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이 조지고 있다”고 말한 8월2일의 2차 국정토론회에서 피곤한 듯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노대통령은 소장에서 ‘김의원은 수개월간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 내용으로 명예훼손 행위를 계속했으며 네 개 언론사들은 김의원의 신빙성 없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명예에 큰 손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언론 협조 바랐던 역대 대통령들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등에 따르면 이 소송은 대통령 개인이 제기한 것이라 인지대 등의 비용(1105여만 원)은 노대통령이 부담했고 소송 대리인으로는 덕수 법무법인 소속의 변호사 다섯 명을 선임했으나 소송 업무는 청와대 조직인 법무비서관실에서 준비했다고 한다. 노대통령은 이들을 형사 고소하는 문제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취임 초부터 ‘적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언론과 심한 갈등을 빚어온 노무현 대통령은 이로써 이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언론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소송으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것이냐’는 반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 “나는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정권의 길이 따로 있고 언론의 길이 따로 있다”며 이미 자신의 뜻을 내비친 적이 있었다.
이런 언론정책으로 노대통령은 취임 후 6개월간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허니문 기간’ 없이 바로 언론과 싸우느라 요란한 마찰음을 내왔다. 정부와 언론의 대립상태는 여러 가지 점에서 우려스럽다.
특히 ‘언론의 압력에 굽히지 않는 대통령’을 표방한 노대통령이, 언론의 비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불신감과 적대감을 갖고 대하는 것이 문제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동아’ ‘조선’ ‘중앙’의 3대 신문을 ‘족벌신문’으로 비하하며, 그 논조를 ‘수구 기득권 세력의 개혁 발목잡기’로 매도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1공화국에서부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까지 역대 정권의 언론정책을 겪어본 필자는 이같은 노대통령의 언론관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정권의 언론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언론을 탄압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대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경우이다. 이승만(李承晩) 박정희(朴正熙) 전두환(全斗煥) 정권은 전자에 속하고, 장면(張勉)·노태우(盧泰愚)·김영삼(金泳三)·김대중(金大中) 정권은 후자에 속한다.
이승만 정권의 언론탄압정책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비하면 상당히 ‘목가적(牧歌的)’이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의 언론탄압정책도 정권의 종말과 함께 종지부를 찍었고, 국민과 언론사는 언론자유를 되찾았다.
장면 정권과 김영삼 정권은 민주적 절차와 언론자유를 존중했었으나 김대중 정권은 정권 중반기 그에게 비판적인 신문과 갈등관계에 빠졌다. 그는 세무조사를 무기로 언론사 사주를 구속하기에 이르렀으나 언론 장악에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언론탄압을 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쓰고 퇴진해야 했다.
역대 정권의 언론정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언론의 협조를 얻으려고 노력한 점이다. 다만 정권의 성격에 따라 민주적 방식인가, 사이비 민주적 방식인가, 아니면 독재적 방식인가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어느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