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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갈등 지도 (3)│팔레스타인

聖地의 ‘종교적 숙명’이 부른 55년 피의 투쟁

  • 글: 박준서 연세대 교수·신학 parkjs@yonsei.ac.kr

聖地의 ‘종교적 숙명’이 부른 55년 피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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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 독립선언식이 끝나자 숨을 죽이며 방송을 듣던 유대인들은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안았다. 2000년 이상 나라 잃은 민족으로 설움받고 살아온 유대인들이 독립국가의 탄생을 경험하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때야말로 ‘중동문제’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벤 구리온의 독립 선언 낭독이 끝나기도 전에 멀리서 대지를 진동하는 포성이 들려왔다. 이스라엘 독립을 결사 반대해온 주변의 아랍국가들(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이 연합해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이다. 신생 이스라엘의 탄생은 이렇게 전쟁으로 시작됐고, 이는 앞으로 계속될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피나는 혈투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했을 때 서구 제국(諸國)들은 큰 딜레마에 봉착했다. 아랍권은 일치단결해서 이스라엘의 독립을 극력 반대했고, 서방세계는 산유국 아랍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나라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미국이 이스라엘의 독립을 승인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 즉각 인정성명을 내 신생 이스라엘을 승인하는 데 앞장섰다. 미국의 뒤를 이어 다른 나라들도 이스라엘 승인 대열에 동참했고 그 결과 국제적으로 승인받은 이스라엘 국가가 탄생할 수 있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건국의 은인으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아랍권의 반미 감정은 이때그 씨앗이 심어졌다.

아랍권 패배로 돌아간 중동전쟁

기원전 6세기(BC 587년) 유다 왕국이 바빌론 군대에게 짓밟혀 멸망한 이래, 마카비 혁명으로 잠시 독립을 회복한 일이 있었으나(BC 2∼1세기) 유대인들은 줄곧 나라 없는 민족으로 살아왔다. 이스라엘 고토(故土)에서 생존을 계속한 유대인도 적지 않았지만, 대다수 유대인들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온갖 핍박과 차별의 수모를 당하며 삶을 이어왔다.

1898년 정치적 시온주의(Political Zionism)의 아버지 테오도어 헤르츨(Theodor Herzl)이 “앞으로 50년 후 이스라엘이 독립할 것이다”는 말을 했을 때, 아무도 그것이 실현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1948년 헤르츨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하여 이스라엘이 독립국가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편 팔레스타인 땅에 살고 있던 아랍인들이나 주변 아랍국가들에 있어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한 날은 역사에서 지워버려야 할 날이었다.

서기 630년대 이슬람교도인 아랍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정복한 이래 아랍인들은 1300여 년 동안 실질적인 주인으로 살아왔다. 물론 그 땅엔 유대인들도 살고 있었으나, 그들은 피정복민으로서 소수자 신세로 전락한 상태였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와 시온주의 운동의 결과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2차대전 후,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독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1300년 이상 팔레스타인 땅의 주인으로 살아온 아랍인들과 이들과 동조하는 주변 아랍 국가들이 일치단결해서 이스라엘 독립에 반대하고 반기를 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솔로몬왕 때 한 아기를 놓고 두 여인이 자기 아이라고 싸웠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이라는 하나의 땅에 주인이 둘이 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 아랍권은 곧 연대하여 신생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했다.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도 이것은 불가피한 전쟁이었다. 국토는 국가의 구성요소로서 필수적이기에 이스라엘로서는 전쟁을 통해서라도 국토를 확보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스라엘은 공격해오는 아랍권에 비해 군비나 병력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열세였다.

그러나 UN의 중재로 1949년 1월 휴전이 됐을 때, 전쟁의 결과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랍측이 군사적으로 월등히 앞섰음에도 승리는 이스라엘측으로 돌아간 것이다.

전쟁이 종결됐을 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의 70%를 차지하는 전과를 거뒀다. 지금도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요단강 서안지역(West Bank)’과 ‘가자지구(Gaza Strip)’, 이 두 지역을 제외하고는 팔레스타인 전역을 이스라엘이 차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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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준서 연세대 교수·신학 parkj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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