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쉰 살이 넘어설 때까지도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는 박천보(57)씨.
- 그런 박씨가 ‘신동아’가 소개한 각종 영어학습법을 교재 삼아 영어공부에 매달린 지 5년 만에 ‘영어도사’가 되었다. 그 비결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소리학습법’. 혀와 입 동작을 교정해 영어를 마스터한다는 그만의 독특한 비법과 억척스런 晩學記.
사업가에서 영어도사로 변신한 박천보씨
이들은 늦은 나이에 ‘문득’ 영어도사가 된 박천보씨의 ‘임상실험 대상자’이자 애제자들. 1999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영어공부를 한 박씨가 터득한 공부방법을 이들에게 실험하는 동시에 전수하는 중이다.
박씨에게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고작 주부 여섯 명. 이들은 일주일에 세 번 모이는데, 4시간씩 진행되는 이 강의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이 ‘학생’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재미있어요! 한번 해보세요!”
대체 어떤 영어 강의길래 1년 동안 지겨워하지도 않고 영어공부를 즐기는 걸까. 책상에 둥그렇게 모여앉은 그들의 입에선 영어가 술술 쏟아져나왔다. 모두들 영어를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권정애(52)씨는 외국에 나가 있는 딸과 말이 잘 안 통해서 답답해하던 차에 이 강의에 참여하게 됐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봐요. 이젠 집안 행사가 있어도 뿌리치고 여기에 영어공부 하러 와요. 지하철 안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저는 공부한다니까요.”
“선생님이 우리의 고충을 다 아시니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처럼 가르쳐주세요. 선생님의 학습법은 재미있어서 더 좋죠”라고 말하는 고선희(53)씨는 AFKN이 조금씩 들리는 게 너무도 기쁘다고 한다. 모두들 옆 사람 실력이 빠르게 느는 게 보여서 수업에 빠질 수 없다고 한다. 30대 주부 학생들은 박씨에게 배운 방법을 자녀에게 가르친다고 했다.
영어로 가벼운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하던 이들이 박씨의 방법으로 영어를 공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AFKN을 볼 정도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학교에서 영어 정규교육을 받았고 혼자 책을 펴들고 공부하기도 했지만, 이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다고 한다. 대체 그만의 특별하고 독특한 영어 학습법이란 어떤 것일까.
“내 영어학습법은 아직 학술적인 검증을 받진 못했어요. 하지만 내가 이 방법으로 성공했고, 적용해본 결과 이분들에게도 놀라운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 이분들도 놀라워할 정도입니다.”
박씨의 신나는 영어 강의가 끝나자 클래식 음악도 멈춘다. 강의 내내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박씨만의 영어 학습법이란다.
30년 만에 영어공부 시작
박씨는 영어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외국에서 생활하거나 유학한 적도 없다. 외국인과 접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쌍용그룹에 입사했다. 그저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던 그는 대다수 샐러리맨들이 그러하듯 개인사업을 꿈꿔왔고, 지금은 의료제조업과 건설업 사업가로 자리잡았다. 그러면서 ‘영어를 잘했으면…’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한 후 30년 동안 영어와는 담쌓고 지낸 사람이다.
그가 지금은 AFKN 뉴스를 보며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보며 깔깔대고 웃는다. 자막 없이 외화를 보며 감동을 받고 미국인과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대체 지난 5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주변에 영어를 정말 잘하는 친구가 많았어요. 그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열등감을 갖기도 했지만 영어를 어떻게 배워야 할지도 몰랐고 딱히 엄두도 내지 못 했습니다.”
그런 그가 영어에 쏙 빠져들게 된 계기가 아주 재밌다. 그는 10년째 ‘신동아’를 정기구독하는 애독자인데, 1999년 6월부터 ‘신동아’에 연재된 영어 학습비법을 모두 따라해 왔던 것.
