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누구나 낯선 존재에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다. 낯선 이를 대하는 최초의 반응은 호기심과 적대감. 대부분의 적대감은 상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30년간 북미와 아시아를 오가며 인간 탐구에 몰두해온 한 인류학자가 지난 세월의 파란 많은 학문 역정을 들려주는 자전적 문학이다. 미국 인류학자들조차 접근을 꺼리는 산간 오지의 벌채 노동자들, 인디언보호구역 내 인디언 부족사회에서부터 일본계 기업에 근무하는 일본인 상사와 미국인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탐구영역을 보여준다. 식민지 경영의 도구로 태동한 인류학이 인류화합의 도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저자의 시각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일신사/ 384쪽/ 1만8000원)

‘불륜’이라는 금지된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 마흔줄에 갓 들어섰고, 정신과의사인 아내와 딸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심야방송 DJ가 주인공이다. 그는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무거움’을 갖고 있었지만, 커피 한잔과 함께 ‘그녀’를 만나고부터는 ‘하찮은 사물,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아두던 스무 살의 버릇’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아내, ‘파랑’이라고 부른 ‘그녀’, 어린 기억 속의 ‘정희’. 세 여자를 오가는 기억과 욕망 속에서 사랑의 환상여행이 계속되는데…. 또 다른 사랑을 꿈꾸는 남자의 심리를 그려낸 저자는 자고로 남자는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는 낯선 여자의 말에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생각의나무/ 269쪽/ 9000원)

1987년과 1992년 두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흰 머리카락에 두루마기를 입고 포효하듯 유세를 했던 재야운동가 백기완. 이 책은 그가 한평생 겪은 분단의 아픔과 그것을 쓸어버리려는 통일에 대한 몸부림을 글로 나타낸 것이다. 유신 반대,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등 통일과 민중을 위해 한 길만 걸어온 저자의 삶이 오롯이 펼쳐져 있으며, 질곡의 시대에 대한 체험들이 속속들이 담겨 있다. 평소 순우리말을 즐겨 쓰는 저자의 말투를 그대로 책 속에 실었으며, 부록에 우리말 풀이를 꼼꼼하게 정리했다. (청년사/ 480쪽/ 1만5000원)

고대 동·서양 문명간 충돌과 교류의 현장을 답사하고, 그것들이 현대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살펴보는 영국 BBC의 역사 시리즈물 ‘고대문명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발간한 것을 번역했다.
125년 전 하인리히 슐리만이 발굴한 트로이 유적과 관련, 그 고고학적인 발굴 성과와 히타이트 등에서 발견된 몇 안 되는 청동기시대의 문헌들, 청동기시대 그리스와 소아시아 문명에 관한 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트로이의 미스터리를 밝혀가는 논리적 추리기법을 보여준다. 여러 가지 단서들을 찾아놓고, 그것들 하나하나를 짜맞춰가면서 ‘트로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완성한다. (중앙M&B/ 462쪽/ 2만3000원)

이 책을 펴낸 ‘인권모임’은 ‘에이즈는 실체가 없는 질병’이란 도전적 주장을 펼친다. 에이즈는 다만 ‘과학적 범죄’라는 것. ‘인권모임’은 ‘에이즈 대륙’으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대중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육안으로 확인되는 증상만으로 ‘에이즈 환자’로 규정되는 기막힌 상황을 역사적 고찰과 과학적 증거를 통해 고발한다. 또 HIV 검사가 과학적 근거도 없는 형이상학적 검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HIV 검사 전문가인 로베르트 기랄도 박사의 논문을 인용해 설명한다. 복용하는 환자들을 반드시 죽게 만드는 에이즈 치료제 AZT가 ‘에이즈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란 게 ‘인권모임’의 주장이다. (휘닉스/ 398쪽/ 1만2000원)

독일 공영방송 ZDF TV의 4부작 역사 다큐멘터리 ‘사라진 보물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성과를 담은 책. 고고학자, 예술품 약탈자, 전문적인 보물 사냥꾼, 호기심 많은 역사학자 등이 펼친 흥미진진한 보물 탐사와 거기에 얽힌 비화, 그리고 보물과 모험을 둘러싼 역사를 다뤘다.
1970년대 말 러시아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굴한 세계 최대 규모의 황금유물, 1918년 오스트리아 빈의 호프부르크궁 보물전시실에서 사라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인 ‘피렌체 다이아몬드’의 행방 등 총 4편의 보물 이야기를 담았다. (푸른숲/ 416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