뜬다

디카족, 뽀샵족의 세상 바꾸기

  • 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언어는 가고 그림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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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팔려나간 디지털카메라의 수는 대략 40만대 내외. 2001년 판매된 25만대에 비해 거의 두배에 가까운 숫자다. 200만 화소 제품이 대부분이던 2002년과 달리 올해는 300만 화소대 제품이 주력으로 등장했고, 가격 또한 50만~60만원까지 떨어지면서 디지털카메라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는 올 상반기 내에 디지털카메라 보급 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2001년 9월 SK텔레텍이 일본에서 유행하던 ‘착탈식 카메라 장착 핸드폰’을 내놓으며 형성된 폰카 시장의 성장세는 이미 디지털카메라를 넘어섰다. 2002년 한해 동안 팔린 폰카 숫자만 150만대. 지난해 팔린 폰카는 대개 11만 화소 수준이지만 지난 연말 팬텍&큐리텔이 출시한 33만 화소 내장형 폰카를 필두로 올해 상반기 65만 화소, 하반기 130만 화소급의 폰카가 시장에 나오리라는 전망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명함 크기 사진에서는 아날로그 카메라와 비교해도 거의 화질차이가 없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20분 가량의 동영상과 오디오를 녹화할 수 있어 폰카의 다음 세대로 불리는 ‘캠코더폰’ 경쟁도 거셀 전망이다. 따라잡기 힘든 변화속도다.

상반기 내에 3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카메라와 폰카 사용자들 중 상당수는 앞에서 설명한 민경진씨처럼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이른바 ‘디카족’. 이들이 디지털카메라에 열광하는 것은 찍은 사진을 얼마든지 복사, 편집하고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일은 이들에게 마치 수다떨기나 다름없는 일상생활이다.

누구나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

디카족의 수를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디지털 사진 공개게시판 역할을 맡은 첫 사이트로 명성을 떨친 디시인사이드나 최근 ‘뜨고 있다’는 ‘웃긴 대학(www.humoruniv.com)’ 사이트의 경우 조회수 1만회를 넘는 게시물이 드물지 않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프리챌 커뮤니티 ‘사진을 올려라(www.free- chal.com/pkpj)’ 동호회, 다음 카페 ‘디지털매니아(cafe.daum.net /DIGITALMANIA)의 회원은 각각 1만5000명과 2만2000명 내외. 최소한 2만~3만명의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이미지로 말하기’라는 새로운 습관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사건을 설명하는데 이미지와 문자 언어 중 어느 것이 더 쉬울까요? 당연히 이미지죠. 젊은 세대가 이미지 언어에 친근함을 느낀다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이미지를 ‘만들어낼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죠. 생산자와 수용자의 구분이 무너진 겁니다.”

젊은 세대가 사진으로 ‘대화’를 한다는 것, 이미지가 ‘언어’ 구실을 하게 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흐름이라는 게 정진홍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교수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이미지가 화가나 그래픽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들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과 기술이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이미지가 새로운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이메일’이라는 전달수단이 바탕이 되었다.

“음성언어가 갖는 ‘시간’의 한계 때문에 인류는 문자언어를 발명했습니다. 이제 문자언어의 한계를 넘어선 이미지 언어가 등장한 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문자언어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미지언어의 쓰임새가 계속 커질 거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더욱이 요즘 젊은 세대는 마치 숨쉬는 법에 익숙한 것처럼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에도 익숙합니다. 굳이 훈련하지 않아도 처음 보는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들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이를 가공하고 편집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획기적인 일이죠.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만화전문출판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는 차효라(25)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차씨 또한 항상 디지털카메라를 지니고 다니지만, 찍은 사진을 그냥 올리기보다는 PC로 ‘뽀샵’해 남들한테 보여주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다. 뽀샵이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Photo- shop)’을 통해 사진을 ‘뽀사시하게(예쁘장하게)’ 다듬는 일을 일컫는 은어. 여러 개의 그림을 오리고 잘라 붙여 합성하거나, 색깔이나 배경을 바꾸는 등 모든 종류의 이미지 조작이 가능하다. 차씨는 간혹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 프로그램으로 사진 위에 직접 덧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들 ‘뽀샵족’은 대부분 보통 와레즈 사이트(불법복제 프로그램을 모아놓은 사이트)에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쓴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정품을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 차씨의 경우 처음에는 ‘버벅대던’ 포토샵 기술이 이제는 제법 능숙해져서 이미지 하나를 꾸미는 데 30분 남짓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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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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