‘괴짜강사 정인석의 영어 통달비법’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이유’ ‘이문장의 영어 통달비법’ ‘혀 훈련 영어’ ‘헨리홍의 최신비법’ ‘샘박의 50English’에 이르기까지, 소위 영어도사로 불리는 영어전문가들이 내세운 방법들을 정말 말 그대로 모두 따라했다. 특히 정인석의 비법에 반해 학원을 찾아가 수강하기도 했다.
“발성만 잘하면 된다고 하니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겠구나’ 싶어서 찾아간 거죠. 소리만 잘 지르면 된다고 해서 정말 열심히 큰 소리로 발성연습만 했어요.”
산에 올라가 모기에게 피를 나눠주면서까지 소리를 질러댔고, 아무데서나 입을 옆으로 쫙 벌리는 ‘전위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식구들에게 군소리를 들을까 염려하여 골방에 처박혀 발성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당장 그만두라’며 벼락같이 화를 냈다. 평소 그가 질러대는 소리가 아파트 위아래층으로 퍼졌던 모양인데, 마침 위층에 치매 노인이 있어서 이웃들은 그 노인이 소리를 지르는 줄로 알고 시끄러워도 참았던 것. 그러나 그 이상한 소리의 주인공이 박씨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게 아파트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발성연습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할 만큼 했는데도 나아지는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발음도, 청취력도 좋아지지 않았다. 하긴, 그 방법만으로 5년 안에 영어의 달인이 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처럼 되었을 것이다. 그는 정인석의 학습법을 중지하기로 하고 함께 수강했던 사람 10여 명과 ‘영어특공대’를 조직해 ‘영어도사’의 길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영어특공대 결성에서 자멸까지
이후 8개월 동안 영어특공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어에 미친 사람처럼 영어공부를 했다. ‘신동아’에 소개된 학습법은 물론,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책이란 영어책은 모두 갖다놓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영어실력이 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영어 동화, 영어 회화책을 통째로 읽고 외웠다. 큰 소리로 읽으면 좋다고 해서 큰 소리로 외웠다. ‘로빈 훗’을 비롯한 단편 동화를 외워서 녹음하면 50분 분량인데 이를 끝까지 해냈다. 그런데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리고 마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외운 문장이 실제로 필요한 타이밍을 놓치면 영어로 대화하는 데 도움될 것도 없었다.
그러자 영어특공대원의 절반이 떨어져나갔다. 그래도 ‘영어도사’를 향한 노력은 계속됐다. 받아쓰기 학습이 좋다고 해서 AFKN 뉴스를 받아 적었다. 그런데 못 알아듣는 말은 계속 못 알아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특공대원의 수는 더 줄어들고 말았다.
문법을 공부하기도 했고, 음성학 책을 연구하기도 했다. 어디서든 외국인만 보면 달려가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외워둔 몇 개 문장으로 말을 건네고 나면, 더 이상 이어갈 말이 없었다. 영어에 유창한 척하며 첫마디를 꺼내놓으면 상대 외국인이 말을 쏟아놓기 시작하는데,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갖가지 방법을 써보니 각 방법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게 될 정도였다. “이미 나와 있는 학습법들은 방향만 제시했지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제시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 방법들은 만든 사람만의 특수한 경험일 뿐, 일반화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더군요.”
특공대원들은 멤버 중 한 명이라도 실력이 향상되면 그 대원의 공부방법을 모니터링한 후 모두 그 방식을 따라하기로 했는데, 그런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박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특공대원 중 마지막 한 사람이었던 소리연구 박사 이동익씨와 그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같았지만 길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영어가 확실하게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그와 이동익씨는 영어는 ‘소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론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선 소리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소리를 중시하는 어떠한 학습 텍스트도 얻지 못했다. 이론만 있었지, 그 이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답을 찾자. 이들의 새로운 노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박씨가 영어 공부에 발을 들여놓은 지 2년이 지난 후였다.
