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호

‘피로’ 우습게 알면 인생이 ‘피곤’

  • 글: 박혜영 인천 힘찬병원 내과 진료부원장

    입력2003-02-25 1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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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 우습게 알면 인생이 ‘피곤’
    요즘 컨디션이 어떠한가?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고 나른하지 않은가? 어깨가 뻐근하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찌뿌드드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춘곤증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춘곤증은 몸에 특별한 이상이 있어서 나타나는 병이 아니라 변화된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생긴 일시적 현상.

    그러나 피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단순히 봐넘겨선 안 된다. 지속적 피로는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다는 위험신호. 생활주기가 전과 다름없는데도 부쩍 피곤하고, 푹 자도 개운하지 않으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피로를 못 견뎌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1∼2명에게서 성인병 같은 특정 질환이 발견된다.

    병원에선 피로의 원인을 찾기 위해 피로감 외에 다른 증상을 함께 살핀다. 발열·기침·호흡곤란·체중 감소·두통 등 여러 증상 중 어떤 것이 동반되는지 살피고, 엑스선·혈액·소변검사 등 몇 가지 검사를 한다. 이런 검사로도 피로를 부르는 웬만한 신체질환을 찾아낸다. 피로를 동반하는 대표적 질환은 남녀에 차가 있는데, 남성의 경우 급성간염 등 간질환이 으뜸. 여기에 수면무호흡증이 가세한다. 여성은 갑상선질환과 빈혈이 단연 우세하다.

    정신질환이 있어도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미국의 경우 의사를 찾는 피로 환자의 절반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부정적 생각은 몸을 쇠약하게 한다. 질병에서 오는 피로는 오후보다 아침에 덜한데, 우울증에 의한 피로는 아침이라도 다를 바 없다. 되레 자고 일어난 뒤 더 피로한 경우가 많다.

    피로를 부르는 질환은 이밖에도 많다. 가래를 동반하는 기침이 있으면서 저녁 무렵 매우 피곤함을 느끼면 폐결핵, 비만한 사람이 갑자기 목이 타고 소변량이 많아지며 쉬 피로를 느끼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한다. 심장질환이 있을 때도 피로가 몰려오고, 암도 몸을 지치게 한다. 피로와 무관할 것 같은 알레르기질환도 환자의 진을 뺀다.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때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 이처럼 특정 질환으로 말미암은 피로는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더 심해진다.



    원인불명의 피로감은 만성피로증후군과도 관련이 있다. 이 질병에 걸리면 특별한 원인 없이 6개월 이상 심한 피로감에 시달린다. 근육통·인후염 등 가벼운 몸살증상도 지속된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환경오염으로 인체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긴 질환으로 보지만,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엔 만성피로증후군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드물어 환자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온갖 검사를 다 해봐도 특정 질환이 발견되지 않고 극심한 피로감이 계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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