박천보씨는 요즘 30~50대 주부들에게 직접 개발한 ‘소리학습법’을 전수하고 있다.
“입을 고쳤더니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는 발음을 교정한다는 말을 ‘입을 고친다’고 표현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신동아’ 2000년 3월호에 소개된 ‘혀 훈련 영어학습법’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이었어요. ‘소리’공부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고, ‘혀 훈련 4단계법’은 혀 위치에 대한 고찰과 함께 우리의 훌륭한 교본이 되어주었습니다.”
미국인처럼 혀를 내려놓고 있는 습관을 들이려 했고, 서로의 입을 봐주면서 4단계 위치를 제대로 짚어 가는지 살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나섰다.
자료 수집이 첫 번째 과제였다. 과학적 분석을 위해 영어 음성학을 공부하고, 인터넷을 통해 원어민이 자모음을 발음하는 입 모양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을 찾아냈다. 눈으로 입 안 혀의 움직임을 보게 되자, 4단계로만 나누는 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발음 교정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원어민의 발음이 우리에겐 맞지 않는다는 ‘이문장 이론’은 틀렸다고 단정짓게 됐다.
이들은 과학적 기술까지 동원했다. 이동익씨가 음성분석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소리의 파장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는데, 원어민의 발음과 자신의 발음을 녹음해 파장 그림을 비교하며 다른 점을 확인했다. 소리를 눈으로 보게 되니 발음의 문제점을 재빨리 찾아 고칠 수 있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내 입을 고치니 안 들리던 말들이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들리지 않는 부분을 알기 위해서는 들리는 말만으로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론도 있는데 그 이론이 틀렸다는 게 판명된 셈이죠.”
4/4박자 영어 악보 그리기
발음 연구는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났지만, 문제는 ‘리듬’이었다. 본지에 소개된 소리 중심의 영어공부 방법들은 모두 ‘리듬’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다시 리듬에 관한 온갖 자료를 수집해 연구했다.
그 결과 소리의 크기, 높이, 시간을 모두 알아야 리듬을 알 수 있다는 것, 영어 리듬이 4/4박자와 유사하고 ‘챈트(chant)’와 같은 정형화된 리듬이 영어 리듬을 익히는 데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다. 재즈 챈트를 구해 소리의 세기와 길이 등을 직접 눈으로 보며 익혀나갔다.
그러다가 영어 문장을 악보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조카(음악 전공)에게 부탁해 악보 그리기에 착수, ‘신동아’ 2002년 3월호에 소개된 ‘샘박의 50English’에도 악보를 그려 넣었다. 재즈 챈트도 악보에 옮겼다.
“정말 놀라운 결과가 나오더군요. 빠른 속도로 원어민 발음을 닮아가게 됐고 말이 잘 들리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악보로 만들어놓고 보니 공부하기에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처럼 어디에서든 책을 펴지 않고도 학습이 가능했던 거죠.”
그는 이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시켜보고 싶었다. 2002년 가을, 다양한 연령층의 몇몇 사람이 모였다. 자녀들에게 고액 영어과외를 시키면서도 성과가 별로 없어 답답해하던 30대 젊은 주부들과 50대인 아내의 친구들이 었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학원까지 다녔어도 영어실력은 제자리걸음만 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 시절 이후로는 영어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이도 있었다. 그러니 이들의 수준은 제각각 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씨의 영어학습법이 ‘소리’ 교육법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수준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영어발음과 리듬을 익히는 수업이어서 단어를 많이 알거나 문장해석을 잘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었다. 놀라운 점은 영어를 많이 접했던 이보다 그렇지 못한 이에게 이 학습법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 이는 마치 갓난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잘못된 발음 습관은 고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수영을 배울 때 발동작, 손동작, 호흡하는 법 등을 차근차근 익혀가지요. ‘소리’ 학습법은 수영을 배우는 것과 비슷해요. 그렇게 수영을 배우면 처음엔 폼이 좀 엉성하다가 점점 멋있게 틀이 잡히지요. 그러면 폼만 나는 게 아니라 수영도 정말 잘하게 돼요. 폼이 엉성한 사람보다 훨씬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거죠. ‘소리’ 학습법은 혀와 입의 동작을 제대로 교정함으로써 발음이나 리듬만 유창해지는 게 아니라, 영어를 잘하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세계적 영어대가의 제자가 되다
지난 4월, 그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달려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심리 치료전문가이자 유네스코가 인정한 외국어 암시학습법을 개발한 게오르기 로자노프 박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1년여에 걸쳐 서류를 보냈고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그는 빈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로자노프 학습법은 한국에서도 1970년대에 이미 알려진 암기학습법이었는데, 그 이후에 상당한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었다. 로자노프 박사는 자신의 학습법을 따르면 3배 내지 50배의 학습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2주 동안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로자노프에게서 개인 교습을 받았다. 정신적 긴장 완화 상태를 활용하는 암시학습법은 독특했다. 배우처럼 분장을 한 선생이 문법이나 어휘를 포함한 이야기를 꾸미거나, 소도구와 그림을 사용해 질문을 하는 등 대화를 이끌었다. 또 고전음악을 들으며 때로는 세게, 때로는 속삭이듯 말을 하기도 했다. 2주동안의 학습효과는 만족할 만했다.
로자노프 박사의 제자가 되어 돌아온 그는 요즘 자신이 개발한 소리학습법과 로자노프의 암시학습법을 함께 활용해 공부를 하는 한편, 늦깎이 ‘제자’들에게 실험을 하고 있다.
“험한 산에 오를 때에는 등산화를 신고 스틱을 짚고 로프를 사용하죠. 그러면 우수한 등산 장비 덕분에 아무리 힘겹고 가파른 산이라도 쉽게 오를 수 있어요. 영어학습법은 바로 등산 장비와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중요한 건 몇십 년 전 장비로 산행을 하면 새 장비를 들고 산을 오르는 사람보다 훨씬 힘들다는 거죠. 왜냐하면 새 장비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낸 것이니까요. 어떤 방법이든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버리고 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산을 정복하는 일이니까요.”
늦깎이 영어학도의 즐거움
“힘들지 않냐고요? 전혀! 난 지금 기운이 넘쳐요. 이런 즐거움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몇 년 전만 해도 그를 주눅들게 했던 영어 잘하는 친구들이, 이제는 거꾸로 그를 부러워한다.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지만, 그의 영어발음을 듣고 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혀를 내두른다. 요즘 박씨는 친구들이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을 즐기며 산다.
그런 즐거움은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영어로 중얼거리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보곤 했다. AFKN을 틀으면 아내는 시끄럽다며 다른 채널로 돌리자고 했다.
그러던 아내가 이제는 그에게 묻는다. “그런데, 저 사람이 뭐라는 거예요?” 이젠 그의 딸아이도 아버지의 학습법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집에서 받는 이런 대우야말로 행복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행복은 역시 앎의 기쁨과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생겼다는 것. 어떤 공부든 끝이 없고 때가 없으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싸움은 없는 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전혀 새로운 방법은 아니에요. 이미 나와 있는 방법 중에 아닌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좋은 것은 취하면서, 또 필요한 것은 연구해가면서 만들어낸 거죠. 영어를 공부하느라 우왕좌왕하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네요. 이젠 저의 학습법을 좀더 체계화시키고 일반화시키는 일이 남았어요. 더 좋은 방법이 생긴다면 보완을 해야죠. 끝은 없습니다. 지금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듯 말이죠.”
짧은 시간 영어를 터득한 그의 ‘행운’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영어에 대한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얻어낸 것이다. 그것을 감히 어떤 행복과 비길 수 있겠는가.
그의 말과 행동에는 삶의 활력이 묻어난다. 그가 자신만의 독특한 영어교수법으로 한국의 로자노프가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